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은 높이고, 비용은 줄이고...'스마트 건설’ 시대 성큼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1.20 13:59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스마트 도시, 스마트 그리드, 스마트 홈, 스마트 하이웨이 등 ‘스마트’란 수식어가 붙은 여러 융복합 시대의 키워드들이 등장함에도 여전히 ‘스마트 건설’이란 단어는 생소하다. 여전히 20세기식 작업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건설에 ‘스마트’란 용어만큼이나 생경한 것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사이 인간의 노동력이 기초가 되는 건설산업에 최근 드론·로봇 등 IT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건설’ 기술이 파고들고 있다. 인재(人災)로 인한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를 줄이고,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건설 기술이란 사물 인터넷(IoT)·빅데이터·로봇 등 첨단 IT 기술을 전통적인 건설 기술에 접목해 생산성과 안전성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건설업은 제조업이나 농업 등 다른 산업과 비교해볼 때 생산성이 꼴찌 수준이다. 공사기간의 43%만이 최종 시설물 생산에 소요되는데 1940년대와 비교해도 크게 나아진 구석이 없다.

스마트 건설 개념도(자료=국토교통부)

디지털화 속도도 각종 산업 중 호텔 및 레스토랑업을 제외하면 건설이 가장 더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국내 건설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스마트 건설 기술개발을 들기도 했다.

실제로 대형 건설사들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나서고 있다. 롯데건설은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시공에 드론을 도입했고 대우건설은 최근 국내 건설사 최초로 원격 드론관제 시스템 구축에 성공했다.

■ 건설사 로봇·드론 도입 잇따라 

대우건설은 드론을 활용한 ‘스마트건설’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다. 2016년부터 드론 전문가를 배치해 현장에 드론 측량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2018년에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무인비행기(V-TOL)를 도입해 이착륙 공간의 제약까지 극복했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대우건설의 무인비행기(V-TOL)(사진=대우건설 제공)

대우건설은 특히 최근 건설산업용 원격 드론관제시스템(DW-CDS)을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DW-CDS’는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프로그램을 통해 관제센터에서 종합관제와 드론원격제어를 수행한다. 이를 통해 최대 256개 현장의 동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관리자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관제센터에서 각 현장에 있는 드론의 자동비행을 지원하고 원격제어할 수 있으며 촬영된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드론관제시스템을 현재 9개의 국내 현장과 2개의 해외 현장에서 시범적용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모든 현장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인공지능(AI)을 갖춘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치고 나갔다. 올해부터 다관절 산업용 로봇을 페인트 칠, 드릴링 등 단일작업이 가능한 국내 건설 현장에 시범적용하는 것이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은 제조업 공장 등 고정된 환경에서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 수행만이 가능했다. 복잡한 환경에서는 적응하지 못해, 매번 다른 상황의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건설현장에서는 부적합하다고 여겨졌다.

현대건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 숙련공이 하던 업무 패턴을 프로그래밍화해 기존의 다관절 로봇에 입력시켜 움직임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로봇이 수행하는 특정한 작업을 소프트웨어 언어로 전환해 정밀한 작업을 가능케 한다. 24시간 작업이 가능해 공사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으며, 사고 위험이 높은 공정에 투입할 경우 안전사고 예방도 기대된다.

현대건설 산업용 로봇 리치 텍스트 편집기 (사진=현대건설 제공)

현대건설은 이러한 ‘건설 로보틱스’산업을 미래 건설 신기술의 한 축으로 삼고 있다. 2018년 연구개발(R&D) 센터에 로봇 실험실을 구축해 로봇 연구개발에 앞장섰으며, 이러한 연구개발을 토대로 2019년 BIM(3차원 건설 도면)과 연계해 로봇의 움직임을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중견건설사들도 건설현장 내 드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최근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 제1공구 건설현장에 드론을 도입했다. 금호대교를 포함해 총 5.11㎞에 달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의 안전관리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폭이 좁아 작업자 외 다른 인원이 올라가기 어려운 교량 상부공사는 드론을 띄워 안전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건설현장에 필요한 드론 스마트 건설기술 개발을 위해 최근 드론 스타트업 기업인 ‘카르타’와 손을 잡았다. 이번 협약을 통해 코오롱글로벌은 카르타에게 스마트 건설기술 테스트 베드(Test-Bed) 현장 제공을 포함해 기술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를 전폭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 국내 스마트 건설 기술 , "아직은 걸음마 수준"

이처럼 일부 국내 건설사는 스마트건설 건설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개발한 기술들을 빠르게 사업화해 ‘건설현장의 디지털 혁신’을 이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는 일부에 그칠 뿐이며, 전반적인 한국의 스마트건설 수준이 선진 외국에 비해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의 ‘스마트 건설기술 활용 실태와 기술전략의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30년 건설 자동화를 완성한다는 목표로 국가 차원의 스마트건설 전략을 시행 중이다. 또 정부는 스마트 건설기술 로드맵에서 드론과 BIM, IoT(사물인터넷), 증강현실(VR), 가상현실(AR), 로보틱스, 3차원(D) 프린팅, 모듈러(조립) 등 12개 핵심기술을 제시했다.

그런데 건설기업의 스마트건설 기술 활용 확대에 대한 이해와 준비는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건산연이 지난해 4∼5월 사이 서울과 경기의 건설기업 201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84.6%가 BIM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태이거나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다. 80.1%는 드론 기술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사업에 적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3D프린팅(92.0%), 모듈러(85.1%) 등에 대한 응답도 비슷했다.

△출처:한국건설산업연구원

스마트 건설기술 활용 수준은 기업 규모 및 업종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종합건설기업은 드론(31.2%), 모듈러(23.6%), BIM(22.7%),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17.9%) 등을 활용 중이라고 밝혔고, 전문건설기업은 BIM(7.4%)이 활용도가 가장 높은 기술이었다. 향후 10년 이내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계획에 대해서도 전체 기업 중 관련 기술 도입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30.6%에 그쳤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종합건설사의 절반 정도는 스마트 건설기술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2019년 4월부터 5주동안 201개 건설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종합건설기업의 43.8%, 전문건설기업의 39.7%가 스마트 건설기술이 5년 이내 활성화될 것이라고 봤다. 향후 10년간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곳은 30.6%였으며 이 중 종합대형건설사만 따로 보면 BIM은 100%, 드론은 87.5%,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은 68.8%의 비율로 도입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종합건설사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스마트 건설 아이템은 드론으로 나타났다. 스마트 건설기술의 활용 수준을 물은 결과 종합건설기업의 경우 드론이 31.2%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모듈러(23.6%), BIM(22.7%),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17.9%)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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