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스타벅스는 커피회사일까 ? 아니면 금융회사일까?" 라고 묻는다면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금융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금융회사 CEO들은 지난해부터 스타벅스를 새로운 경쟁 상대로 꼽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등이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경쟁상대 혹은 배워야 할 기업으로 스타벅스를 꼽았다.
올해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회사마저 금융회사의 경쟁상대"라며 "스타벅스는 규제 받지 않는 은행이라 칭해도 무방할 것"이라며 '스타벅스 언급' 대열에 합류했다.
금융회사 CEO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종종 경쟁자로 스타벅스를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요즘 금융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데, 스타벅스가 그 경계를 넘나드는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 스타벅스, 디지털 혁신으로 금융기능까지 갖춰
국내 금융업계 수장들이 스타벅스를 경계하는 것은 스타벅스가 최근 10년 사이 펼친 마케팅 활동과 연관이 깊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는 2001년 선불식 충전카드 방식의 '스타벅스 카드'를 출시했다. 말 그대로 일정 금액을 카드에 충전하고 원할때 이 카드를 통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주목할 점은 스타벅스가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영업중이라는 점이다. 스타벅스 카드 이용고객이 늘어날수록 스타벅스는 두둑한 현금을 쌓아둘 수 있게 된다. 은행으로 따지자면 수시입출금식예금 고객을 전 세계에서 끌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3분기까지 스타벅스 아메리카의 부채 중 스타벅스카드 충전금액과 이연수익은 12억6900만 달러, 약 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스타벅스 카드라는 '수시입출금식 상품'에 예치된 금액이 1조5000억원이 훨씬 넘는다는 얘기다.
스타벅스 카드는 단순 '예금'의 기능을 넘어 '결제' 수단으로 활용된다. 특히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가 디지털화를 강조하면서 2011년에는 스타벅스 앱을 출시, 스타벅스 카드 충전내역을 앱을 통해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내에서는 스타벅스 앱 결제 사용자가 2000만명이 넘어서며 애플페이, 구글, 삼성페이 보다 더욱 많이 사용되는 간편결제 수단이 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커피회사를 넘어 예치, 간편결제 등 금융회사의 기능을 갖춘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스타벅스의 경우 최근 암호화폐 발행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몇년 전부터 스타벅스는 커피회사가 아닌 핀테크 회사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 올해 상반기 스타벅스에서 가상화폐로 결제 전망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 그룹 ICE(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의 자회사 백트(Bakkt)는 지난해 9월 23일(현지시간) 비트코인(BTC) 선물거래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스타벅스 결제 청사진'을 내놨다.
올해 상반기에 디지털 자산으로 결제할 수 있는 앱을 출시하겠다는 것이다. 백트는 결제 앱을 통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뿐만 아니라 캐시백과 같은 포인트까지 여러 디지털 자산을 통합할 것이라 밝혔다.
2018년 스타벅스가 ICE 백트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발표했을 때, 하나의 가설로 제기됐던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비트코인 결제'가 실제 서비스로 준비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마이크로소프트, 보스턴컨설팅그룹 등과 함께 초기 파트너로 백트에 참여했다. 그러나 스타벅스가 백트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그동안 공식적으로 밝혀진 사실이 없었다. 이번 발표를 통해 스타벅스가 파트너사로 어떤 역할을 할지 수수께끼가 풀리게 됐다. 백트는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결제 앱을 사용할 고객과 상인들의 가입을 미리 받고 있다.
■ 가상화폐 금융 플랫폼까지 노리는 스타벅스
지난해 4월 중순 국내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단순한 가상화폐를 결제하는 공간이 아닌 가상화폐 금융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2018년 기준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의 수는 2만8218개다. 글로벌 인프라와 막대한 자본을 갖춘 스타벅스가 일반 은행처럼 고객 예치금을 활용해 이자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은행보다 더 큰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통화의 다양성'과 '국가별 은행의 다양성'이 제약으로 작용했다.
스타벅스가 만국 공통화폐인 '가상화폐'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상화폐는 유럽, 미국보다 제3세계 국가인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에서 더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이는 경제 위기와 부패한 정부를 불신하는 국민들의 정서가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대표적으로 베네수엘라는 6년간 이어진 초인플레이션으로 법정화폐가 기능을 상실해 가상화폐가 '안전자산'으로 떠올랐다.
만약 스타벅스가 은행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높은 이자를 제시한다면, 중남미·아프리카·동남아 국가의 이용자들은 글로벌 가상화폐 금융사 역할을 하는 스타벅스에 돈을 맡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스타벅스의 가상화폐 보유량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것이다.
체인파트너스 리서치팀 관계자는 "스타벅스가 가상화폐 금융 플랫폼 사업을 확장하게 되면 자본 규모와 글로벌 인프라 차원에서 로컬 은행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스타벅스가 대출·자산관리·보험 등 디지털 자산에 특화된 각종 금융 사업까지 확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스타벅스는 2018년 10월 아르헨티나 현지 은행 '뱅코 갈라시아'와 함께 카페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커피 뱅킹'을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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