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 인수한 넷마블...새해부터 '구독경제'에 대한 관심 고조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1.06 14:13 | 최종 수정 2020.01.07 09:28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게임회사 넷마블이 렌탈회사 웅진코웨이를 인수해 화제다. 게임과 렌탈. 조합이 되지 않는 이 M&A(인수 및 합병)의 목적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넷마블은 "게임사업에서 확보한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의 IT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대표적 '구독경제'에 자사의 IT(정보기술) 노하우를 녹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산업간 컨버전(융복합) 전략이 '구독경제'로 향하고 있다.

구독경제는 매달 일정한 이용료를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으로 렌털 서비스의 진화된 개념. 세계적 영상 플랫폼인 넷플릭스가 대표적인 구독경제 기업으로 꼽힌다. 넷마블은 국내에서 구독경제가 태동기를 맞고 있는만큼 웅진코웨이 인수를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가 실물 구독경제 분야 국내 선두 기업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현재 웅진코웨이는 국내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렌탈 시장에서 35%의 점유율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렌털 계정은 국내에서만 600만개, 해외를 합치면 700만개에 달한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가 렌탈업체지만 다양한 유통 채널과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 높은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도 미국 소매 업체의 구독 서비스 기반 매출 규모가 2011년 5700만 달러에서 2018년 3월 기준 29억 달러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스위스의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내년 전 세계의 구독경제 시장이 5300억 달러(약 63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또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개인 및 가정용품 렌탈 시장 규모가 내년에 10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생활용품 ‘정기구독’, 가랑비처럼 스미는 유통업계 새바람

구독경제가 일상을 조금씩 침투하고 있다. 정기 구독료를 내면 특정 시점에 상품이나 서비스가 제공되는 경제모델인 구독경제는, 과거 신문·잡지 등 정기간행물에 국한되던 것을 벗어나 뷰티, 식품, 건강 등 유통업계 전반에 확대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마스크팩 정기배송 브랜드로 출시한 ‘스테디’를 지난해 4월 리뉴얼했다. 몇 년 전부터 마스크 시장에서 1일1팩 트렌드가 퍼지면서 매일 쓰는 마스크를 자신에게 맞는 제품으로 집까지 편하게 배송받을 수 있는데 착안한 것이다. 마스크팩을 주로 이용하는 20~30대 젊은 층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매번 구입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도록 한 것이다.

 

오설록은 지난해 12월 ‘차의 일상화, 지금을 음미하는 습관’이라는 테마로 차 문화를 즐기고 싶지만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을 위해 차 큐레이션 서비스인 ‘다다일상’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오설록은 매월 구독자에게 각 월에 가장 마시기 적합한 차들을 메인과 서브로 구성해 제공하고, 차 종류에 따라 다구와 차 관련 소품을 함께 배송한다. 또한 ‘티 테이스팅 노트’를 구성품으로 동봉, 구독 고객이 맛, 향, 제형, 유형 등을 노트에 기록하며 일상에서 즐기는 차의 매력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최근 꽃 정기구독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구독경제 서비스 중 하나다. 바쁜 일상에 여유를 잃다가도, 집으로 배달된 꽃다발을 받으며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꽃 전문몰 꾸까(kukka)는 2주 혹은 4주로 구독 주기를 선택하고 구독권을 구매하면 정기적으로 꽃다발을 배송한다. 소비자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정기구독플랜을 고를 수 있고, 상품을 받을 주기와 요일을 선택해 특정 날짜에 집에서 꽃다발을 받을 수 있다.

■ 자동차도 '구독'하는 시대

최근 월 구독료를 납부한 후 필요에 따라 차종을 바꿔가며 이용이 가능한 자동차 구독서비스도 출시되는 등 이제 구독경제의 범위가 자동차까지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잇달아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같은 차종만 정해진 기간 이용하는 렌탈과 달리, 다양한 차종을 자유롭게 골라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소유와 공유를 넘어선 구독은 소비 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먼저 제네시스는 2018년 12월 G70·G80·G90 모든 라인업을 이용할 수 있는 ‘제네시스 스펙트럼’을 출시했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5월까지 연장 운영된다.

제네시스 스펙트럼은 매월 149만원의 구독료를 내면 G70, G80, G80스포츠 3개 모델 중 매월 최대 2회씩 바꿔 탈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또 3개 모델 외에도 매월 48시간(2일) 동안 제네시스 플래그십 모델 G90까지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시승도 제공한다.

제네시스는 G70에서부터 G90까지 제네시스의 전 라인업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제네시스 스펙트럼’을 내년 5월 초까지 연장 운영한다. (사진=제네시스 제공)

이어 현대자동차는 올해 1월 ‘현대 셀렉션’을 내놓았다. 이 프로그램은 올 11월까지 운영된다.

현대셀렉션은 월 단위 이용 요금 72만원을 지불하고 쏘나타, 투싼, 벨로스터 중 월 최대 3개 차종을 교체해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게다가 대형 SUV 팰리세이드, 그랜드 스타렉스 리무진,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 중 매월 1회에 한해 48시간 무료 이용권이 추가 제공된다.

기아자동차도 이달 구독 서비스 ‘기아 플렉스 프리미엄’을 선보였다.

기아 플렉스 프리미엄은 월 129만원을 내면 K9, 스팅어, 카니발 하이리무진 등을 매월 1회씩 교체해 이용할 수 있다. 추가로 니로EV 월 1회 72시간 대여가 가능하다. 17일부터 서울 지역에 한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구독 서비스는 가입부터 차량선택·교체·결제·해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서 가능하다. 특히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전담 배송기사가 직접 찾아가 차량을 회수 및 배달해 주는 픽업&딜리버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 넷플릭스, 달러쉐이브 클럽...업계 강자를 무너뜨린 해외 사례 

1997년 설립된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업체였던 블록버스터를 무너뜨리고 2007년 월정액 기반 스트리밍서비스를 도입해 구독형 콘텐츠 소비의 新트렌드를 창출했다.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의 수만 약 4,200만건이며 AI를 활용해 최적화된 콘텐츠 추천서비스를 회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이용자의 만족도 제고와 함께 지속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즈니, 애플 등 대형 미디어, 콘텐츠 업체들의 동영상, 잡지, 게임 드을 포함하는 구독서비스가 속속 런칭되고 있어 콘텐츠 소비의 주류로 정착되는 추세다.

 

2011년 창업한 달러쉐이브 클럽(DSC)은 질레트(P&G)의 독점적인 시장점유(최대 점유율 77%)로 인한 높은 면도날 가격과 반복 구매의 불편함에 대한 불만족을 포착했다. 이후 적정가격의 가성비 있는 구독서비스를 통해 간소하고 간편함을 선호하는 고객을 공략함으로써 2018년 기준 가입자수 329만명에 이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DSC 창업 이후 북미 면도기 시장에서 질레트의 점유율은 50%(2017년)까지 하락했으며, 달러쉐이브클럽은 2016년 유니레버에 1천불에 매각됐다.

클라우드로 IT 환경이 바뀌며 SW는 기존의 설치형에서 서비스형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에버노트, 드롭박스, MS와 어도비 등 서비스형태의 SW구독박식이 대중화되고 있다. MS는 2011년부터 서버 및 오피스제품군에 구독 모형을 접목시켜 높은 매출상승세를 기록했다.

어도비 역시 2012년부터 설치형(라이센스)과 구독형 소프트웨어를 병행판매하고 있으며, 매출 증가로 주가는 2011년 32달러에서 2019년 271달러로 급등했다.

<저작권자> 디지털 세상을 읽는 미디어 ⓒ디지털머니 | 재배포할 때에는 출처를 표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