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도, 잘라도 작동 '자유자재' 이차전지 국내 개발..KBSI·화학硏 등 공동연구

웨어러블 전자기기·드론·전기차 등 활용 "발전 가능성 무궁무진"

김정태 기자 승인 2021.01.13 11:01 | 최종 수정 2021.01.13 11:17 의견 0

[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 이차전지’의 용량과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자유변형이 가능한 기술이 개발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실험실 수준에 머물렀던 전고체 이차전지의 상용화에 한걸음 더 다가설 전망이다.

특히 웨어러블 전자기기와 드론, 전기자동차에 활용되는 중대형 이차전지 모두에 적용할 수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고체(All-Solid-State) 이차전지는 기존 이차전지에 사용되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해 안전성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차세대 배터리다.

전고체 이차전지의 내부구조 모식도(왼쪽). 넓은 면적의 단일 셀들이 적층됐음에도 전지의 자유변형이 가능하다. 자유롭게 구부리거나, 잘라 내거나, 전지의 내부를 공기 중에 노출시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전고체 이차전지(오른쪽) [자료=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 차세대 배터리 ‘전고체 이차전지’ 새로운 가능성 제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한국화학연구원, 성균관대학교, 전남대학교, 인하대학교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안전하고 자유변형이 가능한 전고체 이차전지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소재분석연구부 김해진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전고체 이차전지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했기 때문에 기존의 액체 전해질 이차전지에서 발생하는 폭발 가능성 자체가 원천 차단돼 안전하다. 특히 전지를 절단하거나 전지의 외부 파우치를 열어 내부를 공기 중에 노출시켜도 안정적이었다.

또한 1mm 이하 두께로 얇게 제작된 전지는 구기거나 자르는 등 극한의 변형에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자유변형이 가능한 특성 때문에 웨어러블 전자기기 디자인의 자유도를 높여줄 기술로 평가된다.

성능 확인을 위해 제작된 100mAh 용량의 전고체 이차전지는 500회 충·방전 및 굽힘 테스트 1000회 진행 후에도 90%의 용량을 유지했다.

연구팀은 "이번 전고체 이차전지 개발을 위해 양극 및 음극 소재, 집전체, 고체 고분자 전해질 소재의 신규 개발과 기존 소재의 성능 개선을 동시에 수행해 소재 기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특히 연구팀은 리튬이온을 전극 내부까지 원활히 이동시킬 수 있는 복합 전극 기술과 계면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셀 조립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넓은 면적에 적용하기 위한 파우치 형태의 '풀셀(Full Cell)' 전고체 이차전지 제조기술 및 다수의 단일 셀들을 하나의 셀스택 안에서 직렬 혹은 병렬로 연결하는 적층기술을 확보했다. 풀셀은 양극재와 음극재가 셀의 양측에 위치하는 셀로 완전셀이라고도 한다.

넓은 면적의 단일 셀들을 쌓았음에도 전지의 자유변형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기존의 전고체 이차전지 기술에서 진일보한 결과이다. 이러한 대면적 적층기술은 대용량 및 고전압 구현을 통한 고성능 전고체 이차전지 개발에 필수적이다.

굽힘 테스트(직경 10mm)를 1000회 진행한 후에도 높은 용량을 유지했다. [자료=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 KBSI "향후 10년 이내, 성능 한계 도달 기존 기술 대체"

또한 이번에 개발된 전고체 이차전지는 기존의 이차전지 제작 공정을 그대로 활용해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실수요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전고체 이차전지의 상용화가 한층 더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발 및 성능평가에는 실시간 엑스레이(X-ray) 회절 분석법과 핵자기공명 분석법을 활용했다. 이 때문에 작동 중인 배터리 내부 소재의 구조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했으며 소재를 최적화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분석법은 전지의 작동원리에 대해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고체 이차전지뿐만 아니라 ‘리튬-황 전지’, ‘리튬-공기 전지’ 등 다양한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에 적용할 수 있다.

이번 공동연구에서 KBSI는 연구과제를 총괄하며 양극 소재 개발 및 전고체 이차전지 조립을 담당했다. 한국화학연구원(김동욱 박사 연구팀)과 인하대학교(육지호 교수 연구팀)는 고체 고분자 전해질 소재를 개발했다. 성균관대학교(박호석, 손성욱 교수 연구팀)와 전남대학교(전영시 교수 연구팀)는 음극 소재 개발, 유연 집전체 개발 등을 담당했다.

이번 연구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창의형 융합연구사업으로 진행됐다. KBSI는 주관 기관으로 2015년부터 5년 동안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과정에서 SCI급 논문 65편을 게재했다. 특허출원 46건(해외 8건 포함), 특허 등록 21건(해외 3건 포함) 등의 성과도 거뒀다.

KBSI 김해진 책임연구원은 “이 기술은 향후 10년 이내에 성능 한계에 도달할 기존 기술을 대체할 수 있다"면서 "웨어러블 전자기기와 드론, 전기자동차에 활용되는 중대형 이차전지 모두에 적용 가능해 미래 이차전지 산업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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