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이터로 서양 미술사를 본다..KAIST 정하웅 연구팀 분석

김지성 기자 승인 2020.11.03 17:02 | 최종 수정 2020.11.03 17:10 의견 0
정보이론적 분할 방법론을 이용한 풍경화 구도와 구성 비율 수치화 과정

[디지털머니=김지성 기자] 빅데이터 분석으로 서양 미술사 속 풍경화의 사조와 작가별 특성의 변화를 객관적인 수치로 설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카이스트(KAIST)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 연구팀과 충북대학교 한승기 교수 연구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정보 이론과 네트워크 이론으로 분석해 서양 미술사 속 풍경화의 구도와 구성 비율의 변화를 수치로 규명했다.

이들 연구팀이 연구한 풍경화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시대까지 약 500여년에 걸친 풍경화 1만 5000여점을 분석한 결과다.

■ 수평-수직 구조에서 수평 수직 구조로

연구팀은 회화 속 색상의 공간적 배치를 특징짓는 정보 이론적 분할 방법론을 적용해 서양 미술사 풍경화 역사 속에서 사용된 구도와 구성 비율을 수치화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온라인 시각 예술 백과사전인 ‘위키 아트(WikiArt)’와 헝가리 부다페스트 물리학 컴퓨터 네트워킹 연구센터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갤러리인 웹 ‘갤러리 오브 아트(Web Gallery of Art)’의 풍경화 데이터를 활용해 화가들이 선호한 작품 구도를 분석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작가들이 점진적이면서 체계적으로 구도의 변화를 시도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분석 결과 16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풍경화는 지배적인 수평 구조와 수직 구조가 함께 존재하는 ‘수평-수직’ 형태의 구도가 주로 사용됐다.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전경-중경-후경과 같이 두 개 수평 구조가 존재하는 ‘수평-수평’ 형태의 구도 사용이 점차 증가해 19세기 중반 이후부터는 ‘수평-수평’ 형태의 구도가 가장 지배적인 구도가 됐다.

이러한 시기적인 구도 변화는 여러 국적 화가들의 작품에서 확인되고 있었다.

초기 분할 방향으로 특징 지어지는 대표적인 풍경화 구도

■ 시대를 뛰어넘는 1/3 구성 비율

연구팀은 색상 사용 패턴이 바뀌는 급격하게 달라지는 지배적인 수평선의 위치를 기반으로 시대와 작가별로 풍경 구도를 잡는 데 자주 사용한 구성 비율을 측정했다.

작가들의 선호한 풍경화 속 지배적인 수평선은 바로크 시대 17세기 무렵 그림의 절반 아래 낮은 위치에서 발견됐다. 그 후 점차 위쪽으로 움직여 19세기 이후에는 작품 위에서부터 1/3 지점에서 가장 많이 발견됐다.

연구 결과 1/3 구성 비율을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특징은 다양한 현대 미술 주의(ism)에 걸쳐 유사하게 발견됐다. 서양 미술이 색감과 표현 형식에서는 차별성과 다양성을 중시했지만 구도와 구성 비율의 관점에서는 유사한 사용 패턴을 보인 것이다.

■ 작가-사조 네트워크

연구팀은 네트워크 과학 방법론을 적용해 서로 유사한 구도를 적용한 작가들과 사조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분석했다. 이 결과 작가-사조 네트워크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됐다. 구도 사용 유사성만을 바탕으로 한 작가들과 사조 속 군집은 시기적으로도 근접한 시기에 활동을 보인 작가들과 사조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는 개별 작가들의 생애와 개별 사조를 뛰어넘는 미술사 구도 양식으로 구분되는 거대 흐름이 있음을 알려준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정하웅 교수는 “시대에 따른 깔끔하고 체계적인 서양 미술사 속 구도변화는 미술의 실제 역사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동시에 그동안 미술사가들과 비평가들에 의해 평가되고 정리돼 온 주류 미술사의 편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SA, 이하 PNAS)’ 10월 117권 43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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