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온실가스인 메탄을 유용한 화학원료로 직접 바꾸는 실험을 인공지능으로 가상 수행한 후 실험실에서 검증한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실증됐다.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은 1000도가 넘는 고온, 가스 속도, 압력 등 조건이 까다로운 실험을 실험실에서 직접 수행한 후 250개의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1만여 번 이상 가상 수행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기존보다 수율을 10% 이상 높이고 이를 실험실에서 직접 검증한 사례다.
원하는 생성물의 수율은 높이고 부산물의 생성을 최소화하는 조건을 찾기 위해 사용된 인공 꿀벌 군집(Artificial Bee Colony) 알고리즘 그림. 'Reaction Chemistry & Engineering' 저널 뒷표지로 사용된 이미지. [자료=한국화학연구원]
■ 상용화 근접 기술 보유 국가는 美, 中, 한국 등에 불과
한국화학연구원 화학플랫폼연구본부 장현주·김현우 박사팀과 화학공정연구본부 김용태 박사팀은 22일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밝혔다.
연구 결과, 인공지능의 기계학습과 인공 꿀벌 군집 알고리즘을 활용해 온실가스인 메탄을 유용한 화학원료(에틸렌 등)로 직접 바꾸는 가상 실험을 수행해 인공지능 활용 전보다 10% 이상 높은 수율을 얻었다.
이번 실험에 쓰인 에틸렌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며, 화학 산업에서 가장 많은 양이 활용된다. 에틸렌은 범용 플라스틱, 비닐부터 시작해 합성고무, 각종 건축자재, 접착제나 페인트까지 일상의 대부분에서 원료로 활용되고 있다.
메탄은 석유화학 공정과 셰일 가스에서 나오는 물질이다. 전세계 연간 메탄 발생량 9억톤 중 92.2%가 난방이나 발전용으로 사용되고, 화학원료로 사용되는 것은 7.8%에 불과하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메탄을 화학원료로 전환해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메탄을 산소 투입 없이 화학원료로 직접 바꾸는 촉매공정은 기술수준이 매우 높고 부산물이 많이 나와 상용화되지 못했다. 지난 2019년 화학연 김용태 박사팀에서 부산물 거의 없이 5.9%의 수율을 기록했다. 이후 후속 연구와 인공지능 연구 협업을 통해 2019년 수율의 2배인 13%를 달성한 것이다.
상용화를 위한 기본 수율은 보통 학계에서 25% 이상, 부산물 선택도(전환된 메탄 대비 생성되는 부산물의 비율)는 20% 미만으로 예측한다. 부산물(숯)이 공정의 파이프라인에 쌓이면 환경문제와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수율은 높이면서 부산물은 적게 내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세계에서 상용화에 근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중국, 우리나라 일 정도로 극소수다.
한국화학연구원에서 회원제로 운영하는 웹기반의 촉매 데이터 플랫폼의 로그인 화면. [자료=화학연구원]
■ 가상 실험 데이터 ‘인공 꿀벌 군집 알고리즘’ 적용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이 직접 실험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따라서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직접 실험한 250개의 반응 데이터를 수집해 기계학습 모델을 학습시켰다. 인공지능은 기계학습 모델을 통해 스스로 온도, 속도, 압력, 반응기 구조 등 여러 조건을 미세하게 조절하며 1만여 개가 넘는 가상 조건을 만들고 실험 결과물을 냈다.
연구팀은 이렇게 얻어진 가상 실험 데이터를 인공지능의 ‘인공 꿀벌 군집(Artificial Bee Colony) 알고리즘’에 적용했다. 자연에서 꿀벌 군집은 꿀이 있는 지역을 탐색하고, 꿀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구체적 정보를 수집하며, 수집된 정보들에서 꿀이 많은 곳을 알아내 꿀을 찾고 모은다. 이와 비슷하게 인공 꿀벌 군집 알고리즘도 여러 가상 실험 조건을 탐색하고, 어느 조건에서 어떤 실험 결과가 나오는지 구체적 정보를 수집한 후, 그 정보들에서 더 좋은 실험 결과가 나오는 조건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총 세 단계를 거친다.
연구팀은 인공지능으로 수율은 높으면서 부산물은 적게 나오는 실험 조건을 찾아냈고, 이를 실제로 직접 실험해 오차 범위 안에서 검증했다. 본 연구성과는 Reaction Chemistry & Engineering에 논문 뒷표지로 선정됐다. 연구팀은 논문 투고 이후에도 인공지능 활용 연구를 계속해 현재 메탄의 에틸렌 직접전환 수율을 20%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화학연 화학플랫폼연구본부 화학데이터기반연구센터 장현주 본부장은 “공정이 까다롭고 변수가 많은 연구분야에서 250번의 실험과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아주 짧은 시간에 높은 수율의 반응 조건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 개발된 인공지능 기술은 다양한 화학 반응 조건을 가상 환경에서 찾을 수 있어서 앞으로 화학 산업에서 중요한 여러 반응에 바로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성과의 의의를 밝혔다.
한편 화학데이터기반연구센터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화학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데이터 수집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현재 촉매 분야 외에도 열로 전기를 만드는 열전소재,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재 등 다양한 응용 연구를 위해 맞춤형 데이터 수집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화학소재 개발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화학연구원과 한국연구재단의 C1가스리파이너리 사업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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