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어디까지 왔나] ② '거버넌스' 알아야 '블록체인+거버넌스' 보인다

김정태 기자 승인 2020.02.19 15:56 의견 0
블록체인과 거버넌스 중에서도 거버넌스에 대한 인지가 더 중요하다. (자료=한국정경신문)

['4차 산업혁명과 자치분권 시대' 저자=조연호 작가]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류 발전의 분기점으로 '인지 혁명'을 주장한다. 이 말을 '블록체인 거버넌스'에 적용하면 "이 합성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블록체인과 거버넌스 중에서도 거버넌스에 대한 인지가 더 중요하다. 이유는 등장의 연원이 훨씬 길고(1980년대부터 사용됐다.) 여러 형태로 실험됐으며, 지금까지도 그 과정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탈중앙’이라는 블록체인의 대표적인 개념을 오프라인에서 먼저 실행으로 옮긴 협의체라고 할 수 있다.

거버넌스의 등장은 서구 상황을 기준으로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된 복지 국가의 위기였다.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먼저, 복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재정적 부담이 과중했다. 다음은 대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이 보편화 됐다. 마지막으로 핵심 주체가 ‘집단’에서 ‘개인’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집단행동이나 이익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재산이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겨졌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의 사회 변화 과정에서 ‘거버넌스’가 다양한 영역에서 실행되기 시작한다. 역시 세 가지 큰 변화가 있는데 첫째, 정보화이다. 인터넷만 할 수 있으면,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이 말은 정보 독점이 어렵게 됐고, 특권층의 밀실 회의로 국가와 사회가 운용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둘째, 세계화다. 기후 문제, 핵 문제 등 일개 국가의 능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면서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지방화다. 세계화가 국제적인 문제를 다룬다면, 이번에는 세부적인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협의체가 필요했다.

그러나 아직도 ‘거버넌스’를 인지하고 있는 시민은 드물다. 이유는 간단하다. ‘거버넌스’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적 공조는 여전히 강대국의 힘의 논리가 작용하고, 지역 문제도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지방자치단체는 시민(주민)의 바람을 무시한다. 형식적인 협의체를 만들기는 하지만, ‘속 빈 강정’과 다를 바 없다.

'블록체인+거버넌스'에서 이미 실행하고 있는 ‘거버넌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더 복잡한 합성어 '블록체인 거버넌스'를 이해하고 실행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참고> 거버넌스는 ‘(키를) 조종하다’를 뜻하는 그리스어 Kubernan에서 온 것으로 거버먼트와 유사하게 사용됐으나(혹은 거버먼트와 같은 의미로도 사용한다) 독일의 정치학자 칼 도이치(Karl w. Deutshcht)가 ‘키잡이 수로 안내인’ 등을 뜻하는 그리스어 Kubernetics에서 나온 사이버네틱스를 정치에 적용해 거버넌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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