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우주] '화성 물' 미스터리 풀렸다..바다 맞먹는 양 우주로 사라져

이성주 기자 승인 2020.11.20 20:55 | 최종 수정 2020.11.21 17:56 의견 0
물이 존재했던 옛 화성(오른쪽)과 현재 비교 상상도. (자료=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디지털머니=이성주 기자] 화성의 수 많운 미스터리 중 하나가 풀렸다. 강과 바다가 있었던 흔적이 발견된 가운데 많은 물의 행방을 예측할 수 있게 된 것. 수십억 년을 거치는 동안 바싹 말라 황량한 대기가 되어버린 화성의 과거는 과연 어땠을까.

■ 화성 궤도 돌면서 대기 성분 추적

미국 애리조나대학 행성과학 교수 로저 옐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2014년부터 화성 궤도를 돌면서 대기 성분을 추적해온 미국 항공우주국(NASA) 탐사선 '메이븐'(MAVEN)의 자료를 분석해 얻은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메이븐은 '화성 대기 및 휘발성 진화'(Mars Atmosphere and Volatile EvolutioN)라는 단어의 앞 글자를 딴 탐사선이다. 업무는 화성 궤도를 돌면서 4시간 30분마다 화성 160㎞ 상공까지 내려가 '중성 가스 및 이온 질량 분석기'(NGIMS)로 상층 대기의 물 분자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 화성 대기 기온 상승의 두 가지 이유

687일 주기로 태양을 도는 화성은 남반구가 여름을 맞는 시점에 태양에 가장 근접하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타원 궤도를 가진 화성이 태양에 가장 근접할 때 기온이 오르고 극지방 등의 표면에 얼음 형태로 존재하는 물이 상층 대기로 많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1년에 한 번꼴인 국지적 먼지 폭풍과 약 10년마다 행성 전체에 휘몰아치는 대형 먼지폭풍 때도 대기 기온이 상승한다. 물 분자가 상층 대기로 쉽게 올라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 상층 대기 속 물..빠른 속도로 우주로 빠져나갔다

연구진은 지난 2018년 행성 전체에 휘몰아쳐 NASA 탐사 로버 '오퍼튜니티'(Opportunity)를 잃게 한 먼지폭풍이 시작됐을 때 상층대기의 물 분자는 3ppm으로 이전의 배가 됐다고 밝혔다. 또 먼지폭풍과 남반구 여름이 겹쳤을 때는 60ppm으로 급증하는 것을 발견했다.

화성에서는 표면 인근에서 물 분자가 태양의 자외선을 받아 수소와 산소로 분해된다. 나아가 대기를 구성하고 있는 이산화탄소(CO₂)보다 가벼워 상층 대기로 올라가 우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가로 연구진은 많은 양의 물을 잃게 된 원인으로 지구에서는 수증기가 높이 올라가면 온도가 낮아지면서 응축돼 더 높이 올라가지 못하고 비가 돼 내리는 과정을 이야기했다. 화성에서는 온도가 높아지면서 이런 정지 작용이 이뤄지지 않고 물 분자가 더 높이 올라가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상층 대기로 올라간 물 분자는 자외선을 받아 분해되는 것을 넘어 태양풍의 입자로 이온화된 CO₂를 만나 4시간 안에 분리돼 우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계산됐다.

연구진은 “화성은 전체 역사에서 수십~수백 미터 깊이의 지구 바다와 맞먹는 물을 잃었을 것”이라며 “이러한 유출 과정이 없었다면 화성은 더 따뜻하고 습한 행성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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