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대 이후 미국 시중은행의 예금 총액은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인다. (자료=금융연구원)
[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미국 핀테크 기업인 바로머니(Varo Money)가 최근 업계 최초로 미국 통화감독청(OCC)에서 국법은행(national bank)으로 최종인가를 취득했다.
바로머니의 국법은행 인가 취득은 미국 은행 산업 역사상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핀테크기업이 총 16조달러(약 1경7790조원)에 육박하는 예금과 연간 100조달러(약 11경1190조원)에 달하는 지급결제 규모를 갖는 미국 은행시스템에서 기존 시중은행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 美 전역 영업 확대·예금자보호 등 다양한 혜택 보장
25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바로머니가 인가 취득한 국법은행은 연방 정부의 인가를 받은 상업 은행을 말한다.앞서 바로머니는 그동안 국법은행과의 제휴 및 모바일뱅킹 앱을 통해 은행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바로머니는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실리콘 밸리 기반의 신생 창업 핀테크 기업이다. 이 회사는 3년간의 노력 끝에 OCC로부터 지난 8월 국법은행 예비인가 받은데 이어 지난 달 최종인가를 취득했다.
이에 바로머니는 영업 지역이 일부 주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국법은행 면허를 취득한 핀테크 기업의 첫 사례가 됐다.
바로머니에 예치되는 예금 역시 다른 시중은행처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예금자보호 대상인 동시에 연방준비은행(Fed)의 지준 계좌 및 유동성 지원 창구 접근 등이 보장된다.
이전까지 미국에서 핀테크 기업의 제도권 진출 은행업 진출은 영국이나 중국 등 여타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지고 있었다.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우선 은행 산업 전문가들은 기득권들의 방해를 첫손에 꼽는다.
주 정부와 연방 정부 간은 물론 연방 정부 내에서도 감독 권한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대립돼 있기 때문이다.더구나 아마존과 페이스북 등 거대 IT 공룡 기업의 은행 산업 진출 및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감 역시 엄존한다.
핀테크기업 경영진 역시 시중은행들이 독점적으로 누리고 있는 연방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장제도와 국법은행의 전국적인 영업 인가 권한을 지적한다.
일본 인터넷전문은행 라쿠텐은행 산하의 미국 진출 핀테크 기업도 국법은행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라쿠텐은행은 전자상거래 대기업 라쿠텐의 자회사다. 하지만 이 핀테크 기업의 국법은행 인가는 최종적으로 미국 은행업계와 주 정부 등의 반대로 실패했다.
이에 비해 다른 주요 국가에서는 보다 유연한 규제가 부과되는 은행 면허 인가를 통해 핀테크 기업들이 예금, 지급결제, 대출 등의 업무에 직접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영국의 신생 창업기업인 레볼루트(Revolut)와 중국 IT 대기업인 텐센트(Tencent) 산하의 인터넷전문은행인 위뱅크(WeBank) 등이 직접적인 사례다.
올해 10월 기준 미국 모바일뱅킹 시장에서 핀테크기업인 차임이 54%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바로머니는 12.7%로 2위다. (자료=금융연구원)
■ 은행업계, 핀테크 기업 국법은행 면허 부여에 강력 반발
그동안 미국에서는 차임(Chime), 바로머니 등 핀테크 기업들이 시중은행과의 업무 제휴 및 수수료 지급 등을 통해 직접 규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바로머니는 강화되는 규제의 준수 부담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영업 및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 핀테크(은행) 면허 취득을 통한 제도권 시중은행 진입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바로머니는 국법은행 인가를 취득하기 전까지 국법은행인 뱅코프(Bancorp Bank)와의 업무 제휴를 통해 당좌계좌, 예금계좌, 직불카드 등 가장 통상적인 은행 서비스만을 제공해 왔다.
온라인 P2P 대출업체인 소파이(SoFi)도 올해 10월 통화감독청으로부터 핀테크(은행) 면허 예비 인가를 받았다. 상장 경쟁업체인 렌딩클럽 역시 올해 2월 지방은행 레이디어스뱅크의 인수를 발판으로 시중은행 진출 절차를 밟는 등 여타 핀테크 기업들도 핀테크(은행) 면허 취득을 목표로 뛰고 있다.
현직 미국 통화감독청장인 브라이언 브룩스는 암호화폐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base)의 최고법무책임자 출신이다. 그는 일부 주에 국한되며 전개하고 있는 핀테크 기업들의 국법은행 전환에 대해 호의적이다.
최근 암호화폐 전문 매체인 디크립토(Decrypto)와 가진 인터뷰에서 브룩스 청장은 "은행은 과거 기술 시대의 유물로 미래에 은행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결제 네트워크의 접속점이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은행업계는 통화감독청의 핀테크 기업들에 대한 국법은행 면허 부여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은행정책연구원(Bank Policy Institute)의 그렉 배어 원장은 고객 자금을 다루는 기업에 대해 제도권보다 느슨한 형태의 규제를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핀테크(은행) 면허는 아무런 제한 원칙이 설정돼 있지 않아 아마존과 구글 등 핀테크기업들이 국법은행 면허를 취득하는 우회 경로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 주 정부 금융서비스부는 통화감독청이 핀테크 기업들에 대해 핀테크(은행) 면허를 부여하는 것은 주 금융당국 권한을 침범한 월권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대부분의 금융 전문가들은 향후 은행 및 금융 산업이 '특화 핀테크 부티크' 같은 전문업체의 소형화 및 금융 슈퍼마켓의 대형화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이에 대해 디크립토는 "'윈-윈'의 공생공영적 규제 환경 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핀테크 기업들이 기존 은행들과 규제 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면서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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