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그룹, 코로나 확산 덕 봤다..'2008년 위기' 이후 최대실적 전망

자본시장硏 "트레이딩 수익 증가, 소매·상업은행 부정적 영향 상쇄"

김정태 기자 승인 2020.12.24 06:00 의견 0

[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올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세계 실물경제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골드만삭스 등 다수의 글로벌 금융그룹들은 오히려 수혜를 입고 있다.

일부 금융그룹은 4분기에 큰 이변이 없는 이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향후 트레이딩 추가 수익과 소매·상업은행 사업부문의 축소 규모에 따라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스 팬데믹(대유행)의 장기화 속에서도 오는 2021년에는 2020년의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트레이딩 수익은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경제활동의 정상화 과정에서 기업 자금조달, M&A, 구조조정 등 투자은행 사업 관련 수익은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3분기까지 9개월 간 주요 글로벌 금융그룹의 누적 수익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의미 있게 늘어난 모습이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 코로나19 환경 속 기대 이상 성과..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24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발표된 올해 4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주요 금융그룹의 수익은 전년 대비 증가세를 기록중이다. 코로나19가 주요 금융그룹의 소매·상업은행 사업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시장의 변동성 증가에 따른 트레이딩 사업 수익의 증가는 이를 충분히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연초에만 하더라도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이 사회 및 경제적 활동을 위축시키고, 경기침체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금융그룹의 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결과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모습이다. 다수의 글로벌 금융그룹은 우수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오히려 코로나19의 환경에서 수혜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2020년 4분기의 경우 상당수 글로벌 금융그룹은 애널리스트(analyst)의 예상을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s surprise)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그룹의 3분기까지의 9개월 간 누적 수익도 전년 동 기간에 비해 의미 있게 늘어났다. 이러한 실적은 금융그룹의 트레이딩 사업 수익이 크게 증가한데 기인하며 대부분의 사업과는 달리 트레이딩 사업에서는 불확실성의 증대가 기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코로나19는 글로벌 금융그룹의 소매ㆍ상업은행 사업에는 대손충당금 증가를 야기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글로벌 금융그룹 간에는 사업구조에 따라 실적 차이가 나타난다.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 (자료=픽사베이)

■ 골드만삭스 23.8%·모건스탠리 13.1%·UBS 11.2% 수익 증가

2020년 코로나19의 환경이 9개 주요 금융그룹의 실적을 살펴보면 글로벌 금융그룹에 미친 영향을 알 수 있다. 이들 9개사는 투자은행, 트레이딩, 자산관리, 자산운용 및 소매ㆍ상업은행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대표적 금융그룹에 속한다. 2020년 1~3분기의 누적 수익은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제외하고 모든 금융그룹이 전년 동 기간에 비해 의미 있게 증가했다.

골드만삭스(23.8%), 모건스탠리(13.1%) 및 UBS(11.2%)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전년 동 기간에 비해 수익이 10% 이상 증가한 우수한 실적을 달성했다. JP 모건(3.7%), 씨티(3.4%), 바클레이즈(3.0%) 등 소매ㆍ상업은행 사업 비중이 높은 투자은행도 올해 누적 수익이 전년 대비 3% 이상 증가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금융그룹별로 차이를 보인다. 모건스탠리(12.6%), UBS(37.4%), 크레딧스위스(17.7%) 및 도이치뱅크(101.5%)는 전년 동 기간 대비 수익 증가가 순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JP 모건(-39.1%), 뱅크오브아메리카(-41.5%), 씨티(-51.0%) 및 바클레이즈(-26.6%)는 양호한 수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매ㆍ상업은행 사업에서의 대손충당금 비축으로 순이익이 전년 동 기간에 비해 큰 폭 감소했다.

여기에 골드만삭스는 2020년 3분기까지 누적 수익은 9개 금융그룹 중 가장 크게 증가했다. 다만 순이익은 오히려 22.2% 감소했는데, 이는 말레이시아 1MDB 사건과 관련된 벌금 및 법률비용에서 비롯된다.

자기자본이익률(ROE, return on equity)도 금융그룹 간에 차이를 보인다. 글로벌 금융그룹의 2020년 1~3분기 누적 평균 ROE는 8.7%로 전년 동 기간 평균인 7.4%에 비해 1.3%p 증가했다. 9개 금융그룹 중 5개사는 전년 동 기간에 비해서 ROE가 높아진 반면, 4개사는 ROE가 낮아진 모습을 보인다.

특히 트레이딩 사업에 힘입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및 UBS는 2020년 34분기까지 10%를 상회하는 ROE를 기록했다. 2019년 마이너스 ROE를 기록했던 도이치뱅크와 바클레이즈도 2020년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ROE가 개선됐다. 이런 가운데 JP 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및 씨티는 대손충당금 증가로, 크레딧스위스는 자산관리 사업 부진으로 전년 동 기간 대비 ROE가 감소했다.

9개 금융그룹 중 5개사는 전년 동 기간에 비해서 자기자본이익률(ROE)가 높아졌다. 4개사는 ROE가 낮아졌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 자금조달, M&A, 구조조정 등 투자은행 수익 증가 가능성

2020년 글로벌 금융그룹의 실적은 트레이딩과 소매·상업은행 사업부문에 따라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년 동 기간 대비 2020년 1~3분기 누적 기준 9개 글로벌 금융그룹의 사업부문별 평균 수익 증감률은 투자은행 12.5%, 트레이딩 36.3%, 자산관리 1.2%, 자산운용 4.0%, 소매ㆍ상업은행 -2.0%로 나타난다. 이와 같은 사업부문별 실적의 차이는 개별 금융그룹의 사업구조와 결합돼 수익의 증감을 설명한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도이치뱅크 및 바클레이즈의 경우 트레이딩 수익 비중이 30%를 상회하는 반면, JP 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및 바클레이즈는 소매ㆍ상업은행 수익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2020년은 투자은행ㆍ트레이딩 중심 금융그룹에는 유리하고, 소매·사업은행 중심 금융그룹에는 다소 불리한 한해였다.

그러나 2021년에도 올해와 같은 상황이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최근 미국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이미 일부 제약회사의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에 접어든 상황으로 내년에는 시장의 변동성이 올해에 비해 줄어들고 경제활동도 정상화 궤도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그룹의 트레이딩 수익은 다소 감소하고, 소매ㆍ상업은행 수익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원 측은 "코로나19가 남긴 실물경제의 충격으로부터 회복하는 과정에서 기업 자금조달, M&A, 구조조정 등 투자은행 사업 관련 수익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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