대형병원이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원격 의료를 하기 위해 국내 이동통신사와 적극 협력한다. (자료=픽사베이)
[디지털머니=최인영 기자]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음성 명령만으로 자신의 상태를 의료진에 즉시 알릴 수 있게 된다. 면회 시간이 아니어도 가족들과 만나 소통할 수도 있다.
5G(5세대 이동통신)와 AI(인공지능)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내 통신사와 병원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센서에서 정보를 송·수신하는 IoT(사물인터넷) 환경을 병원 전체에 설치해 스마트 병원 구축에 나선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대형 병원은 텔레메디신(원격의료) 등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넘어 로봇 수술까지 가능한 의료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한시적으로 도입한 비대면 진료를 앞으로도 허용할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스마트 병원 구축 사업은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스마트 병원 시대 개막..용인세브란스·SKT '디지털 혁신 병원' 구축
지난 2일 문을 연 연세대 의대 용인세브란스 병원에서는 홀로 몸을 가누기 어려운 환자도 보호자 없이 스스로 병원 생활을 거뜬히 해낸다. 음성 명령으로 자신의 상태를 간호사실에 알린다. 눈 앞에 펼쳐진 표지판을 따라 검사실도 혼자서 찾는다.
이 병원에는 ▲5G ▲AI ▲IoT ▲AR 등 첨단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기반시설)이 설치돼 이같은 일이 가능하다. 환자는 음성만으로 병실 내 기구를 조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언제든지 가족과 만날 수 있다.
이를 위해 연세대 의료원은 SK텔레콤과 함께 지난해 4월 ‘5G 디지털혁신병원’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 병원 전체에 5G 통신망을 깔아 의료 특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의료기관 통신망에 5G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병실에는 AI 스피커를 설치한다. 환자는 음성 명령으로 자신의 상태를 의료진에 알린다. 침대나 조명 등 병실 내 전자 기기도 직접 제어한다. 위급 시에도 침상에 누운 채 음성 명령으로 자신의 상태를 간호사실에 즉각 알린다.
면회 시간에 제약을 받는 격리병동 환자도 언제든지 가족과 만난다. 홀로그램 기술로 방문 면회를 대신한다. 복잡한 병원 내 검사실도 AR(증강현실)로 나타난 이미지를 보면서 쉽게 찾는다.
AI 영상진단 솔루션으로 사람의 눈으로는 놓칠 수 있는 미세한 결점도 찾아낸다. 이 솔루션은 폐 질환이나 유방암을 진단할 때 주로 사용한다.
용인세브란스 병원은 얼굴로 인증해 출입하는 안면인식 시스템도 도입한다. 지문 인식이나 출입증 태그 방식과 달리 접촉으로 인한 감염도 막을 수 있다.
의료진은 병원 내 시설을 각각의 센서로 연결한 스마트 병원의 해킹을 막기 위해 양자암호통신 솔루션도 적용할 계획이다.
■ 의료계도 '언택트' 트렌드..복지부·대한의협, 원격진료 추진 수용
코로나19를 계기로 의료계도 ‘언택트(Untact, 비대면)’ 진료를 추진한다. 원격 진료를 위해 로봇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명지병원은 지난 15일 보안 솔루션 전문 기업 ITX엠투엠과 ‘텔레메디신 플랫폼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시공간을 넘어선 원격 의료를 위해 헬스봇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텔레메디신(Telemidicine)은 의사와 환자가 떨어져 있어도 ICT(정보통신기술)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원격진료’를 의미한다.
KT와 LG유플러스도 국내 병원과 손잡고 스마트 병원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9월 KT와 ‘5G 스마트 혁신 병원’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양성자 치료센터와 암병원 등에 5G 통신망을 구축한다.
현재 의료진이 암환자의 치료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800m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병리 조직 샘플도 특정 장소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5G 통신망으로 정보를 송수신하면 병원 내 모든 장소에서 언제든지 환자의 영상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을지재단은 지난해 9월 LG유플러스와 ‘5G 스마트병원 구축·운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5G 통신망은 내년 3월 개원하는 의정부 을지대병원에 적용한다.
병원의 공간 설계 단계부터 ▲AI 음성녹취 ▲VR 간호사실 ▲IoT 기반 의약품 이동경로 관리 등 첨단 시스템을 구축한다.
을지재단과 LG유플러스는 의료 현장 서비스질 개선을 위해 AI 알고리즘, 빅데이터, 로봇 서비스, 웨어러블 기기 등도 함께 개발한다.
현행 의료법 상 원격 의료행위는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에서만 할 수 있도록 규정 한다. 의사와 환자 간에는 원칙적으로 원격의료 행위를 할 수 없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는 전화로 처방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의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지난 2월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내놓은 대책이다.
이후 지난 5일 고(故) 허영구 원장 사망을 계기로 보건복지부는 가벼운 감기환자와 만성질환자 등에게 ▲화상진료 ▲대리 처방 ▲전화 상담 등이 가능하도록 추진키로 했다.
다만 비대면 진료에 대해서는 대한의사협회 내부에서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견이 갈린다. 의협은 진료는 원칙적으로 대면 진료만 허용해야 한다고 총파업까지 마다하지 않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20일 열린 의협 운영위원회에서는 달라진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와 원격의료 행위가 국내에서도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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