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 플랫폼 전쟁 본격화..'빅테크'에 반격 나선 '빅뱅크'

김민정 승인 2020.10.16 15:30 | 최종 수정 2020.10.16 16:08 의견 0
마이데이터 시대 개막을 앞두고 금융업계에서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자료=YTN)

[디지털머니=김민정 기자] 마이데이터 시대 개막을 앞두고 금융플랫폼 전쟁의 서막이 오르고 있다. KB금융은 KB페이를 출시해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빅테크가 주도하는 간편결제시장에 뛰어들었다. 신한금융은 자동차금융 플랫폼 '신한 마이카'로 통합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 '마이데이터 시대' 대비 간편결제 시장 잇단 출사표

16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KB국민카드의 종합 금융플랫폼 'KB페이(KB Pay)'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간편결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KB페이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결제 편의성이다. 기존 빅테크 기업들이 선보인 간편결제 방식을 모두 수용했다. 삼성페이의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방식부터 구글-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텐센트의 QR코드 등 다양한 결제방식을 탑재했다.

온라인의 경우 별도의 결제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PC에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웹 페이(Web Pay)’기능을 제공한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물론 계좌, 상품권, 포인트 등 카드 이외 결제수단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등록 가능한 결제 수단은 ▲KB국민은행 계좌 ▲해피머니 상품권 ▲KB국민 선불카드(기프트카드) ▲KB국민 기업공용카드 ▲KB국민카드 포인트 등이다.

해외 결제의 경우 현재 유니온페이 오프라인 해외 가맹점에서 QR코드 방식으로 실물카드 없이 현장 결제가 가능하다. 향후 근거리 무선통신 기능을 이용해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해외 가맹점 결제와 자동화기기(ATM) 출금서비스도 추가될 예정이다.

금융사의 강점인 여러 금융 서비스를 통합해 하나의 플랫폼에서 구현한 점도 돋보인다. 

KB국민은행의 '리브(Liiv)' 앱에 등록된 은행 계좌를 통해 원하는 계좌로 간편 송금이 가능하다. 가상계좌 방식으로 KB국민은행의 외화 환전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KB국민카드와 제휴된 유니온페이와 비자를 통해 외화 송금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비자카드 등이 사용하는 '토큰' 기술을 활용해 보안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유연한 금융서비스 연계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자체 토큰이 생성되면 KB금융이 보유한 각종 포인트나 결제내역 수집, 계좌 송금,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앱 결제 등 서비스를 하나의 페이로 통합할 수 있다. 또 클라우드 시스템 적용과 개방형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 등을 활용해 유연한 금융서비스 연계가 가능하다.

중장기적으로는 핀테크나 지불결제 사업자가 KB페이를 통해 간편결제사업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오픈할 예정이다. 은행권처럼 오픈뱅킹 형태로 다양한 사업자에게 시스템을 연동할 수 있게 된다.

KB금융이 자체 페이를 출시한 것은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삼성페이 등 빅테크가 주도하는 국내 간편결제시장의 성장세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결제액 기준 국내 간편결제시장 규모는 2016년 11조7810억원에서 2017년 39조9906억원, 2018년 80조1453억원까지 확대되는 등 급격하게 성장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온라인 거래를 통한 간편결제가 증가하면서 앞으로 성장세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0년 상반기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하루 평균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2139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12.1% 늘었다. 같은 기간 이용건수도 731만건으로 전기대비 8.0% 증가했다. 

■ "각종 플랫폼을 통합하는 작업부터 착수할 것"

내년 마이데이터 도입을 앞두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미리 확보하기위한 전략도 깔려있다. 
정부가 지급지시서비스업(PISP)이나 종합지급결제업을 하는 핀테크 사업자에 후불결제를 허용한 상황에서 금융사가 자체 플랫폼 내 빅데이터 등을 확보하지 못하면 관련 사업에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은행, 증권사, 저축은행 등 다양한 제휴 금융회사 계좌와 상품권·포인트 서비스 제공 사업자를 중심으로 등록 가능한 결제 수단을 계속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자동차와 관련한 금융·비금융 생활 플랫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신한은행의 자동차금융 플랫폼 '마이 카(My Car)'와 신한카드의 '마이 오토(My AUTO)'를 하나로 통합한 '신한 마이카'는 신차·중고차 대출뿐 아니라 리스·렌터카·할부금융 등 본인에게 맞는 금융상품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원스톱으로 선택할 수 있다.

그룹 내 모든 자동차 금융상품을 비교해 고객이 원하는 대출한도를 보여주는 '통합한도조회 서비스'와 고객에게 유리한 최적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복합대출 서비스'를 새로 추가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그룹이 보유한 자동차금융 전 상품 및 다양한 제휴서비스를 탑재해 플랫폼을 고도화한 점도 눈에 띈다. 

단순한 금융상품뿐 아니라 ▲차량 용품 쇼핑몰 ▲차량 정비 및 세차 ▲차량 시세 조회 ▲수수료 없는 판매 서비스 등 자동차와 관련한 생활 서비스도 탑재해 차별화를 뒀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시대에는 종합적이면서도 개인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가 금융 플랫폼'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서비스별, 금융사별로 나눠졌던 각종 플랫폼을 통합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디지털 세상을 읽는 미디어 ⓒ디지털머니 | 재배포할 때에는 출처를 표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