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킹자금 세탁에 '믹싱'·선불카드 악용"..美 재무부, 중국인 2명 기소

김정태 기자 승인 2020.03.09 15:55 | 최종 수정 2020.09.13 14:30 의견 0
인터넷 선불카드는 개인 인증이나 영수증 없이 익명으로도 거래할 수있기 때문에 자금 세탁에 악용될 수 있다. (자료=픽사베이)

[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미국 정부가 최근 북한 해킹조직이 탈취한 가상화폐의 자금 세탁에 연루된 중국인 2명을 전격 기소했다. 이들은 가상화폐 거래 내역을 뒤섞어 자금 출처를 은폐했고, 인터넷 선불 카드의 허점도 활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이 사용한 신종 돈 세탁 방식인 '합법적 믹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상 자산 서비스 업체와 전통적 금융 기관이 이처럼 불법 거래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불법 활동 감시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9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지난 2일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가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으로 탈취한 가상화폐의 자금세탁을 공모한 혐의로 중국인 2명을 기소했다. 

미국 법무부는 라자루스가 지난 2017년 12부터 2019년 4월 사이 전 세계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를 해킹해 모두 2억5000만 달러를 탈취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이중 약 1억달러를 가상화폐 거래소 수 백 곳에서 ‘믹싱 스킬’을 이용해 자금을 세탁했을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믹싱’이란 가상화폐를 특정 수신인에게 전송할 때 출처나 소유자를 감추거나 모호하게 만들어 개인정보가 드러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새로운 거래 기록이 허위로 생성되기 때문에 본래의 거래 기록을 감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거래 내역이 뒤섞인 가상화폐가 수 백 번의 믹싱을 거치면 불법으로 취득한 가상화폐가 합법적인 가상화폐가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번에 기소된 중국인들은 라자루스가 해킹한 가상화폐를 바로 자신들의 믹싱 계정으로 이체한 뒤 수 백 차례에 걸쳐 넣고 빼기를 반복하면서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인터넷 선불 카드의 허점도 가상화폐 자금 세탁에 악용됐다. 

재무부 제재 내용에 따르면 약 140만달러 상당의 가상화폐가 미국 휴대전화 제조사인 애플 사의 모바일 선불 카드 구매에 사용되는 방식으로 자금 세탁이 이뤄졌다. 

미국 등에서 물건 구매와 선물 용도로 널리 사용되는 선불 카드는 가상화폐를 사는데도 사용할 수 있으며 반대로 선불 카드 구매에 가상화폐를 사용할 수도 있다. 

탈취한 가상화폐로 선불 카드를 구입한 뒤 이 선불 카드로 다시 다른 일반 가상화폐를 사들이면 손쉽게 자금을 세탁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선불카드는 개인 인증이나 영수증 없이도 익명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금 세탁에 더 용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고객의 신원 확인 없이 익명으로 지불과 저장 기능을 제공하는 선불카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지난 2일 미국 재무부는 북한 라자루스 그룹이 절취한 암호화폐의 돈세탁에 연루된 2명의 중국 국적자를 특별 제재 대상(SDN)으로 지정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들 중국인 두 사람을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 혹은 라자루스 기업에 “재정적, 물질적,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물품 및 서비스를 제공한 혐의로 제재 대상에 추가한 바 있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9월 북한의 해킹그룹 라자루스를 ‘블루노로프’, ‘안다리엘’와 함께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이 단체는 미국과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 정찰총국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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