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음식 만들고 서빙하는 시대...외식업계에 부는 '푸드테크' 열풍

- 한국푸드테크협회, "푸드테크 시장 향후 200조원까지 전망"

박응식 기자 승인 2019.11.29 10:09 | 최종 수정 2019.11.29 10:10 의견 0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우라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오고 있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식주 가운데 음식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하루하루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첨단 ICT(정보통신기술)이 우리 음식으로 들어오기에 이르렀다.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단어이자 새로운 산업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푸드테크’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매년 국내 프랜차이즈 및 트렌드를 분석해온 한국프랜차이즈개발원이 최근 ‘2020년 프랜차이즈 창업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2020년 외식창업 트렌드를 이끌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푸드테크’를 꼽았다.

■  로봇이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는 시대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새 단장을 마친 CJ푸드빌의 패밀리레스토랑 프리미어 '빕스(VIPS) 1호점'. LG전자와 CJ푸드빌은 지난 22일 이 곳에 고객과의 일대일 대면형 셰프봇 '클로이'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빕스 1호점에 등장한 LG 클로이 셰프봇. (사진=LG전자 제공)

클로이는 직접 국수를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한다. 고객이 빕스 1호점의 국수 코너인 '라이브 누들 스테이션’에서 원하는 재료를 그릇에 담아 원하는 메뉴(쌀국수 또는 마라국수)를 선택해 셰프봇에게 건네면 셰프봇은 뜨거운 물에 국수 재료를 삶아 다시 그릇에 담고 육수를 부어 요리를 완성한다. 클로이는 1분에 국수 한 그릇을 능숙하게 조리할 수 있다. .

CJ푸드빌 관계자는 "클로이가 맡고 있는 일은 매장에서 힘들고 위험하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조리 업무에 속한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힘든 일이기도 하다. 클로이가 그 일을 하게 되면 음식점 직원들은 고객에게 좀 더 가치 있는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며 "게다가 고객은 클로이로부터 언제나 변함없는 품질의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고, 클로이가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클로이'가 음식을 직접 만드는 셰프봇이라면, '딜리'는 주문된 음식을 나르는 서빙봇이다. 

고객들이 매장에서 '서빙로봇 딜리'가 가져온 음식을 테이블로 올기고 있다. (사진=풀무원 제공)

풀무원과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성남시 분당구 소재 ‘찬장 판교라스트리트점’에 서빙봇 '딜리'를 선보였다. 딜리는 자율주행 로봇이다. 실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문자의 테이블까지 최적의 경로로 이동한다.

장애물은 전방 40㎝에서 인식하고 멈추거나 알아서 피해간다. 피해갈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죄송합니다. 길 좀 비켜주시겠어요”라고 양해를 구한다. 서빙 로봇답게 4개의 적재 트레이를 갖추고 있어 한 번에 4개 테이블에 서빙 할 수 있다. 최대 50㎏까지 적재 가능해 무거운 음식도 한 번에 서빙이 가능하다. 

박형찬 풀무원푸드앤컬처 찬장 라스트리트판교점 점장은 “딜리가 음식 나르기 등의 일손을 덜어준 덕분에 직원들이 고객 응대 등에 보다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면서 “단순 반복 업무와 디테일(응대 등) 등의 협업 효과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 급성장하는 국내 푸드테크 스타트업 생태계

국내 푸드테크(식품산업과 정보통신기술의 결합) 스타트업들이 성장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식품산업에 접목,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키는 것은 물론 사업 확장까지 가져가고 있다.

한국푸드테크협회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국에 1000여개의 푸드테크 기업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며, 지난해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났다. 향후 200조원까지 시장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대표 푸드테크 업체들은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거나 특례 상장을 준비하는 등 내실을 다지고 외연을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인용 화덕피자 브랜드인 ‘고피자’는 최근 고려대 안암점 오픈을 기점으로 50호점을 돌파했다. 지난해 가맹 사업을 개시한 고피자는 자체 개발해 특허 등록한 화덕인 ‘고븐’(GOVEN)을 활용한 1인 화덕 피자 메뉴를 저렴한 가격대로 제공하고 있으며 인도 시장에도 진출한 상태다.

