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와 해초 점액으로 선박 연비를 높인다..카이스트-포스텍 공동 연구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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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6 17:22 | 최종 수정 2020.10.1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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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화물선이 바다로 나아가고 있다. (자료=Unsplash)
[디지털머니=김지성 기자] 물고기와 해초 등에서 나오는 점액질에서 힌트를 얻어 배의 연비를 높이는 기술이 개발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성형진 교수팀이 포스텍과의 협업을 통해 공동연구를 통해 수생 생물 생체의 점액 분비 구조를 모방해 항력을 줄이는 구조를 제시했다.
이 연구는 유체 역학에 바탕을 둔 선체 표면의 윤활 원리와 최적 설계 구조를 밝힌 기초 연구다.
배가 받는 전체 저항력의 60~70%는 물과 선체 사이의 마찰에서 생긴다. 이 마찰력을 줄이면 그만큼 선박의 연료 소비량이 줄고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현재 세계 전체 운송물량의 90%가 해상 운송이 담당하고 있는 만큼 관련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상당한 경제효과가 기대된다.
연구팀은 미역, 미꾸라지 등 물속에서 사는 생물체들의 피부에서 미끌미끌한 점액질이 나오는 것에 착안해 선체의 표면 마찰력을 줄이는 방법을 고안했다.
미꾸라지의 점액 저장-분비 시스템 사진(왼쪽)과 이를 모방한 연구진의 윤활유 표면 방출 장치 구조도. 양쪽 모두 바닥은 넓고 위는 좁은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다. (자료=KAIST)
연구팀은 미꾸라지 점액 분비 시스템을 모방해 윤활유가 자연스럽게 외부로 내뿜는 항아리 형태의 미세구멍을 만들어 실험했다. 구멍 바닥과 목 부분 비율을 여러 가지로 바꿔가며 실험한 결과 윤활유가 지속적으로 방출되면서 물과 마찰력을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멍의 개방률(바닥 지름 대비 목 지름 비율)이 클수록 윤활유가 더 많이 방출돼 선박 표면을 따라 퍼져나갔다. 목 부분을 더 길쭉하게 늘려주면 윤활제가 표면에 조금 더 두껍게 퍼지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 윤활제 역할로 마찰력이 약 18% 감소했다. 구멍 개방률 60%에서 마찰력 감소율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윤활제가 바다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생물의 점액 분비 조직처럼 윤활유도 아주 미세한 구멍을 통해 배출돼 표면을 덮기 때문에 생물에 해를 줄 만큼의 양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실험에서 사용한 미세구멍의 지름은 100나노미터(0.1마이크론=0.0001mm) 정도다.
또한 생물에 무해한 윤활유가 개발돼 있다. 연구팀이 실험에서 사용한 윤활유는 듀폰의 크라이톡스(Krytox GPL 103)다.
성 교수는 "한국에서도 홍합 추출물을 이용한 친환경 윤활유가 개발되고 있어 환경오염 문제가 관련 연구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 결과는 미국물리학회(AIP)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hysics of Fluids'에 '항력을 줄이는 윤활유 주입형 미끄럼표면(A lubricant-infused slip surface for drag reduction)'이란 제목으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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