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타쿠노믹스' 재조명..'집콕 현상' 세계경제 패러다임 바꿔

김정태 기자 승인 2021.01.29 06:00 | 최종 수정 2021.01.29 20:34 의견 0

분야별 오타쿠 추정 인원 수, 단위 만명 [자료=야노경제연구소, KOTRA]

[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야기된 이른바 '집콕 현상' 때문에 일본의 오타쿠노믹스(오타쿠 경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일본의 오타쿠 인구는 연인원 2700만명이라는 데이터가 있다. 야노 경제 연구소가 2018년에 만화, 애니메이션, 아이돌 등 21개 분야를 추계한 수치다. 관련업계의 통계 데이터를 더해보면 오타쿠 시장 톱3의 온라인게임, 만화, 아이돌 장르 부분에서만 연간 4조원 규모에 이른다.

오타쿠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해당 콘텐츠를 활용한 파생상품에 대한 수요 또한 높다고 할 수 있다. 변화하고 있는 일본 오타쿠시장, K-컬춰를 활용한 우리 기업의 진출이 기대되는 이유다.

■ 2030년 일본 전체 인구 30~40%까지 오타쿠 증가 예상

29일 코트라와 업계에 따르면 오타쿠(オタク)'는 상대방, 혹은 제 삼자의 집을 높여 부르는 말 '귀댁(お宅, おたく)'이라는 일본어에서 유래했다. ‘오타쿠’라는 단어가 공식적으로 언급된 것은 1983년이다. 일본의 칼럼니스트 나카모리 아키오[中森明夫]가 로리콘만가지[ロリコンマンガ誌]에 6월부터 8월까지 게재한 칼럼에서 처음으로 ‘오타쿠’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초기에는 ‘애니메이션, SF영화 등 특정 취미·사물에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분야의 지식이 부족하고 사교성이 결여된 인물’이라는 부정적 뜻으로 쓰였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부터 점차 의미가 확대되어, ‘특정 취미에 강한 사람’, 단순 팬, 마니아 수준을 넘어선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긍정적 의미를 포괄하게 되었다. 한국에도 오타쿠라는 말이 들어와 ‘오덕후’, 줄여서 ‘덕후’로 변형돼 쓰이고 있다.

80년대에 애니메이션·게임·만화 등 무언가 한 분야에 굉장히 심취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되는 말이다. 당초에는 이질적인 취미 취향을 가진 '특이한 사람들'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받아왔다. 40년이 지난 현재는 세대나 성별에 관계없이 개인의 취미를 깊게 추구하는 다양한 분야의 '오타쿠'가 탄생해 긍정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오타쿠 인구는 2020년 기준 1866만 명(5명당 1명, 남녀비율 6대4)으로 알려져 있다. 오타쿠 시장의 주요 연령대는 20~30대로, 2030년에는 인구 감소를 감안해도 오타쿠 인구가 30~40%(3명당 1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Z세대 젊은이 사이에서는 '오타쿠'라는 말을 '동지'나 '○○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사용해 '특정한 대상이나 취미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변화됐다. NHK 보도에 따르면 현재 대학생의 60%가 자신을 뭔가의 '오타쿠'로 자칭하고 있으며, 여고생의 80%가 오타쿠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지속으로 최근에는 가벼운 정도의 '라이트 오타쿠'의 출현에 따라 오타쿠 인구가 늘어난 셈이다.

[자료=야노경제연구소, KOTRA]

■ 아이돌 분야 1인당 연간소비 10만엔 넘어 '효자 산업'

일본의 중고품 거래 사이트 '라쿠마(라쿠텐 계열사)'가 독자적으로 실시한 조사한 결과, 최근 여고생 사이에서 아이돌 관련 상품 수요는 급증했다. 실제로 여고생의 80% 이상이 자신의 취미활동을 “○○오타쿠“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소비성향은 음악 및 영상 구매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열정적으로 좋아하거나 응원하는 아이돌의 악수권 및 브로마이드나 카드 등의 특전을 획득하기 위해 같은 CD를 대량으로 구매하거나 프리미엄 가격으로 관련 상품을 구입하는 '덕질'에 얼마나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지를 경쟁하는 케이스도 있다.

여고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오타쿠의 인상'에 대해서는 '존경스럽다(67.9%)', '좋아하는 것 하나에 몰두하는 모습이 좋아보인다(13.5%)'와 같이 호의적인 응답이 80%를 넘어 젊은이들 사이에서 '오타쿠'는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야노경제연구소가 조사한 각 분야의 '오타쿠' 인구 확대 추계에 따르면 1위 만화(책·전자) 약 640만명, 2위 애니메이션 약 598만명, 3위 아이돌 약 280만명, 4위 온라인게임 약 216만 명이다.

또한 오타쿠 시장의 연간 평균소비 1위는 아이돌(10만 3543엔) 분야이며 1인당 연간소비는 10만 엔이 넘는 압도적인 효자 산업이다. 이어 2위 코스프레(6만 8114엔), 3위 철도모형(6만 3854엔), 4위 피규어(4만 7548엔), 5위 온라인게임(4만 5869엔) 순으로 연간 소비가 높다. 4위의 온라인 게임의 경우 무료로 시작할 수 있지만 과금이나 게임 아이템 구입으로 지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만화(2만 541엔)·애니메이션(2만 308엔) 분야에 있어서는 시장 규모 및 인원 수는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작품 감상이 TV나 인터넷으로 가능하며 관련 상품 비용도 저렴하고 손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1인당 지출은 낮다.

일본 인구의 66%(이용자 8400만 명)을 차지하는 'LINE'은 한국 온라인게임 및 전자코믹을 선보이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K-팝, K-무비에서 파급된 한류 열풍이 콘텐츠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SNS를 중심으로 한류 콘텐츠의 확산이 이어져 새로운 장르의 '한류 오타쿠'가 탄생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자료=야노경제연구소,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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