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째 유니콘 기업은 어디?]② '새벽배송'의 원조, 마켓컬리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2.03 08:59 | 최종 수정 2020.02.18 12:06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올해 우리 정부가 유니콘(Unicorn) 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하면서 유니콘이 될 만한 예비 기업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올해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K-유니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유니콘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 200개를 선정해 발표하는 것이 골자다.

이르면 다음달 구체적인 안이 발표된다. 지난해까지 11개의 유니콘 기업을 배출한 한국은 오는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 20개를 만든다는 것이 중소벤처기업부 목표다. 정부안에서 더 나아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니콘 30개 육성 계획까지 총선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머니는 정부의 유니콘 집중 육성 정책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올해에 12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할 예비 유니콘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편리함이 곧 프리미엄이라는 뜻의 ‘편리미엄’은 요즘 세대의 소비 성향을 가장 잘 담고있는 키워드 중 하나다.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 쓸 만큼 바쁜 현대인들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덜어주는 상품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고, 오늘 주문한 음식을 내일 아침에 바로 먹을 수 있는 새벽 배송의 부흥으로 이어졌다. 

마켓컬리는 지난 2015년 ‘샛별 배송’이란 이름을 달고 유통 시장에 뛰어들었다. 샛별 배송은 고객이 전날 오후 11시 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7시 현관문 앞으로 제품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로, 판매 상품 1만여 개 중 80%를 식품이 차지하고 있다.

 

창업 첫 해 매출 29억원에서 출발해 2018년 1571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 마켓컬리는 3년 만에 50배 성장, 회원 수 300만 명을 기록하며 새벽 배송 서비스의 선두주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

마켓컬리는 유력한 국내 12번째 유니콘 기업(자산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후보로 꼽힌다. 지난해 4월 기존 투자처로부터 1000억원을 추가 투자 받았고 한 달 뒤 중국 투자전문회사 힐하우스캐피털에서 35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마켓컬리의 기업가치는 6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마켓컬리를 예비 유니콘기업에 선정한 바 있다. 국내 유통업계를 이야기할 때 더 이상 마켓컬리를 빼놓을 수 없게 된 셈이다.

■ 새벽배송이라는 신 시장 개척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이 시작된 지 4년 만에 새벽배송 서비스 시장은 연 4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만큼 경쟁자도 늘어났지만 마켓컬리는 점유율 40%를 유지하며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켓컬리는 다른 유통업체와 달리 100% 직매입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매입이란 유통업체가 생산자에게 물건을 사들인 후, 직접 판매하는 형태를 가리킨다. 일반적인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소비자에게 생산자의 상품을 '중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오픈마켓'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플랫폼의 역할만 하는 만큼, 상품이 팔리지 않는 데 대한 부담은 오롯이 생산자인 납품업체의 몫이다. 반면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직매입하면, 납품업체는 재고에 대한 부담을 덜고, 좋은 상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지난 해 11월 28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마켓컬리 물류센터 현장을 방문해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 최고의 사례)'다, 우리나라 유통업자들이 보고 배워야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성욱(왼쪽)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서울 송파구 마켓컬리 물류센터에 방문해 마켓컬리 운영사인 김슬아(오른쪽) 컬리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조성욱 위원장은 "마켓컬리는 납품업체의 상품을 직매입하고, 공동 기획을 통해 상품을 개발할 뿐 아니라 아이디어 측면에서도 협력하고 있다"며 "마켓컬리는 공정위에서 생각하는 유통업체의 모범이다,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도록 마켓컬리가 잘 돼야 한다"고 격려했다. 

조 위원장이 마켓컬리를 치켜세운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마켓컬리는 '무반품' 원칙을 갖춰, 재고가 생기더라도 납품업체에 이를 다시 팔아넘기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켓컬리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혁신적으로 재고율을 낮추고 있어 직매입한 상품의 폐기율은 고작 1%에 불과하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 유명 기업 관두고 도전 택한 김슬아 대표

마켓컬리를 이끄는 건 글로벌 투자은행(IB)· 컨설팅기업 출신 김슬아(36) 대표다. 김 대표는 민족사관고 졸업 후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나온 보스턴 소재 웰슬리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이후 골드만삭스 홍콩, 맥킨지 홍콩, 싱가포르 테마섹, 베인앤드컴퍼니 서울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내로라하는 유명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지만 한계를 느낀 김 대표는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유통업계에 발을 들인 건 순전히 개인적인 동기였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판매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어릴 때부터 먹거리에 관심이 많았던 김 대표는 성인이 된 후에도 늘 잘 챙겨먹는 일에 신경 썼다. 평소 채소, 고기, 과일 등 품목별로 좋은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여러 마트를 순회하고 다녔을 정도였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사진=마켓컬리 제공)

그러나 이렇게 마음에 드는 식재료를 찾으려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양질의 식재료를 한 곳에서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에 마켓컬리를 만들었다. 마트마다 셀 수 없이 많은 물건을 다 갖다놓고 고객에게 선택권을 준다면 마켓컬리는 직접 신선한 식재료를 선별해 가장 완벽한 상태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식재료 큐레이션 서비스인 셈이다.

김 대표는 창업 이후 수요예측과 재고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AI)에 투자했으며, 질 높은 식재료와 편리한 배송 서비스로 한국 시장에서 점차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현재 마켓컬리는 새벽 배송의 시초이자 유통업계의 혁신기업으로 불린다.

■ 경쟁 심화 및 손실 확대는 넘어야 할 산 

물론 김 대표가 갈 길은 멀다. 가장 우려를 받는 건 마켓컬리 실적이다. 매출이 증가하는 동안 손실 규모도 늘어났다. 2015년 54억원 영업손실을 냈으나 2017년 124억원에 이어  2018년 337억원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적자의 형태를 봐달라고 한다. 물류?데이터?인력 등 투자성 비용이 적자로 잡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업 효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는 만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수익성 확보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켓컬리의 상황이 좋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독점 시장’이나 다름없었던 새벽배송 시장에 롯데를 비롯한 신세계, CJ 등 유통업의 강자들이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또한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업체들도 이미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켓컬리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쿠팡의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CJ 등이 홈쇼핑이나 온라인 법인 등 계열사를 통해서 새벽배송을 도입하고 본격적으로 시장 진출에 나섰다. 롯데홈쇼핑은 롯데아이몰에서 ‘새롯배송’을 론칭했고, 신세계는 이커머스 전문법인 쓱닷컴에서 새벽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마켓컬리의 경우는 오로지 ‘새벽배송’이라는 이전에 없었던 색다른 서비스를 통해서 소비자들을 끌어모았었다. 하지만 이러한 새벽배송 시장에 유통 대기업들이 참여하게 되면 당연히 마켓컬리만의 메리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신세계, 롯데 등은 이미 이마트나 롯데마트라는 ‘대형마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켓컬리에 비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더 많이 그리고 더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 만약 이렇게 되면 새벽배송만으로 소비자들의 각광받았던 마켓컬리의 장점이 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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