고피자는 주문이 적체되지 않고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AI를 활용한 로보틱스 기술 개발에 나섰다. 여러 주문이 동시에 왔을 시 매장 근무자가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AI가 주문을 받는 시스템을 고민중이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모바일 전자식권 플랫폼 사업과 맛집 콘텐츠 빅데이터 사업을 하고 있는 ‘식신’은 내년 상반기 사업모델기반 특례(BM 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 입성을 추진중이다. 이는 번역 전문 스타트업인 플리토와 키즈 콘텐츠 스타트업인 캐리소프트에 이어 3번째로, 식신은 미래에셋대우증권을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했다.

 

식신의 주 사업분야인 ‘식신 e식권’은 식권을 모바일화한 서비스다. 기업이 직장인들에 제공하는 식권, 현금 등 식대를 모바일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에는 외식업 데이터를 구축해 맛집 검색 서비스로 시작한 식신은 성장에 힘입어 식신 e식권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놨다. 특히 식신 e식권은 같이결제, N빵 결제, 위임 등 기능을 세분화해 제공한다. 안병익 식신 대표는 “내년 3월에 지정감사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특례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찾아가는 구내식당’이라는 B2B(기업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레이팅’은 사업 전환 후 9억원 투자 유치를 비롯해 30억원 상당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았다. 2017년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서비스로 시작한 플레이팅은 지난해 8월 B2B서비스로 사업모델을 전환했다.

플레이팅의 ‘찾아가는 구내식당’ 서비스는 전문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도시락 및 케이터링 형태로 구내식당이 없는 기업에 공급한다. 임직원들은 사내 공간을 활용해 식사를 할 수 있으며, 지난 1년 간 5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총 15만 인분의 점심식사를 제공했다. 에어비앤비 등 16개 기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 상상을 뛰어넘는 해외 푸드테크 기업들

얼마 전 영국 런던에서 한 3D 프린팅 푸드 회사가 3D 프린터만으로 한 끼 코스 요리를 만들어 선보인 적이 있다. 3D 프린터에서 사용되는 필라멘트 대신 음식 퓨레를 기계에 넣어 출력한 결과물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스테이크나 디저트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샐러드까지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참석자들은 “3D 프린팅으로 만든 음식과 실제 음식의 맛이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3D프린터로 음식을 만들게 되면 요리를 못하는 사람도 조리법만 입력하면 자기만의 음식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음식에 영양소를 추가하거나 제거하는 것이 쉬워져 필요한 영양소 파우더를 3D 프린팅 재료에 추가하기만 하면 된다.

영국의 잭앤브라이(Jack & Bry)는 비건푸드를 개발하는 푸드테크 기업이다. 맛있는 비건푸드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뒤, 과일을 이용해 페퍼로니(짭조름한 소시지)를 개발해 피자 등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아로믹스(Aromyx)는 농식품 분야를 대상으로 한 빅데이터 스타트업이다. 농수산물의 맛과 향기를 정량화한 데이터로 측정 가능하게 표현함으로써 소비자가 특정 음식과 식재료의 풍미를 인지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로써 식품 원료가 오염되지 않았는지 혹은 소비자 기대에 비해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지 않는지 등의 여부를 사전에 검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프랑스의 블록체인 기술 기반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커넥팅 푸드(Connecting Food)도 눈여겨볼 만하다. B2B 고객들에게 상품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중간 과정에서 식품의 변형이나 외부적 개입이 없는지에 대한 인증을 제공해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신뢰성을 제고하고 있다. 식품안전 이슈가 되는 경우 이와 같은 솔루션이 주목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듀서 마켓은 파나마의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으로 농업 분야 가치사슬을 데이터화해 농민 및 소비자의 편의를 높이고자 한다. 농산물의 디지털 마케팅, 생산과 수확에 대한 계약, 농산물의 원산지 등을 인증하는 분산원장 등을 이용해 글로벌 농업 교역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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