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그램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치 눈앞에 대상이 있는 것처럼 생생한 이미지를 형성해주는 기술이다. (자료=삼성전자)
[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홀로그램을 더 많은 분야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홀로그램의 무궁무진한 미래 가치를 알아본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원들은 지난 8년 세월이 꿈만 같다. 최근 ‘얇은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Slim-panel holographic video display)’를 주제로 한 논문이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는 성과를 이뤘기 때문이다.
주역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이홍석 마스터, 안중권·원강희 전문연구원이다.
■ 디스플레이 '빛의 세기' 차원 초월한 홀로그램, 공간 위상 제어
11일 업계와 삼성전자에 따르면 홀로그램은 현실에 존재하지 아니다. 마치 눈앞에 대상이 있는 것처럼 생생한 이미지를 형성해 줄 뿐이다. ‘사실적인 영상을 표현한다’는 점에선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비슷하다. 결적적인 차이는 형성된 영상이 표현되는 ‘차원’에 있다.
디스플레이는 빛의 세기만을 조절해 영상을 나타낸다. 홀로그램의 가능성은 디스플레이의 '차원'을 초월한다.
이홍석 마스터는 “홀로그램은 빛의 세기는 물론 공간 위상까지 제어할 수 있다"면서 "스크린의 앞이나 뒤 허공에도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기본 원리를 설명했다.
특히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는 3D를 구현하는 많은 디스플레이 중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3D 디스플레이로 꼽힌다. 안중권 전문 연구원은 “대부분의 3D 디스플레이 방식은 이들 단서 중 일부만을 제공하지만, 홀로그램은 빛을 완벽하게 복제해 모든 깊이 인식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에 실제 물체가 있는 것처럼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홀로그램의 활용 영역은 격리 병동 환자를 위한 병문안, 가상 설계도, 내비게이션, 고대 유물 구현까지 무궁무진하다.
아직까지는 ‘화면의 크기와 시야각의 상관관계’라는 커다란 장벽에 가로막힌다. 홀로그램은 화면을 키우면 화면을 볼 수 있는 각도가 좁아지고, 반대로 각도를 넓히면 화면이 작아지는 한계를 지닌 탓이다. 30도 시야각을 가지는 풀HD 홀로그램의 크기가 2mmX1mm라고 가정했을 때, 홀로그램을 200mmX100mm로 보기 위해 크기를 확대하면 시야각은 0.3도로 좁아지는 식이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안중권 전문 연구원, 원강희 전문 연구원, 이홍석 마스터 (자료=삼성전자)
■ 홀로그램 생성부터 재생까지, 모든 과정 한계 극복 상용화 길 터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연구진은 이러한 좁은 시야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BLU(Steering-Backlight Unit)’라는 특별한 광학 소자를 개발했다.
원강희 전문 연구원은 “S-BLU는 빛을 한 방향으로만 직진하게 하는 C-BLU(Coherent-Backlight Unit)라는 얇은 면 모양의 광원과 광선의 범위를 변경할 수 있는 빔 편향기(Beam Deflector)로 구성돼 있다”고 말한다. 그는 “기존 10인치형 4K 해상도 화면은 0.6도의 아주 좁은 시야각을 제공하는데, S-BLU를 이용하면 관찰자 방향으로 영상을 꺾어 시야각을 약 30배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좁은 시야각을 극복하면서도 시중에서 사용되는 평판 형태의 얇은 디스플레이로 홀로그램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번 연구로 도출된 또 다른 성과는 홀로그램 계산을 단일 칩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를 이용해 4K 홀로그램 영상을 실시간으로 생성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홀로그램 계산에는 여러 방식이 존재한다. 이번 연구로 개발된 계산은 기존에 널리 사용되는 점 단위 연산 대신 면 단위 연산을 사용한다. 정보 유실을 막고, 과도한 샘플링을 하지 않는 조건을 적용해 알고리즘을 최적화한 후, FPGA를 사용해 실시간으로 홀로그램을 계산했다. 이홍석 마스터는 “홀로그램의 생성부터 재생까지 전체적으로 완성된 시스템 구현을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확보했다”며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 "자동화 기기 등 실생활에 비접촉식 UI 활발히 사용될 것" 전망
공상과학(SF)영화의 단골 소재인 만큼 홀로그램은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친숙한 개념이다.
원강희 전문 연구원은 “실제 일상에서 홀로그램을 원활히 사용하기까지는 연구 개발이 더 필요할 것”이라 내다본다. 일상 기술이 되기 위해선 디스플레이와 그에 맞는 홀로그램 콘텐츠, 촬영 장치와 빅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한 프로토콜 등의 개발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자동화 기기에 가상의 홀로그램 키패드가 적용’되거나, ‘매장 키오스크에서 상품을 홀로그램으로 선택’하는 것과 같이 제한된 용도와 크기로는 조금 더 일찍 실생활에서 쓰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한다.
이어 “홀로그램이 점점 대중화되면 손가락 움직임이나 음성, 눈의 시선 추적, 뇌파 인식 등과 같이 비접촉식 UI(유저 인터페이스)가 활발히 사용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번 연구로 삼성전자는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의 프레임 워크를 제시하고 상용화 가능성의 중요한 관문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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