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카드는 고젝이 진행 중인 시리즈 F기금에 참여해 투자하고 있다. (자료=비자카드)
[디지털머니=장원주 기자] 동남아시아의 핀테크 열풍이 뜨겁다. 동남아시아 '투톱' 승차 공유업체인 그랩(Grab)과 고젝(Go-Jek)으로 대표되는 핀테크 열풍은 국내 은행권은 물론 글로벌 '큰 손'들의 주요 투자처가 됐다. 이들 업체들은 승차 공유에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금융도 태워드려요'라는 모토로 핀테크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비자카드는 지난 7월 고젝이 진행 중인 시리즈 F기금에 참여해 투자키로 했다. 두 기업은 인도네시아를 비롯 동남아 전역에 다양한 비현금성 결제 수단을 제공하고 원활한 결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로 고페이가 동남아 시장 전역으로 더욱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양사는 파트너 십을 통해 동남아시아 소비자 중 디지털 채널 결제를 선호하는 계층뿐 아니라 금융 서비스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소비자까지 겨냥할 수 있는 혁신적 결제 솔루션을 개발하는데 합의했다.
그랩은 올 초 소프트뱅크비전펀드 14억6000만달러(1조7000억원)를 투자받는 등 2014년부터 계속해서 소프트뱅크의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국내 금융권도 양 사에 투자하고 있다. KB금융은 KB글로벌플랫폼펀드를 통해 그랩에 투자하고 있다.
동남아는 핀테크가 활성화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을 지니고 있다. 인구의 절반 가량이 30대 이하 인구를 차지하고 있고 그에 따른 모바일 확산 속도가 빠르다. 전통적인 화폐경제에 머물러 있어 디지털금융이 태동기라는 점이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어 오토바이 택시를 뜻하는 ojek에서 유래한 고젝은 지난 2010년 인도네시아에서 설립됐다. 2018년 해외에 진출해 현재 베트남 , 태국에서 활동 중이다. 올해 1월에는 그랩의 근거지인 싱가포르에도 진출했다. 고젝의 가장 큰 장점은 동남아 인구의 5분의 2에 해당하는 인구 2억6000만명을 근거지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랩은 고젝보다 다소 늦은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설립됐지만 일찍이 다국적기업으로 진출해 안착화에 성공했다. 현재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고젝과 경쟁국가 4국) 및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의 8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랩의 영향력은 지난해 우버가 그랩과의 가격전쟁 후 그랩의 27.5% 지분을 가지고 말레이시아에서 철수한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경쟁업체이지만 두 업체의 공통점이 많다. 양 사 모두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졸업생이 설립했다. 1억건 이상 다운로드된 앱을 보유하고 있으며 승차공유 앱에서 시작해 배달, 음식 주문 등 다른 물류 사업으로 확대했다. 데카 유니콘 기업(100억달러 이상의 가치)이라는 점도 같다.
양 사가 제공하는 대표적인 서비스는 모바일 앱 충전이다. 운전자는 승객에게 요금 외에 여분의 현금을 받아 승객 앱에 충전(top-up)을 해준다. 최근에는 키오스크와 편의점 등에서 디지털 지갑에 현금을 충전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결제 시장에도 진출해 QR코드 결제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느린 가맹점 모집 속도는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그랩은 비현금 지급(cashless) 사용자가 현금 지급 사용자보다 두 배나 많은 거래를 하고 있으며 한 개보다 여러 개의 서비스를 사용할 가능성이 30% 더 높다고 밝혔다. 그랩 푸드 이용시 일반적으로 거래가 20~30% 증가하고 그랩 페이 이용시 비용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홍보하고 있다.
최근에서는 금융서비스업으로 확장해 중소기업 대출과 소액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양 사는 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 점수를 산정하고 앱내 지갑에서 결제를 받아 채무불이행 위험을 줄이고 있다.
루벤 라이 그럅 파이낸셜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나 온·오프라인에서 지급결제 및 각종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갑을 만드는 것"이라며 "은행 고유의 업무에 진출하는 것(대출실행, 보험계약 등)보다 앤트파이낸셜과 같이 은행들의 파트너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알디 하리오프라토모 고페이(고젝의 간편결제 서비스) 대표는 "은행에게 고페이는 위협이 아니라 파트너라고 설득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며 “우리는 은행의 방식대로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은 단지 시장의 30%만 가지고 있다"며 "나머지 70%가 더 있고 이것이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고페이가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사람들 간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남아시아인의 75-80%가 은행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이 글로벌 기업들이 양사에 투자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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