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우주] 블랙홀 만난 별의 운명은..강렬한 빛과 함께 파괴

이성주 기자 승인 2020.10.14 22:53 | 최종 수정 2020.10.14 23:04 의견 0
초거대 블랙홀에 의해 항성이 파괴되는 모습. (지료=ESO)

[디지털머니=이성주 기자] 블랙홀은 이름 그대로 검은(black) 구멍(hole)을 의미한다. 칠흑같은 어둠은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강한 중력을 가지고 있다. 주변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에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예측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블랙홀은 많은 과학자들에게는 매력적인 탐구 대상이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3명의 학자 모두 블랙홀 연구 성과를 냈을 만큼 매해 블랙홀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블랙홀을 만난 별의 모습이 관측돼 시선을 끌었다. 은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별은 블랙홀의 엄청난 중력에 붙잡혀 파괴되고 말았다.

■ 2억 1500만 광년 떨어진 에리다누스 좌 은하서 발생

유럽 남방천문대(ESO)와 과학전문 매체, IT 매체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별의 파괴 과정은 영국 버밍엄대학 천문학자 매트 니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에 의해 관측됐다. 

이번 현상은 약 2억1500만 광년 떨어진 에리다누스좌 은하에서 포착됐다. 별의 이름은 AT2019qiz. 연구팀은 상세한 과정을 관측한 결과를 왕립천문학회 월보(MNR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에 있는 유럽남방천문대(ESO), 미 항공우주국(NASA) 망원경으로 초거대 블랙홀 근처에서 새로운 빛이 폭발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6개월간의 후속 관찰이 이어졌고 별의 종말을 발견할 수 있었다.

AT2019qiz의 위치를 빨간 점선 원으로 표시한 사진. 남반구의 별자리 에리다누스 중간에 위치한다. (자료=ESO)

■ 조석파괴 현상, 국수처럼 길고 얇게 늘어나는 별

연구팀은 별이 블랙홀에 흡입되는 과정에서 중력과 마찰의 영향으로 온도가 오르면서 은하보다 더 강하고 밝은 빛을 뿜어낸다는 것을 포착했다. 또 블랙홀의 강한 중력의 영향을 받은 별은 그 힘의 크기에 따라 방향 별 부위 별로 다른 힘을 받으며 결국 부서지게 된다. 이같은 현상은 '조석파괴 현상'(Tidal disruption event)이라 한다. 

또 조석파괴 현상 중에서 별은 블랙홀의 조석력에 의해 스파게티처럼 세로로 길고 얇게 늘어나는 국수효과가 나타난다. 모두 블랙홀의 중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 섬광을 온전히 관찰하기는 힘들었다. 별이 파괴되면서 발생한 별의 잔해 등이 빛을 가렸기 때문이다. 

■ 블랙홀의 힘, 먼지와 잔해가 장막처럼 일어나

이번 연구에서 새롭게 발견된 것은 별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때 밝은 빛을 내지만 블랙홀이 내뿜는 파편 때문에 주변이 어둡게 보인다는 점이다. 

연구팀의 알렉산더 교수는 “블랙홀에 의해 수소와 헬륨 등 별의 물질이 초속 1만km까지 빠르게 방출되면서 먼지와 잔해가 장막처럼 시야를 가리는 현상이 일어났다”며 “그동안 지구에서 관측을 어렵게 했던 장막은 이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현상에 대해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상세하게 관측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향후 블랙홀이 별을 어떻게 끌어당기고 파괴하는 지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저작권자> 디지털 세상을 읽는 미디어 ⓒ디지털머니 | 재배포할 때에는 출처를 표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