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우주] 은하 충돌이 만든 거대한 구멍..110억광년 밖 도넛 형태 확인

김샛별 기자 승인 2020.05.26 18:30 의견 0
충돌형 고리 은하 상상도 (자료=호주 스윈번대학)

[디지털머니=김샛별 기자] 지구에서 약 110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은하 간 충돌로 만들어진 도넛 형태의 고리 은하가 관측돼 학계에 보고됐다. 이번 발견은 초기 은하 구조의 형성과 진화 방법에 대한 이론을 흔드는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6일 호주 스윈번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공대 천체 물리 및 슈퍼 컴퓨팅 센터 소속 ASTRO 3D 연구원 위안톈톈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은하 R5519 관측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하와이 W.M.켁 천문대가 수집한 분광 자료와 허블우주망원경의 이미지를 분석해 R5519 은하가 우리 은하와 비슷한 질량을 가졌으며 별이 밀집한 팽대부가 있어야 할 은하 중앙에 거대한 구멍이 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구멍은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보다 지름이 20억배 더 길다. 이는 지난해 최초로 직접 이미지가 포착된 M87 은하 중앙의 초거대 블랙홀보다 약 300만배 더 큰 것이다.

위안 톈톈 박사는 "은하수보다 50배 빠른 속도로 별을 만들고 있다"며 "활동 대부분이 고리에서 형성되고 있어 진정한 '불의 고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R5519가 '충돌 고리 은하'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리 은하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대부분은 인근 다른 은하의 물질이 강착하거나 궤도공명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생성된다. 다른 은하와 충돌하면서 형성되는 것은 극히 드물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호주 국립 대학의 케네스 프리먼 교수는 "고리 은하가 충돌을 통해 형성되려면 충돌이 일어나기 전 '피해자' 은하에 얇은 디스크가 존재해야 한다"며 "약 110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충돌형 고리 은하가 발견된 것은 나선 은하의 원반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전 형성됐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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