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금융권 지각변동 부른다..'앱 하나로 은행간 결제' 30일부터 시범서비스

박응식 기자 승인 2019.10.28 18:24 | 최종 수정 2019.10.29 14:49 의견 0
오픈뱅킹 개념도(사진=금융결제원 제공)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모든 은행 계좌에서 출금이나 이체를 할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오는 30일부터 시범 실시된다. 은행 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결제망이 개방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하나의 앱으로 여러 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다. 

오픈뱅킹이 오는 12월에 전면 시행되면 고객의 이동성이 확대돼 은행간 고객 쟁탈전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들도 모든 은행의 결제망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단기적으로 수수료 인하를 기반으로 한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고 다양한 서비스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올해 금융권의 가장 큰 화두, '오픈뱅킹'

오픈뱅킹이란 모든 핀테크 기업과 은행이 신규 핀테크 서비스를 원활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조회, 이체 등 은행의 핵심 금융서비스를 표준화해 오픈 API(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 형태로 제공하는 공동 인프라를 말한다.

쉽게 말해 A은행 앱에서 B은행 계좌 잔액을 조회하고 출금, 송금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또 핀테크 사업자들은 일일이 개별 은행과 제휴를 맺을 필요 없이, 모든 은행의 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오는 30일 시작되는 시범서비스엔 시중은행 10곳(국민·IBK기업·NH농협·신한·우리·KEB하나·부산·제주·경남·전북은행)이 참여한다. 정식 오픈하는 12월18일부터는 일반은행 16개사에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2개사를 더한 총 18개사로 확대된다.

오픈 뱅킹에 대비해 은행들은 ‘우리 앱으로 모든 계좌가 통한다’는 이미지 굳히기에 들어갔다. 대표적인 전략이 여러 앱을 통합하는 것이다. 신한은행의 모바일 앱인 ‘쏠(SOL)’은 지난해 2월 6개로 나뉘어 있던 앱을 흡수했다. NH농협은행도 지난해 5개의 앱을 통합한 ‘NH스마트뱅킹 원업’을 내놨다.

은행들은 핀테크 기업과 손잡고 다양한 서비스도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의 ‘위비뱅크’ 앱은 타 업체에 데이터를 제공해 고객들에게 14개의 핀테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고객들은 뱅크샐러드의 소액대출 한도조회나 아톤의 증권추천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의 ‘하나원큐’ 앱은 30여 개 업체와 제휴를 맺고 있다. 고객들은 토스나 카카오페이 앱에서 하나은행 계좌를 통해 환전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필요한 기능만 담은 ‘가벼운 앱’을 내세운다. ‘리브’의 경우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송금이나 대출, 외환 등과 같은 주요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리브똑똑’은 대화형 뱅킹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마치 지점을 방문해 은행직원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 핀테크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의 땅

이번에 시행되는 오픈뱅킹은 개별 은행과 별도의 제휴 없이 핀테크 기업에 API 방식으로 자금 이체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다만 아직은 금융결제원 규약 개정사항으로 법적 근거가 미약한 상황이다. 이에 향후 금융위원회는 오픈뱅킹의 범위를 확대하고 관련법을 개정해 법제화를 추진할 전망이다.

오픈뱅킹의 가장 큰 장점은 수수료 절감이다. 오픈뱅킹서비스가 시행되면 핀테크 기업 수수료는 10분의 1 수준으로 인하된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출금이체 API 비용은 500원이지만 오픈뱅킹 비용은 50원으로, 입금이체 API는 400원이나 오픈뱅킹 시행 시 40원 수준으로 책정된다. 소형 핀테크 업체는 40원 보다 50% 낮은 비용이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투자증권 박종선 연구원은 "오픈뱅킹 서비스 시행으로 간편결제 플랫폼 업체 카카오, NHN, 네이버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결제 업체들의 수수료 부담이 낮아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는 판단이다.

또한 간편결제대행 사업자 세틀뱅크와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K뱅크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세틀뱅크는 중장기적으로 경쟁 증가가 예상되나,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개선과 관련 시장 확대가 전망된다는 설명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우 직불과 간편결제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인터넷뱅킹 고객 확보가 용이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비용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펌뱅킹 수수료를 오픈뱅킹이 시행되면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비용 절감으로 초기 핀테크 스타트업들에게도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다른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대형 핀테크 업체들은 이미 금융기관 간 연결을 모두 완료했다는 점에서 대형 업체보다는 초기 핀테크 스타트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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