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우주] '지옥별 금성' 생명체 표시 가스 발견..'포스핀' 첫 관측

이성주 기자 승인 2020.09.15 22:44 | 최종 수정 2020.09.15 22:54 의견 0
금성. (자료=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디지털머니=이성주 기자] 원래의 아름다운 이름과 달리 지옥이라고도 불리는 행성이 있다. 바로 우리별 지구보다 한 걸음 앞서 태양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금성이다. 섭씨 400도가 넘는 표면과 이산화탄소 96%의 대기, 고농축 황산으로 황산비 등은 지옥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최근 금성에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금성 주변 대기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때 발견되는 가스가 발견된 것이다. 발견 자체가 생명체 존재의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지만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 금성 스펙트럼 대기 속 인화수소 발견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4일(현지시간) 최근 우주 과학 저널 네이처 아스트로노미에 실린 영국 카디프대 제인 그리브스 교수와 연구진의 논문을 인용해 금성의 대기 중에서 인화수소 '포스핀'(phosphine·H₃P) 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연구를 주도한 영국 카디프대의 제인 그리브스 교수는 "순전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실험이었다"면서 "그저 구름이 유기물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시나리오들을 배척하는 수준의 연구 결과를 예상했지만 금성 스펙트럼에서 수소화인 조짐이 맨 처음 발견됐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처음에는 금성 대기의 화학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하와이에 있는 제임그 클라크 맥스웰 망원경의 분광계를 사용했다. 금성 55~80㎞ 상공의 구름을 분광 분석하는 과정에서 포스핀을 처음 찾아냈다. 

이후 칠레 북부 사막에 설치된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집합체'(ALMA)로 확인작업을 거쳤다. 두 망원경 모두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긴 1㎜ 파장으로 금성 대기를 관측했다.

■ '지옥별'에 생명체 존재 가능성 커지다

포스핀은 산소가 없는 곳에서 서식하는 혐기성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배출하거나 산업생산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인화수소는 생명의 표시로 간주한다. 

과학자들은 금성 표면은 납도 녹일 만큼 뜨겁지만 높은 대기에서는 강산성을 견딜 수 있는 미생물이 떠다닐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이에 포스핀이 이런 미생물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일 수도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윌리엄 베인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화산, 번개, 운석 때문에 인화수소가 얼마나 나올 수 있는지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무생물학적 요인으로 나올 수 있는 인화수소량은 금성에서 관측된 양의 1만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짐 브라이든 스타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 또한 이번 연구에 대해 외계 생명체 탐색에서 "가장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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