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우주'라 불리는 인간의 몸..뇌 구조와 은하계 구조 '닮은꼴' 연구 발표

이성주 기자 승인 2020.12.02 20:33 의견 0
전자현미경으로 본 40배율 소뇌 단면(왼쪽)과 가로·세로가 각각 3억광년인 우주 시뮬레이션 구조(오른쪽). (자료=볼로냐 대학교)

[디지털머니=이성주 기자]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뇌 과학'은 인류 최후의 미스터리라고 불린다. 아직 밝혀내지 못한 생명의 신비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의 두뇌에서 어떻게 의식이 형성되는지는 과학계의 오래된 미스터리로 자리한다.

최근에는 인간의 뇌 구조와 은하계 구조가 '닮은꼴'이라는 연구가 발표됐다. 해당 연구는 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피직스’(Frontiers in Physics) 11월 온라인판을 통해 공개됐다. 우주 역시 인류에게는 미스터리 가득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유튜브 채널 '신박과학'은 '과학자들은 우리의 뇌와 우주의 구조에서 이상한 공통점을 새롭게 발견했습니다'라는 영상을 통해 이번 발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인간 뇌와 은하계, 뉴런과 은하들 '네트워크' 유사해

최근 볼로냐대 천체물리학자와 베로나대 신경외과 의사로 이뤄진 연구팀은 은하 네트워크와 뇌 신경세포 네트워크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조사했다. 그리고 두 시스템은 크기에서는 27 자리수 이상의 엄청난 차이가 나지만 내부 구조는 매우 비슷하다는 걸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뇌와 은하계를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가장 먼저 발견된 포인트는 복잡한 네트워크다. 인간의 뇌는 860억~1000억개의 뉴런과 100조개의 시냅스가 연결된 매우 복잡한 세계다. 이 가운데 소뇌엔 약 690억개의 뉴런이 연결돼 있다.
이것과 비교해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약 1000억개 이상의 은하가 포함되어 있다. 뉴런과 은하들은 모두 필라멘트를 통해 복잡하면서도 규칙적인 구성으로 연결돼있다.

또한 뉴런과 은하의 크기는 필라멘트 길이 대비 유사한 비율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 은하와 뉴런 사이에서 흐르는 정보와 에너지 또한 각 시스템의 전체 질량과 에너지의 25% 정도를 유지한다.

■ 70% 이상의 간접 영향 '구성 물질' 그리고 분포도 변화

뇌와 우주의 유사성에는 구성 물질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연구진은 뇌와 우주의 핵심을 이루는 뉴런과 은하의 질량 비중이 전체의 30% 안팎으로 비슷하다는 걸 발견했다. 이밖에 뇌는 약 77% 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우주는 약 72%의 암흑물질로 구성됐다. 물과 암흑물질은 뉴런과 은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구성 물질의 많은 양을 차지한다.

또 연구진은 두 시스템의 공간 분포도 변화를 주목했다. 인간의 소뇌 피질 조각과 우주의 그물 구조를 잘게 잘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한 것. 실험 결과 연구진은 뉴런의 분포도 변화가 은하 분포도 변화와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좁은 공간에서 넓은 공간으로 확장했을 때 두 분포도 변화가 일치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 필라멘트 연결 수도 유사..비슷한 네트워크 역학 작용 가능성

유사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은하와 뉴런에 연결된 필라멘트 수도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우주의 그물 구조에서 은하는 평균 3.8개부터 4.1개까지의 필라멘트와 연결돼 있다. 뉴런은 평균 4.6개에서 5.4개 필라멘트와 연결돼 있다. 또한 두 시스템 모두 중앙에 있는 은하와 뉴런을 중심으로 하고 주변을 향해 퍼져나가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이러한 유사성이 우주가 어떤 거대 생물의 뇌이거나 지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연구진은 논문 서문에서 “이번 분석은 실제 연결성이 아닌 단순 근접성에 기반한 유사성을 분석한 것”이라며 “이번 분석에서 드러난 유사성은 두 시스템이 형성되는 과정과 규모는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그럼에도 비슷한 네트워크 역학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논문 공동저자인 알베르토 펠레티 베로나대 신경외과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은하계와 뇌 신경에 작용하는 물리적 힘은 엄청난 차이가 나지만 아마도 두 네트워크 내의 연결성은 비슷한 물리적 원리에 따라 진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디지털 세상을 읽는 미디어 ⓒ디지털머니 | 재배포할 때에는 출처를 표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