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로페이'...새해에는 달라질까?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1.16 17:08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자영업자들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춘다는 취지로 지난 2018년 12월 도입된 제로페이(Zero Pay)가 시행 1년을 넘겼지만, 이용율 저조 및 '관제 페이' 논란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들이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 민간 사업자가 협력해 도입한 QR코드 방식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다. 소비자가 QR코드로 판매자 계좌번호를 인식해 계좌송금하는 직불결제 방식이어서 중간 카드 수수료가 없다.

서울시는 지난해 이용액 8조5330억원을 목표로 삼았지만, 전국 제로페이 이용액은 767억7400만원을 기록했다. 목표액의 0.9%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실적이다. 전국 가맹점 수는 32만4004곳, 서울은 17만919곳으로 가맹률은 각각 12.7%와 32.1%에 불과했다.

불편한 결제시스템과 신용카드에 비해 부족한 소비자 유인책, 민간 페이(pay)시장 포화 등으로 예고된 정책 실패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는 제로페이

세계 최고의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는 우리나라에서 제로페이는 가맹점과 소비자 어느 쪽에도 그 사용을 유인할 만큼의 매력이 없다. 현재 소상공인에게 적용되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1.4%로 신용카드사들이 역마진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제로페이의 소득공제율 또한 체크카드와 같은 30%일 뿐 아니라 다른 결제수단에 비해 사용이 간편하거나 보다 나은 부가서비스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제로페이 이용절차

제로페이는 앱을 실행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QR코드를 찍은 다음 사용자가 직접 결제 금액을 입력하는 낡은 방식이다. 원터치로 끝나는 민간 결제 서비스보다 불편하기 짝이 없다.

‘수수료 제로’라는 본연의 목적도 온전히 달성하지 못했다. 제로페이는 ‘연 매출 8억원 이하 소상공인에게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선전한다. 혜택을 받으려면 ‘상시 근로자 5인 이하’라는 소상공인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가맹점은 1.2%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체크카드 수수료율(1.3%)과 별반 차이가 없다.

■ '관제 페이' 논란 

저조한 이용 실적 못지 않게 제로페이에 대한 따가운 비판으로 '관제 페이' 논란이 있다. 

지난달 16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제로페이의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 부처의 업무추진비를 제로페이로 결제하기로 했다. 

이인영(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 당정청 '대,중소기업간 거래관행 개선 및 상생 협력확산 대책 발표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회의'에서 제로페이 사용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정부 등 공공기관에서 지출하는 업무추진비를 제로페이로 우선 집행하고, 특근매식비·일반수용비 등에도 제로페이 사용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당정청이 나서 공공기관 업무추진비 사용 시 제로페이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부처의 한 고위공무원은 “제로페이는 수수료 제로가 아닌 사실상 ‘세금페이’”라면서 “더구나 정부 업무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거의 강제로 사용하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지자체의 한 공무원은 “정부가 나서 박 시장의 업적을 쌓아 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간편결제 서비스인 ‘제로페이’ 관련 조례 개정안 19건을 공포했다. 공공자전거 ‘따릉이’ 등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최대 50% 깎아주는 것을 1년 연장한다는 내용이다. 

이용 실적이 저조하자 취지와 다른 공공시설 할인으로 실적 올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따른다. 서울시가 지난해 244개 시설에서 감면한 금액은 11억원. 올해 비용은 40억원으로 추산됐다. 모두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 서울시의 제로페이 활성화 대책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던 제로페이에 올해 교통카드 결제를 도입하고 지역화폐와 연계해 할인을 대폭 늘리는 등 이용 확대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우선 상반기까지 결제앱 안에 교통카드 기능을 결합할 예정이다. 티머니, 이비카드, 등 5개 교통카드 발행사와 제휴를 통해 결제앱에 교통카드를 삽입한 뒤 결제하는 방식으로, 앱을 열거나 교통카드 버튼을 누르지 않고 휴대폰 온라인 상태로 결제가 가능하다. 적용대상은 버스, 지하철, 철도, 도로, 택시 등이다.

 

제로페이와 연계한 2000억원 규모의 모바일 지역화폐 '서울사랑상품권'도 1월 중에 발행된다. 상품권 구매 시에는 7% 할인이 적용되며, 특별판매 기간에는 10%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또 카카오페이 인터페이스(UI)에 제로페이를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에서는 제로페이 이용 편의성 개선을 위해 테깅, 테이블 오더 방식의 시범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올해 20억원을 들여 제로페이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포화한 결제업체 시장에서 제로페이 성장세에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초 계획했던 소득공제율 40%도 국무회의에서 직불카드, 현금영수증과 동일한 30%로 확정돼 이용액 증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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