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물리는' 국내외 플랫폼 사슬..구글 갑질에 '공룡' 네이버 카카오 움찔

김지성 기자 승인 2020.09.10 00:35 | 최종 수정 2020.09.11 22:26 의견 0
구글, 애플, 네이버, 카카오 로고 (자료=업계 종합)

[디지털머니=김지성 기자] 디지털 플랫폼 사이에 ‘갑질’ 논란이 거세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를 개발 서비스하는 에픽게임즈가 애플과 구글의 게임 퇴출로 불거진 대형 디지털 플랫폼 간 갑질 전쟁이 국내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글이 자사의 결제 시스템(인앱)을 거치지 않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퇴출하는 정책을 고려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도 애플과 구글이 제시하는 인앱 결제 시스템에 반기를 들었고 결국 포트나이트는 애플의 앱스토어와 구글의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됐다. 미국 현지에서 에픽게임즈가 피해가 크다며 포트나이트 앱 삭제 처분을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제 자칫 국내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특히 인앱 결제 시스템에 반기를 들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마저도 구글의 강경한 입장에 움찔하는 모습이다.

■ 인앱 결제가 뭐지

인앱 결제 시스템은 애플과 구글이 자체 운영하는 앱 마켓인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구매할 때 양사가 제공하는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애플과 구글은 iOS와 안드로이드와 같은 스마트기기 운영체계도 장악하며 스마트생태계의 최상단에 있다. 

인앱 결제를 하게 되면 앱 운영자는 결제액의 30%를 애플과 구글에 자동으로 내게 된다. 단 실물을 유통하고 있는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와 같은 실물 상거래 앱은 30% 수수료 예외구역이다. 이 때문에 국내 일부 앱들은 자체 결제 시스템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를 구매를 유도해 구글에 수수료를 피하고 있다.

■ 강경하게 나오는 구글

국내 앱 시장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은 최근 인앱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앱들을 구글 플레이에서 퇴출시키는 쪽을 방향을 잡았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 1년여간 유예 기간을 두고 실행에 옮긴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국내 대표 디지털 콘텐츠 유통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이러한 구글의 정책을 거부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 로고 (자료=구글)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해외에서는 인앱 결제 시스템을 사용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만 인앱 결제를 따르지 않고 있다.

해외 진출을 위해 구글 플랫폼을 사용할 경우 어쩔 수 없이 인앱 결제를 사용한다. 하지만 원스토어 등 경쟁 경로가 있는 국내에서는 30%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인앱 결제를 피하고 있다. 

구글을 상대로 네이버와 카카오가 에픽게임즈와 같은 결전을 펼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30% 수수료 너무한 것 아니야

구글의 구글 플레이와 애플의 앱스토어 수수료 30%에 대해는 꾸준히 논란이 돼 왔다. 많은 앱 개발자들이 30% 수수료가 과하다는 의견을 내왔다.

이에 대해서는 주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구글과 애플에 대해 독과점 금지법으로 조정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구글과 애플의 결제 수수료가 이용자 부담으로 전가돼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겠다고 나서는 등 수수료율에 대한 규제가 임박해 오고 있다.

■ 구글 정책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구글은 1년 뒤에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인앱 결제 시스템을 따르지 않으면 크게 두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첫 번째는 결제를 아예 앱에서 분리시키는 것이다. 현재 넷플릭스와 같이 스마트폰 앱이 아닌 외부 사이트에서 결제하고 앱에서는 디지털 콘텐츠를 보고 듣게만 하는 방침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해외 앱과 국내 앱을 분리해 국내 앱에서 디지털 콘텐츠 판매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문제는 두 번째 방안이다. 국내 앱 업체들은 독과점 플랫폼의 ‘갑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형 포털들은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구글이 정책을 내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업계에서는 “포털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상품을 제공하는 사업자는 포털의 갑질에 주눅이 든다. 국내 포털은 또다시 그보다 큰 해외 대형 플랫폼 사업자에게 갑질을 당하는 먹고 먹히는 구조”라며 “결국 IT 공룡들의 갑질은 이용자나 하부 서비스 공급자들에게 피해가 간다”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이어 “미래 국내 IT 산업 생태계를 위해서 디지털 콘텐츠와 자산 등의 거래에서 좀 더 공정한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조정하는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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