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산업, 갈 길 멀다] ② 제조업에만 목매다 다 놓친다..업종간 융·복합 외 답 없어

김정태 기자 승인 2020.08.21 02:29 | 최종 수정 2020.09.13 14:25 의견 0
21일 국내외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경쟁력은 글로벌 기업은 물론 각종 통계에서 OECD 국가에 비해 크게 영세한 수준이다. (자료=전경련)

[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현실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크게 영세하고 경쟁국가에 비해 기술력도 매우 취약하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 편중된 산업 구조 아래 소프트웨어 및 ICT서비스업, 하드웨어 장비(통신 등) 부문은 종합적인 경쟁력에서 민망할만큼의 열세다.

이에 기존 IT 디지털기업의 육성은 물론, 제조업-IT 분야 간 융·복합은 향후 글로벌 경쟁에서 반드시 풀어내야 하는 숙제일 수 밖에 없다. MS‧테슬라 등 초대형 기업에서 디지털 혁신과 융합에 성공한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 MS, 테슬러 같은 기업 우린 왜 없나..디지털 혁신이 '성장 키워드'

21일 업계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MS는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총 20년간 시총 1~4위를 줄곧 차지했다. 이후 애플, 구글 등 후발 IT기업에 밀려 2009년에는 시총 10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그러나 클라우드 사업 확장, 구독 서비스 제공 등의 변화를 통해 올해 애플과 시총 1위를 다투며 디지털 혁신에 성공했다.

다른 사례로 테슬라는 자동차를 디지털 디바이스 개념에서 개발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했다. 지난 10년간 시총 연평균 증가율 64.3%를 기록해 시총 16위로 톱 10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는 세계 1위 자동차 기업 도요타가 연평균 4.5% 증가한 것과 비교했을 때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MS의 경우 독보적 위치에 있으나 끊임없는 디지털 혁신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했다. 이에 비해 테슬라는 전통제조업인 자동차산업을 디지털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고부가가치 사업을 만들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ICT기업의 경우 인터넷 포털 및 전자상거래 기업 간 차이가 컸다. 네이버, 카카오 등 2개사의 시총은 약 83조원으로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 1개사의 시총 120조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매출 비중이 네이버 30%대, 카카오는 아직 공식통계가 없는 실정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인터넷 기업에 비해 글로벌 영향력의 증가세가 느린 것으로 전경련은 분석했다.

주요 ICT기업의 지난 10년간 시총 증가 속도 또한 우니라나라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미국 5개사 시총 합계의 연평균 증가율이 29.4%, 중국 5개사가 70.4%의 증가율을 기록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연평균 23.4% 증가에 그쳤다.

일례로 카카오의 경우 코로나19의 영향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63.1%)을 했지만 중국의 배달 어플 업체 메이퇀 디엔핑(247.2%)에는 미치지 못했다. 우리나라 다른 기업들은 연평균 7~18%대 성장에 그쳤다. 현재 우리나라 디지털 기업의 시총 또한 코로나19 국면을 맞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다만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본격적인 디지털 산업으로의 재편은 미국‧중국 등에 비해 아직까지 미흡하다.

■ 한국 ICT기업, R&D지출 OECD 36개국 중 24위 '부끄러운 현실'

미국의 경우 불과 10년 전만 해도 석유회사 엑손모빌이 독보적인 시총 1위 기업이었다. 그후 2012년 애플에 그 자리를 내줬다. 애플은 2009년 7월 10위권에 진입한 이후 단 5개월만인 같은 해 12월 말 3위로 급등한 뒤 1,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같은 유통서비스 분야에서 아마존(39.6%)과 월마트(7.1%)의 10년간 연평균 시총 성장세가 뚜렷한 차이를 보인 만큼 IT기업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지난 8월 4일 기준 미국 증시의 톱 10 기업 중 5개가 IT 및 디지털 관련 기업일 정도로 미국 증시는 10년 만에 획기적인 포트폴리오 재편을 이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4월 4차 산업혁명의 기본 인프라가 되는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향후 5년간 모바일 네트워크 중 5G 비중이 67%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전망된다. 또한 인터넷 평균속도 1위, 광케이블 보급 1위(OECD, 2018년), 전자정부평가 2위(UN, 2020년) 등 ICT인프라 보급 및 접근성에서 손꼽히는 ICT 인프라 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24개국에서 5G를 상용화했거나 할 예정이지만 한국이 5G상용화에 있어 세계 선두급"이라고 전했다.

산업별 부가가치를 보면 우리나라 ICT 산업 중 제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주요 경쟁국 대비 가장 높다. 나머지 분야의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밑돈다는 것만 빼면 그럴싸 해 보인다.

실제로 전경련은 우리나라 ICT 기업 1개사 당 평균매출액과 평균 연구개발(R&D) 지출액은 세계 평균 및 주요국 대비 낮아 영세한 규모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ICT기업 1개사 당 평균 매출액은 세계 1위인 미국의 12분의 1, 세계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며, 평균 R&D 지출액도 미국 대비 15분의 1, 세계 평균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OECD 기준으로 ICT기업당 매출액은 73개국 중 28위, R&D지출 36개국 중 24위로 기록돼 'IT 강국" 한국은 사실 국내용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특히 소프트웨어 및 ICT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이 글로벌 대비 가장 열위"라며 "한국 1개사당 ICT서비스업의 평균 매출액이 미국의 20분의 1, 세계 평균의 4분의 1에 불과힌데 우린 너무 자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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