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등 이동통신사들, 2020년 '클라우드 게임'에서 진검승부 펼친다

박응식 기자 승인 2019.12.26 18:36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내년 5G(5세대 이동통신) 경쟁 화두는 ‘클라우드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가 엔디비아와, SK텔레콤이 마이크로소프트(MS) 협력해 스트리밍 게임 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KT도 출사표를 낸 것이다.

클라우드 게임이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이용해 이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차세대 게임 서비스를 말한다. 5G(5세대 이동통신) 등 지연이 거의 없는 통신망을 활용해 PC,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등 기기 종류나 성능에 관계없이 동영상 스트리밍(재생)하듯 간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상용화 이후 각 세대별 이동통신 서비스에는 핵심 스트리밍 서비스가 존재해왔다”며 “3G 때는 멜론으로 대표되는 음악, LTE 때는 유튜브로 대표되는 동영상이 핵심 스트리밍 서비스였다면, 5G 시대에는 초대용량·초저지연·초연결성의 특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클라우드 게임 시장 '신(新) 3국지'

KT 모델들이 5G 스마트폰으로 ‘KT 5G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사진=KT 제공)

KT는 지난 20일 서울 성수동 카페봇에서 5G(5세대) 이동통신을 이용한 구독형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선보였다. 콘솔이나 PC용 게임을 구매하지 않고 한 달에 일정 금액을 내면 스마트폰에서 외부 서버와 연결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마치 넷플릭스를 통해 다운로드가 필요없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듯 게임또한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대만의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 유비투스와 협력해 출시된다.

박현진 KT 5G 사업본부장은 “게임 50여개의 가격을 합하면 약 95만원“이라며 “95만원 상당 게임을 합리적 가격에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KT까지 5G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국내 이통3사의 클라우드 게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클라우드 게임 기술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Project xCloud)를 공개했다. '엑스클라우드'를 통해 클라우드 게임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SK텔레콤 제공)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엔비디아와 협력한 ‘지포스나우’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고 내년 1월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0월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클라우드’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고 내년에 정식 서비스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KT는 두 달 간 무료로 스트리밍 게임을 제공하는 시범 기간을 거쳐 내년 3월 서비스를 정식 출시한다. 시범 기간에는 50여종이 제공되며 정식 출시일에는 게임 100여개를 이용할 수 있다.

■ 이통사들이 클라우드 게임에 몰리는 이유

통신3사가 이처럼 잇따라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은 클라우드 게임 시장 규모를 지난해 3억 8700만달러에서 오는 2023년 25억달러 수준으로 약 6배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통신3사의 클라우드 게임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G유플러스는 2012년 일찌감치 유비투스와 협력해 클라우드 게임 ‘C-게임즈’를 선보였다. 이듬해 KT가 ‘위즈게임’을, 다음해 SK텔레콤이 ‘클라우드 게임’이라는 명칭으로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지만 모두 처참히 실패했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2016년, KT도 2017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클라우드 게임은 저사양 단말에서도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당시로선 기술 수준과 네트워크 환경이 받쳐주지 못했다. 말하자면 시기상조였던 것.

그랬던 통신사들이 클라우드 게임에 재도전하게 된 이유는 5G 때문이다. 통신3사는 올해 4월 세계최초 5G 상용화 이후 가상·증강현실(VR·AR) 등 여러 5G 특화 서비스를 공개해왔다. 하지만 큰 반향은 없었다. 아직은 LTE로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대부분이어서다.

LG유플러스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사진=LG유플러스 제공)

클라우드 게임은 그러나 5G와 상생이 잘 맞는 서비스 중 하나다. 게임 자체가 이미 대중적이어서 사용자들의 체감이 쉬운 데다,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고 끊김 없이 전송하는 것이 중요한 콘텐츠인 만큼 5G 네트워크가 필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통신사로서는 이용자들이 고가의 5G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유인하는 효과도 있다. 클라우드 게임은 시간당 최대 16GB의 데이터를 소모하는 대용량 서비스다. 자연히 무제한 요금제 선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통신사들도 자사 5G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한정하고 있다.

■ 기대 반 우려 반 ...커버리지와 컨텐츠 확보가 관건

이통3사가 모두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열을 올리지만 실제 이용자의 반응은 냉랭하다. 아직 5G 망이 온전히 구축된 것도 아니고 인빌딩 5G 중계기는 실외지역의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 아직 무선통신의 지연이 들쭉날쭉하고 초저지연을 구현할 수 있는 5G 망이 완전히 구축되지 않아 게임을 플레이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관건은 모바일엣지컴퓨팅(MEC)이다. MEC는 여러개로 분산된 소형서버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처리하는 방식이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폭증하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구조로 지연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통3사는 아직 MEC 도입일정은 물론 여부도 파악되지 않는다. 이 기술이 없으면 지연속도를 줄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실시간 응답이 필수인 클라우드 게임에 치명적이다.

IT업계 관계자는 “5G의 초저지연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MEC가 필수적이다”며 “다만 현재 공개된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에는 이 기술이 적용돼지 않아 사용자가 게임을 즐기는데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질의 컨텐즈 학보도 숙제다. 과거 영상이 그랬듯 게임 스트리밍도 결국은 어떤 콘텐츠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독점 게임 콘텐츠와 최신 인기 대작 게임은 물론 다양한 인디 게임 발굴도 과제다.

실제로 KT는 업계 첫 구독형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로 차별화를 시도했으나, 정작 콘텐츠 측면에서는 대표 게임들이 대부분 출시된 지 몇 년이 지난 게임들로 채워져 아쉬움을 낳았다. 구독형 서비스의 특성상 대작 게임 수급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3사 모두 클라우드 게임을 5G 요금제 가입을 늘리기 위한 부가서비스로 바라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게임은 하나의 큰 생태계이자 콘텐츠 산업이기 때문에 네트워크 사업자로서만 접근하면 한계가 있을 수 있다”이라고 해석했다.

<저작권자> 디지털 세상을 읽는 미디어 ⓒ디지털머니 | 재배포할 때에는 출처를 표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