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의 진화...핀테크 업체로 번진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바람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3.26 06:53 | 최종 수정 2020.03.26 06:58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간편송금 서비스로 국내 대표적인 핀테크 업체로 성장한 비바리퍼블리카가 다음달 1일 출시할 '토스 신용카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용카드업 허가 없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방식으로 하나카드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신용카드 발행은 금융당국에 신용카드업 허가를 받아야만 할 수 있다. 신용카드업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자본금 200억원을 보유해야 하고, 고객 보호에 충분한 전문 인력과 전산설비 등 물적 시설을 갖춰야 한다.

자본 여력이 부족한 신생 핀테크 업체가 이러한 조건을 갖춰 신용카드업 허가를 받기는 어렵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PLCC다. PLCC는 금융서비스회사나 유통회사가 카드 상품 기획부터 전반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담하고, 카드사가 카드발급과 결제 시스템을 담당한다. 실물카드에 주로 혜택을 제공하는 기업의 브랜드를 내건다.

다음달 1일 출시 예정인 토스 신용카드(자료=비비리퍼블리카)

토스신용카드는 디자인 측면에서 토스 브랜드를 내세웠다. 총 4가지 색상으로 구성했으며, 토스 브랜드의 특성인 간결함을 표현했다. 카드 오른쪽 하단에는 토스 로고를 새겨 넣어 브랜드를 강조했다.

하나카드가 카드제작과 발급을 맡고, 토스가 카드회원 모집과 마케팅을 담당한다. 토스는 처음으로 PLCC를 선보이는 만큼 여러 혜택과 이벤트를 내세웠다. 일정 조건에 따른 캐시백을 포함해 숙박, 음식점, 쇼핑 등에서 할인 적립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이용자는 토스 앱을 통해 비대면 신청과 하나카드의 심사를 통해 토스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PLCC의 원조는 2018년 '스마일카드'

PLCC는 카드 발급과 관리는 카드사가, 마케팅은 기업이 분담하는 구조다. 핀테크 업체가 신용카드업 허가 없이 신용카드를 출시할 수 있는 통로인 셈이다.

PLCC는 유통업체에서 시작됐다. 고객 군이 다양하고 평균 결제금액이 높은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PLCC를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마트에 특화된 혜택이 있는 PLCC를 보유한 고객이라면 해당 마트에 재방문할 가능성이 더 높다.

대표적인 PLCC는 현대카드가 2018년 이베이코리아와 함께 출시한 '스마일카드'가 있다. 스마일카드는 출시 1년 만에 발급자 수가 42만명을 넘었다. 카드 모집인 없이 온라인 발급 채널만으로 고객을 대폭 늘린 것이다.

한편, 유통업체와 카드사 중심이었던 PLCC가 핀테크사로 번지고 있다. 온라인 결제수단 공룡인 간편결제사와 오프라인 공룡인 신용카드가 만나, 서로 다른 영역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한 움직임이다.

네이버와 NHN페이코는 카드사와 손잡고 PLCC를 서비스하고 있다. 네이버는 롯데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와 제휴했다. NHN의 간편결제 자회사 NHN페이코는 삼성카드, 롯데카드와 PLCC를 서비스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캐시백 이벤트로 홍보활동을 하며, 금융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PLCC 대열에 합류했다. 카카오뱅크는 올 상반기 내 신한·삼성·KB국민·씨티카드사와 PLCC를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구체적인 서비스 내용과 출시 시기는 미정이며, 올 상반기 내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PLCC, 카드사와 기업의 '윈윈 전략'의 산물

간편결제사와 카드사가 함께 신용카드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간편결제사와 카드사가 서로의 영역으로 진출하고 싶어하는 니즈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그동안 간편결제사의 오프라인 영역 진출은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간편결제사가 신용카드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업 라이선스가 필요한데, 이를 취득하기 위해 드는 비용·시간이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업황 또한 불투명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간편결제사의 판단이다. 따라서 신용카드를 직접 출시하지 않으면서,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PLCC가 가장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PLCC를 통해 간편결제사는 카드사가 보유하고 있는 오프라인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카드 발급 시 건당 발생하는 수수료도 이익이 되어 돌아온다. 간편결제사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신규 고객 유치를 통한 이익 증대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카드사도 마찬가지다. 적은 비용으로 온라인 고객층을 포섭할 수 있다. 전통적인 제휴관계보다 비용 부담이 적고 고객을 모으기 쉽다. 일반적으로 유통업체와 협력해 만드는 제휴카드는 카드사가 상품을 단독으로 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 또 이때 발생하는 마케팅 등의 비용도 카드사가 거의 부담해야 한다. 기업은 카드회원을 모집하는 채널 기능만 할 뿐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PLCC는 자체 브랜드 신용카드를 출시하고 싶은 기업과 회원 모집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싶은 신용카드사의 니즈가 일치된 상품”이라며 “카드사와 기업에 시너지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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