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뱅크 경영정상화 '빨간 불'..인터넷전문은행법 국회 본회의 부결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3.06 08:23 | 최종 수정 2020.03.20 15:04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의 운명을 가를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에서 좌절됐다. 이에 따라 개점휴업 상태로 운영되던 K뱅크 경영 정상화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번 개정안은 공정거래법 위반 내역이 있는 기업도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지난해 4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KT가 케이뱅크 대주주로 도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KT 특혜법’이란 비판 속에 본회의 통과가 갑작스럽게 무산되면서 케이뱅크의 경영 정상화에 적신호가 켜졌다.

5일 열린 국회본회의에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재석의원 184명 가운데 찬성 75명, 반대 82명, 기권 27명으로 부결 처리됐다.

지난해 5월 김종석 의원 등 11인이 제안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자격요건에서 산업자본의 특수성을 고려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을 심사 기준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전날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본회의 처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본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에서 대거 반대·기권표가 나오면서 처리가 무산됐다.

특혜 논란에 발목 잡혀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지분을 34%까지 늘릴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다만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금융관련법령,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을 받은 전력이 있으면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통신사들이 2015년 4월부터 2017년 6월까지 '공공분야 전용회선 사업' 입찰을 담합했다며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세종텔레콤'에 총 과징금 133억 2700만원을 부과했다. 이때 당시 KT는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개정안은 여기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제외하도록 했다. 이는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으로 K뱅크의 최대주주로 등극하기 어려워지자 길을 터주려는 것이었다. KT의 현재 지분은 10%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KT라는 특정 대기업을 위한 ‘특혜입법’이라는 논란이 일었는데, 결과적으로 이 논란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박용진 의원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온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기준에서 공정거래법을 빼는 것은 KT라는 특정기업을 위한 분명한 특혜"라면서 "KT라는 불법 기업에 면죄부를 줘서는 안돤다"라고 반대 표결을 촉구했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도 "이번 개정안은 독과점, 갑질, 담합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공정한 시장질서 해친 자도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K뱅크 '플랜B' 가동하나?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K뱅크의 자금 조달 계획은 표류가 불가피하다. K뱅크는 KT의 대주주 전환을 전제로 기존 주주사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사실상 불가능해 졌다. 그동안 K뱅크는 자본금 부족으로 대출을 완전히 중단한 ‘개점 휴업’ 상태였다.

최소자본금 1조원 이상을 목표로 하는 K뱅크는 지난해 7월 276억원 유상증자를 끝으로 현재 자본금 5051억원 수준이다. 지난 2017년 문을 K뱅크는 우리은행(13.79%), KT(10%), NH투자증권(10%), IMM프라이빗에쿼티(9.99%)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K뱅크측은 주주사와 협의해 증자방안을 찾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K뱅크의 한 관계자는 “‘플랜 B’를 마련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첫번째 대안은 KT의 자회사를 통한 증자 방안이다. 현재로선 KT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10%) 전체를 자회사인 비씨카드에 넘긴 뒤, 케이뱅크의 신주 발행분을 비씨카드가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꼼수’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이런 방식으로 우회 전략을 사용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의 기존 최대 주주였던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새로운 최대 주주인 카카오에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잔여 지분 상당수를 애초 한국투자증권에 주려고 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어 한투지주로부터 카카오뱅크 지분 29%를 받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인터넷은행법에 저촉되지 않은 한국투자증권의 자회사인 한투밸류자산운용에 해당 지분을 양도한 바 있다.

또다른 대안은 새로운 주주사를 찾는 것이다. K뱅크는 2018년 유상증자에 난항을 겪자 아이엠엠(IMM) 프라이빗에쿼티를 새 주주사로 영입해 약 470억원의 자본을 수혈받은 바 있다. K뱅크 관계자는 “증자와 관련해 접촉하고 있는 투자자 몇 곳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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