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진이 심혈관 질환을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는‘바이오마커(biomarker) 자동 분석 기술’을 점검하고 있다. (자료=ETRI)
[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심혈관 질환 조기 예측용 의료기기 개발에 국산화와 소형화의 길이 열렸다. 향후 동맥경화, 고지혈증, 심장마비 등 심혈관 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15분 이내에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은 보건소, 중소 병원, 요양병원 등 각급 의료기관에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 가정용 전자레인지 크기로 줄여 부피·가격 획기적 축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심혈관 질환을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는‘바이오마커(biomarker) 자동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바이오마커 자동 분석 기술은 심혈관 질환 시 해당 단백질의 농도가 높아지는 마커 5종을 측정하는 기술이다. 신호 증폭 기술, 고밀도 항체 고정화 기술, 회전 운동 기반 자동화 기술이 적용됐다.
ETRI가 개발한 자동 분석 기기는 가정용 전자레인지 크기로 기존 상용화된 시스템이 크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을 해결했다.
이 기술을 통해 시간을 다투는 긴급한 예비 심혈관 질환자가 사전 검사를 대형병원에 가지 않고서도 지역병원에서 쉽고 빠르게 검사받을 수 있다. 특히 심혈관 질환으로 악화되는 확률을 감소시켜 예방하는 것이 연구의 주 목적이다.
바이오마커란 체내 이상 징후를 알아낼 수 있는 물질로 DNA, 단백질 등 지표를 말한다.
심근경색증, 협심증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은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의 단계를 거쳐 발생한다. 이런 경우 혈액 내 약 30 여가지 마커 중 심혈관 질환발병시 증가한다고 알려진 CRP, D-dimer 등 5종 마커를 분석해 예측한다.
예컨대, 혈전이 있는 혈액 내에서 D-dimer 마커가 발견되는데 혈액 검사 시 해당 농도가 높게 나온다면 심혈관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보는 것이다.
연구진은 마커를 감지하는 기술적 원리로 바이오칩 표면에 고정된 고밀도 항체가 시료(혈장) 내 바이오마커를 잡아 특정 파장의 빛으로 바이오마커를 인지, 검출하는 방식을 들었다.
이 분석기술의 핵심인 신호 증폭 기술은 바이오마커의 검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이다. 항체가 항원에 반응하면 광신호를 내는데 더 관찰하기 쉽게 신호를 키워주는 기술이다. 고밀도 항체 고정화 기술은 쉽게 관찰하지 못하는 낮은 농도의 단백질 검출도 가능케 해준다.
연구진은 자동 분석 시스템 내 혈액 검사 전처리를 위한 원심분리 기능도 함께 구성했다. 연구진의 모듈을 활용하면 3분 이내에 1mL의 혈액 전처리를 완료해 쉽고 빠르게 바이오마커 측정이 가능하다.
회전 운동 기반 자동화 기술을 바탕으로 시료 및 여러 모듈의 이동거리를 최소화해 측정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 동일 샘플 측정시 편차·오류 최소화 세계 최고 수준 근접
또한 이 기술을 통해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편차 및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동일 샘플 연속 측정 시 측정값의 편차를 뜻하는 재현성(CV)은 3.4%로 측정됐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한 결과이다.
기존 진단검사용 의료기기들은 글로벌 제조사들이 대형병원 검사용으로 제작해 부피가 크다. 더구나 가격이 고가여서 보건소나 중소 병원 등 보급에 어려움이 있었다.
검사에도 2~3일이 소요되는 등 질병의 중증도 판단에 애로가 있었다.
ETRI 허 철 진단치료기연구실장은“의료현장에서 다양한 검사체를 쉽고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적정기술"이라며 "국내 산업체로의 기술이전 및 상용화 지원을 통해 질병 조기 예측과 상시 모니터링으로 국민 보건 증진과 스마트 헬스 케어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대학교병원 건강검진센터장 정진규 교수는 “ETRI가 개발한 기술은 간편하게 심혈관 질환자를 선별하고 예비 심혈관 질환자까지 예측할 수 있어 심혈관 질환 관리에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만성질환 진단, 비만관리 등 다양한 의료현장에 활용돼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진은 내년 임상실험을 통해 자동 분석 기술의 성능을 검증하고 시스템의 구조 설계를 최적화해 공간적 부담감을 줄일 예정이다.
연구진은 "자동 분석 기술에 사용되는 포획 및 검출 항체를 변경하면 심혈관 질환뿐만 아니라 암, 바이러스, 세균, 식중독 등과 관련된 질환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TRI는 이 기술과 관련, 10여 건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 완료했다. SPIE 포토닉스 웨스트(Photonics West)등 다수의 학회에도 발표했다. 지난 2019년 IoT 국제 전시회에서 기술소개를 했다. 올해 센서학회 추계학술대회에 전시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기술 상용화를 위해 바이오센서, 의료진단기기 업체 등에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며 상용화는 과제 종료 후 3년 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심혈관 질환을 위한 인공지능 주치의 기술 개발’과제로 수행됐다.
<저작권자> 디지털 세상을 읽는 미디어 ⓒ디지털머니 | 재배포할 때에는 출처를 표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