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사람을 가르친다"…교육업계에 부는 '에듀테크' 바람

박응식 기자 승인 2019.12.13 16:28 | 최종 수정 2019.12.13 16:34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지금 전 세계에는 에듀테크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정보통신기술(ICT)에 교육을 융합한 ‘에듀테크’ 시장은 246조 원 규모를 형성했다.

한국은 지난 2018년부터 코딩 교육을 의무화하면서 전통적인 교육기업은 물론이고 교육 서비스, 교구, 완구, 통신사, 스타트업까지 에듀테크 산업에 뛰어들면서 약 4조 원의 에듀테크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에듀테크에 가장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는 나라는 중국과 미국이다. 특히 높은 교육열과 함께 중국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에듀테크 관련 투자의 5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와 유럽에서는 에듀테크에 대한 벤처캐피탈 투자규모가 각각 7억달러, 5억달러에 달한다.

전세계 에듀테크 시장 전망(왼쪽), 한국 에듀테크 시장 전망(자료=인터비즈)

에듀테크는 크게 세가지 분야에서 주로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 우선 가상현실 공간을 통해 교육콘텐츠의 물리적 제약을 없애는 실감화(VR, AR) 분야, 사물인터넷(IoT)과 빠른 이동통신 기술을 활용해 학생 부모 멘토를 연결해 교육 과정에서 즉각적인 피드백이 제공되는 연결화 분야, AI에 기반해 인공지능 튜터를 개발하는 지능화 분야 등이다.

특히 급성장하고 있는 AI를 기반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영국의 엘리멘탈 패스라는 스타트업은 IBM의 왓슨을 기반으로 어린이가 스스로 장난감을 조립한 뒤에 이 장난감과 대화하며 놀 수 있는 교육용 콘텐츠를 만들어 주목을 끌고 있다.

스웨덴의 휴버트 AI는 인지 컴퓨팅 기반의 AI 비서가 학생들에게 말하기 시험을 제공하고 학생들의 대답 수준에 따라 후속 질문들을 생성해내며 맞춤형 학습을 지원한다. 독창성, 상상력, 윤리성, 배경추론 등 현재 교육 프로세스에서 일일이 측정하기 어려운 세부적인 역량 평가도 가능하다.

■ 에듀테크, 성장세 뚜렷…대기업·스타트업 '너도나도'

‘에듀테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IT업체들이 본격적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LG전자와 KT 등이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으며, 여기에 스타트업들도 가세하는 모양새다.

LG전자의 교육용 홈로봇 ‘LG 클로이’에는 AI뿐 아니라 네이버의 키즈 서비스 ‘쥬니어네이버’, 아동용 콘텐츠업체인 주식회사 아들과딸의 ‘E-BOOK’ 등 다양한 교육 콘텐츠가 탑재돼 있다.

인공지능 홈로봇 ‘LG 클로이’(사진=LG전자)

특히 아이의 시각에 최적화된 ‘5.0 HD 디스플레이’는 아이들을 위한 ‘책 읽어주기’ 콘텐츠에 적합하며 독서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화면에 드러나는 로봇의 표정을 보며 감정을 교류할 수 있어 성장기 아이들을 위한 ‘반려자’로서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서울대 어린이병원 입원실, 수술실, 중환자실, 외래 진료실 등에 ‘클로이’ 총 25대를 배치해 생소한 공간에서 무서움을 느끼는 어린이 환자의 친구이자 선생님 역할을 수행 중이다.

KT는 학원이 아닌 집에서 코딩을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지난 10월 초 출시한 ‘KT AI 에듀팩 초급 패키지’가 그 주인공이다. 이 프로그램은 초등학생들이 AI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KT는 지난 6월 실제 프로그램밍 언어 구사와 AI 기술 활용 및 실무 개발 능력을 익힐 수 있는 ‘AI 에듀팩(파이썬 중고급 패키지)’를 선보였다. 사실상 수준별 AI 교육 체계의 첫 틀을 마련한 셈이다.

‘AI 에듀팩’과 함께 선보인 ‘지니블록’은 코드블록을 쌓아 단순한 알고리즘을 만드는 초급 코딩 교육 솔루션에서 한 단계 나아가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각각의 특성에 맞는 블록을 제공한다.

KT 측은 ‘AI 에듀팩’과 ‘지니블록’에 내재된 기술을 통해 에듀테크 강소기업들이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 스타트업, 투자유치·해외진출 통해 영향력 확대

중소 및 스타트업들도 에듀테크 시장에서 활약 중이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럭스로보의 코딩로봇 ‘모디’는 국내 550여 초·중·고등학교에 도입됐다. 이외 KAIST, 광운대 등 대학도 AI, 코딩 강의에 모디를 이용한다.

또한 미국, 두바이, 요르단, 카타르, 영국, 말레이시아 등 해외 53개국에 진출했다. 오만에서도 ‘모디’를 공교육에 도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이달 워크숍을 진행해 검증이 완료되면 오만 공립학교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럭스로보는 CJ와 교원 등 대기업으로부터 1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받았다.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의 경우 투자가 활발한 반면, 국내 기업은 여전히 미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성과로 볼 수 있다.

아이스크림에듀, 2019 벤처천억기업 수상.(사진=아이스크림에듀 제공)

‘아이스크림에듀’는 올해 말 베트남에 수준별 맞춤학습을 지원하는 ‘AI 수학’ ‘AI 영어’ 서비스를 출시한다.

청담어학원으로 잘 알려진 교육기업 ‘청담러닝’은 AI 기반 로봇 전문기업 AKA Intelligence(이하 AKA)와 로봇을 활용한 영어학습 등을 추진 중이다.

이들 ‘AI 러닝 앱(AI Learning App)’은 청담러닝이 15년간 쌓은 온라인 학습 데이터베이스와 교육체계, 그리고 AKA사가 자체개발한 AI엔진 ‘뮤즈’를 활용해 ‘자유 대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순히 고정·반복적인 대화가 아니라 학생의 발화 문장에 따라 매번 다른 내용으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 카카오키즈·야나두 합병…"에듀테크 기업 도약"

유아동 교육 서비스 기업 '카카오키즈'는 영어교육 전문기업 야나두와 합병한다고 11일 밝혔다. 두 회사는 전날 개최한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을 최종 승인했다.

합병 법인은 김정수 카카오키즈 대표와 김민철 야나두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는다. 김정수 대표가 회사의 경영과 조직 부문을, 김민철 대표가 브랜딩과 마케팅 부문을 책임진다.

 

카카오키즈는 100만 회원을 보유한 성인 대상 영어 교육 플랫폼인 야나두와의 이번 합병을 통해 유아동에 국한하지 않고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에듀테크 기업으로 변모한다는 계획이다.

플랫폼, 기술력,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카카오키즈는 성인 영어교육 관련 방대한 콘텐츠 및 학습케어 서비스, 마케팅 능력을 갖춘 야나두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키즈는 이번 온라인 영어 1위 브랜드인 야나두와의 합병을 신호탄으로 내년에도 다양한 교육 콘텐츠 확보에 약 300억원을 투자할 것이며 AI기반 러닝 서비스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양사의 올해 합산 매출은 약 700억원이다.

감정수 김민철 두 대표는 "4차 산업혁명에 맞춘 새로운 유형의 교육 모델을 선보이겠다"며 "내년 매출 1000억원을 시작으로 최종적으로 매출 3조원 이상의 국내 최대 종합 교육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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