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디지털청 신설, '아날로그 행정 깨기' 나선 일본 정부

김정태 기자 승인 2020.10.21 11:21 의견 0
 

[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일본 총리가 교체되면서 신설을 선언한 '디지털청'에 관심이 쏠린다. 현지 언론에서는 2021년 가을쯤 출범할 것이라는 예상과 2022년 3월을 목표로 추진중이라는 보도가 번갈아 나온다. 이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이면 기관 설립이 완성될 거란 얘기다.

정부 측 대변인 격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최근 방송에서 "'디지털 패전', '디지털 후진국'이라는 말을 듣는 가운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국민이 편리성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자조 섞인 '디지털청 부상' 배경을 전했다.

글로벌 전자업계에서 전통적 강국인 일본이 '디지털청 카드'를 들고 나온 이유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을 거치며 자국 디지털 분야의 낙후성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4월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전 국민에게 1인당 10만 엔의 현금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개인별 신청이나 지자체의 입금 계좌 확인 등 행정 절차가 수기로 처리되는 동안 지원금 지급 시점은 기약없이 늦춰졌다. 그러는 동안 ‘아날로그 행정’, '석기시대 정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일본이 스스로 '디지털 후진국'이라고 개탄하는 근거는 많다. '2020년 유엔 전자정부 평가'를 보면 우리나라는 193개 회원국 가운데 '온라인 참여지수'에서 공동 1위, '전자정부 발전지수'는 2위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온라인 참여지수'에서 4위권이다. '전자정부 발전지수'는 아예 상위 10개국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앞으로 일본 디지털청은 정부 각 부처의 관련 조직을 일원화해 강력한 '사령탑' 역할을 맡게 된다. 바이러스 확산 사태 속에 드러난 행정 절차 지연, 사회적 협력 부족 상황에 신속한 대응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 임무를 부여할 방침이다. 최신 디지털 동향에 대응하기 위해 청장을 정치권 출신 인사가 아닌 민간 전문가로 임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다.

디지털청은 우선 각 부처의 시스템 데이터 양식부터 일괄 통일할 방안을 마련한다. 부처 간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행정 기관 사이에서도 빠르고 쉽게 데이터를 상호 교환할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조정한다. 또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과 유사한 신분증인 '마이넘버카드'의 보급에 속도를 붙이기고 했다. 건강 보험증, 운전 면허증 등 다양한 규격을 통합해 카드 1장만 있으면 모든 행정 민원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산께이신문은 지난달 말 총리 산하 디지털설치준비실에 내각관방, 총무성, 경제산업성 등 각 부처의 디지털정책 관련 인력 50여명이 모여 청사진 마련 작업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이어 스가 신임 총리는 연말까지 디지털청 신설에 필요한 기본 방침을 확정할 것을 내각에 지시했다. 이르면 내년 1월 정기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되면 혁신적인 '디지털 재팬'을 가늠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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