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느는데 반도체는 없고...발목 잡힌 中 전기차 산업
차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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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3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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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머니=차연준 기자]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으로 완성차 업계가 아우성인 가운데,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잡은 중국의 고민이 깊어진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소비는 회복세를 넘어 폭증하는데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로 진행돼온 반도체 육성은 고성능 칩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전기차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중국자동차공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내수 자동차 생산대수는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71.6% 증가한 246만대였다.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2년 전보다는 오히려 떨어졌다. 반도체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모든 차량에는 반도체가 들어간다. 최신식 자동차의 경우 대당 100개 넘는 반도체가 사용된다고 업계는 추산한다. 자동차의 두뇌인 ECU를 비롯해 다양한 시스템을 탑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배터리와 자율주행을 채택하는 전기차는 성능이 더 뛰어난 반도체를 요구한다.
반도체 품귀가 대륙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개발이나 생산, 유통 면에서 세계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은 중국으로서는 애가 탈 만하다. 엔진차량 분야에선 변방 취급을 받던 중국은 오래 전부터 국가 주도로 전기차 개발에 매달려 미국과 유럽,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상승세를 탔을 때 2위와 격차를 벌리려는 중국으로선 고민이 크다. 지리나 니오, 비야디 등 중국 전기차 업체의 수장들이 대만과 일본을 돌며 반도체 수급에 나섰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해외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투자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생산한다 하더라도 자국 공급이 우선이다.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를 예로 들면, 이들이 당장 생산을 늘리더라도 구멍이 난 내수수요부터 채울 가능성이 높다. 뭣보다 중국 수출을 대만 정부가 손 놓고 볼 리가 없다.
고민은 깊어 가는데 해결책은 없어 결국 감산이 길어질 전망이다. 니오의 경우 월 전기차 생산대수를 이미 7000여대로 줄였다. 업계에 따르면 이 업체가 생산 가능한 전기차 대수는 한 달 평균 1만대다. 다른 국가 업체처럼 공장이 쉬게 될 수도 있다.
중국으로서는 국산 반도체 사용이 대안이지만 이마저도 어렵다. 통계를 보면 중국 반도체 국산화 비율은 현재 20%를 밑돈다. 대부분 해외 제품을 사용한다. 중국 정부가 국산화 비율을 대폭 늘릴 방안을 내놓은 지 몇 해가 흘렀지만 반도체를 위시한 핵심 IT분야의 미국 수출길이 막혀있는 등 과제가 적잖다.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등의 글로벌 공급망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고 밝히면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미래가 더 복잡해졌다. 미국의 이번 정책이 이미 수출길이 막힌 중국과 당장 연관은 없지만 한국이나 일본, 유럽 등 경쟁 시장의 반도체 및 배터리 수급에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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