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거래 99%, 신용대출 절반 넘는데도..은행 IT인력 8.5% 불과

김정태 기자 승인 2020.10.16 11:54 | 최종 수정 2020.11.09 00:35 의견 0
(자료=금융감독원)

[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시중 은행의 업무가 정보기술(IT)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비대면(언택트) 거래로 사실상 전환됐다. 그런데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는 커녕 IT 전문인력과 관련 예산 확보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대부분의 은행 업무가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상황에서 맞춤형 서비스의 경쟁력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와함께 현장 점포는 고객 금융 상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모인다.

■ 비대면 신용대출 비중, 절반 넘어..업무·인력 재편 필요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17개 은행(인터넷 전문은행 제외)의 IT 예산 총합은 2092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15.4%에 불과했다. 은행당 평균 123억원이었다.

IT 전문 인력은 더 비중이 작았다. 같은 시기 국내 은행의 IT 인력은 총 471명으로, 전체 은행원의 8.5%에 불과했다. 은행당 28명이다.

반면 올해 1∼6월 은행의 이체거래 현황을 보면 18억6300만건 중 비대면 거래는 18억4900만 건으로 전체의 99.2%를 차지했다. 은행에 직접 방문한 거래는 1400만건으로 0.8%에 그쳤다.

국내 은행들은 업무가 IT를 기반으로 한 비대면거래로 사실상 전환된 상황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해도 모자랄 판에 시대착오적인 소극성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한편 '비대면' 신용대출의 비중이 마침내 절반을 넘어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은 지난 8월 모두 15만4432건, 5조3820억원의 신규 신용대출을 집행했다.

이 가운데 영업지점이 아닌 온라인 비대면으로 이뤄진 신용대출은 50.9%인 7만8612건에 이르렀다. 

코로나19 탓에 고객들이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데다 은행들도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 차원에서 영업지점 오프라인 대출보다 더 낮은 금리를 비대면 신용대출에 적용하기 때문에 갈수록 금융 소비자들이 온라인 창구에 몰리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기존 소매금융 위주 점포망을 기업금융 위주로 재편하는 등 관계금융 강화를 위한 점포전략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가계금융 경쟁력 강화·기업금융 위한 점포 전략 필요

전 산업에서 비대면(언택트) 마케팅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앞으로 은행도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 혁신 토론회에서 "핀테크(금융기술)·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의 은행산업 진출 확대로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예금 때문에 은행이 경제 체계 안에서 여전히 특별하고 중요한 기관이라고 평가하면서 "금융 안정성 확보의 근간"이라며 "경쟁이 심해진 상황에서 은행이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핀테크·빅테크의 은행업 진입 확대 대응 방안으로는 ▲자금중개 기능 안정성 확보 ▲디지털금융 경쟁력 확보 ▲고객 만족도 향상 ▲점포 및 고객과의 관계를 통한 고급 정보 수집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은행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24시간 제공할 수 있으므로 맞춤형 서비스 경쟁력이 중요해졌다"며 "빅테크가 접근할 수 없는 외국환 서비스, 기업용 거액 송금 서비스 등을 비대면으로 제공하면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앞으로 은행 점포는 업무처리보다 고객이 상담이나 민원 해결을 위해 방문하는 장소로 바뀔 것"이라며 "고객 금융 상담 역량을 강화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연구위원은 "자문, 상담, 자산관리, 거액 거래 등 기존 은행의 경쟁우위 부문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빅테크가 접근할 수 없는 외국환 서비스, 기업용 거액 송금 서비스 등을 비대면으로 제공하면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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