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 ‘광역교통 2030’ 유감

박응식 기자 승인 2019.11.29 11:10 | 최종 수정 2019.12.04 15:28 의견 0
조재성 21세기 글로벌 도시연구센터 대표(원광대 명예교수)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철도망을 두배로 확충해 대도시권 광역교통망을 철도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지난 10월31일 발표했다. 10년을 내다보는 ‘광역교통 2030’ 비전은 출퇴근을 더 빠르게, 더 편하게, 더 싸게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 정책은 2030년까지 교통거점 간 이동 시간을 30분대로 단축하고, 환승 시간을 30% 이상, 교통 비용을 최대 30%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도시 내부에서는 트램으로, 외곽지역 이동 시에는 일반철도로 빠르게 이동해 접근성과 속도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트램-트레인’ 도입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광역버스를 대폭 확대해 버스·환승 편의증진 및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철도 중심으로 서울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체계를 개편하는 계획은 다가오는 교통기술혁명, 즉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의 도래에 조응하는 미래지향적 광역교통 비전이라고 볼 수 있는가? 아니면 현재의 철도 기술에 의존한 채 가까이 다가온 미래의 교통혁명을 수용하지 못한 구태의연한 계획인가?

우리가 맞이하게 될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에서 그 속도는 시간당 120마일(약 180㎞)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광역급행철도(GTX) 에이(A)노선 운정-동탄 구간 약 65㎞ 전 구간을 20분 정도에 주파할 수 있는 속도다. 운정에서 서울까지 30㎞ 남짓 되는 출퇴근 거리는 단 10여분 만에 통근을 가능하게 해준다.

철도와 같은 대량운송수단은 ‘포인트 투(to) 포인트’로 연결시키는 수송구조다. 집에서 출발지인 환승역까지의 최초 주행이 필요하며,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환승역에서 근무지까지 마지막 여행을 해야 하는 번거로운 여행구조를 갖는다.

그러나 자율주행 자동차는 ‘도어 투 도어’ 서비스가 가능하다. 출발지에서 탑승해서 목적지까지 여행이 “원샷”으로 종료되는 단순한 통근여행으로 이루어진다. 그에 더해 차량유지비가 저렴한 공유 자동차, 운전할 필요가 없는 자율주행 자동차, 매연 방출이 제로에 가까운 전기자동차 시대의 등장은 교통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가져오리라 예상된다.

국내 자율주행차 상용화 준비가 마무리되는 시점은 2022년쯤으로 예상된다. 기술적 성숙도와 제도 및 인프라 정비 등을 모두 고려한 완전 자율주행차 시스템이 완성되는 시점은 2030년으로 보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의 도래는 향상된 자전거와 보행인 시설, 그리고 주차장 부지 감소로 인해 도시 중심의 재개발을 활성화시킬 것이며, 이전에는 자동차를 위한 부지로 사용되던 도시 및 교외지에 개발 기회를 제공해 도시 형태를 변형시킬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은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의 발전이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각 도시들은 여전히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에 대한 대비가 잘 되어 있지 않다고 진단한다. 2015년에 25개 세계 대도시권 중 단지 2곳만 도시계획에서 자율주행 차량의 도래를 언급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자율주행 자동차가 미치는 충격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정부의 하부구조에 대한 현재의 투자와 미래 기술 간에 연결성을 갖지 못한 예산 투입을 안타까워하고 있다.오늘날 자율주행 자동차는 상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도시 형태와 출퇴근 같은 우리의 일상의 삶을 변형시키려 하고 있다.

개인자동차가 20세기적 도시 특징인 교외지 팽창을 낳았다면, 자율주행 자동차는 21세기적인 도시 개발을 지원하고, 장려할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가져올 밝은 미래는 사려 깊은 비전, 수준 높은 도시계획, 스마트한 투자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교통체계, 도시 형태, 도시 내 정주성을 불가역적으로 변화시킬 자율주행 자동차의 도래를 ‘광역교통 2030’에서 고려하지 않은 것은 실로 유감이다.

글/ 조재성 21세기글로벌도시연구센타 대표(도시계획 박사)
- 서울시립대 겸임교수
- 원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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