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업계가 비대면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디지털 혁신에 힘을 쏟고 있다. 내년에는 이같은 경쟁에 핀테크 기업까지 가세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전망이다. 사진 위는 토스증권, 아래는 카카오페이증권. (자료=각 사)
[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맞아 전 세계에서 디지털 증권사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우리나라도 핀테크 기업들의 증권업 진출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종합 증권사와 핀테크 기업의 디지털 증권사 사이에 고객 확보를 위한 경쟁이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국 증권 브로커리지(중개) 시장은 42조 9000만달러(약 4경 6351조원) 규모다. 지난 2008년 이후 연평균 10.3%의 높은 성장율을 기록중이다. 투자자 중 가계의 비중은 37.6%로 개인의 주식투자가 활발해진 것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디지털 증권사가 대세로 떠오를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 국내 테크핀 기업들, 브로커리지 서비스 출시로 '포문'
2000년 설립한 키움증권은 국내 최초의 '지점없는 인터넷 증권사'란 컨셉트로 영업의 포문을 열었다. 최저 수수료 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설립 2년만에 개인 주식시장에서 7.2%의 점유율을 확보한 후 2019년 말 기준 시장점유율 29.2%로 1위를 차지했다.
디지털 증권업에만 집중하는 미국의 디지털 증권사와는 달리 키움증권은 리테일 영업을 통해 시장 인지도를 넓혔다. 이를 통해 사업 영역을 점차 확대해 현재는 기존 증권사와 동일한 사업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키움증권의 2019년 사업 부분별 영업수지 비중은 리테일 56%, IB 23%, 자기매매 11%의 순이다.
최근 들어서는 카카오, 토스 등 핀테크 기업들의 증권업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2월 카카오가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카카오페이증권으로 사명을 바꿨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서비스 개시 4개월만에 계좌개설 140만건을 기록했다. 연령대별 고객 비중은 20대 31.3%, 30대 30.8%, 40대 21.9%, 50대 9.5%다. 20~30대 고객층이 전체의 60%를 넘어서는 모습이다. 현재 카카오페이증권에서는 펀드와 보험상품 가입만 할 수 있지만 주식투자 등 제공 서비스 범위를 점차 늘릴 것으로 보인다.
내년초 국내 증권시장에서 12년만에 '토스'라는 이름의 새 증권사도 출범한다.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모회사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는 1호인 카카오페이증권에 이어 토스증권이 두번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토스증권에 대한 '본인가안'을 심의·의결했다. 금융위 심의가 통과되면서 토스증권은 내년 초부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토스 증권사가 정식 설립되면 지난 2008년 IBK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 이후 첫 신규 증권사의 시장 진입이다.
증권가에서는 토스 증권이 국내 증권업계에 미칠 영향이 카카오페이증권보다 더 클 것으로 내다본다. 토스 증권은 출범 초기부터 주식 브로커리지 시장에 진출하며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예고하기 때문이다.
국내 테크핀 기업가 잇따라 브로커리지 서비스 출시를 선언하면서 디지털 채널을 통한 신·구 증권사 간의 영업 주도권 다툼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획기적인 가격 경쟁력 확보, 우수한 디지털 환경 제공 등 새로운 시장을 주도하는 디지털 증권사가 점유율 측면에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 기존 증권사도 비대면 계좌·유튜브 채널 확대 등 다양화
올해 확산한 코로나19는 종합 증권사에 언택트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내년에는 디지털 증권사도 시장에 가세해 더욱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다. 종합 증권사들은 순환적 회복을 예상했다. 정부가 재정정책을 펼치며 교역이 확대되면 선진국, 대형 기술주뿐만 아니라 신흥국, 경기민감주까지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를 바탕으로 하이투자증권은 2021년을 ‘전환경제’로 규정했다. 전환점은 네가지로 꼽았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 ▲중국 정부 내수 부양·기술 독립으로 정책 교체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밸류체인 변화 ▲'탈 탄소'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등이다.
이에 비춰 향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디지털 증권사의 '창'에 맞서 비대면 온라인 채널 강화라는 '방패'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비대면 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는 계좌 개설이다. 코로나19로 직접 접촉이 어려워지자 기존 증권사들은 앞다퉈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서비스 개선은 물론 투자지원금 등 혜택까지 제공한 결과, 비대면 계좌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모집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채널 키우기에 나선 곳도 있다. 삼성증권과 키움증권, 미래에셋대우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를 위한 콘텐츠나 ETF 투자 콘텐츠 등 기획물 업로드와 실시간 방송 송출을 통해 올해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10만명 돌파에 성공했다.
다만 글로벌 증권사들과 비교할 때 국내 증권사들의 디지털 기술 활용이 위탁매매 등 전통적 부분에 치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이나 비대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증권사의 디지털 기술 활용을 보다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변화된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면 내년 경기 회복 국면에서 성장의 발목을 잡히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은행 BM혁신연구실 이새롬 수석연구위원도 "디지털 증권사의 경우 IB, ELS 발행 등 종합 증권사가 영위하는 다양한 사업 추진이 어려워 장기적으로 자사 사업모델만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기에는 한계를 보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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