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쏟아지는 '잠' 이유는 따로 있다..UNIST, 기온과 수면의 상관관계 밝혀

최인영 기자 승인 2020.04.21 18:04 의견 0
기온이 오르면 수면을 억제하는 물질이 사라져 잠을 많이 자게 된다. (자료=픽사베이)

[디지털머니=최인영 기자] 봄이 오면 춘곤증을 겪는 데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기온이 오르면 수면을 억제하는 물질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임정훈 교수 연구진은 기온이 높아지면 수면 억제 물질을 전달하는 시냅스가 사라지게 돼 잠을 더 잘자게 된다고 21일 밝혔다.

연구진이 초파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무더운 환경에서는 초파리도 낮 동안 활동을 적게하고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돌연변이 초파리로 연구진은 신경생리학적 원리를 밝혀냈다.

실험에 사용한 초파리는 ‘셰이커(Shaker)’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초파리다. 셰이커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은 뇌 속에 칼륨 이온이 지나는 통로를 만들어 낸다. 이 단백질이 결핍되면 신경세포를 지나치게 활성화해 수면을 억제한다. 돌연변이 초파리도 지나친 각성 효과로 수면을 방해받은 셈이다.

그러나 유전자 ‘셰이커’에 똑같이 돌연변이가 생긴 초파리도 온도에 따라 수면 시간이 달랐다. 29도가 넘는 무더운 환경에 돌연변이 초파리를 배양하자 수면 억제 현상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연구진은 온도에 따라 수면의 양이 달라지는 원인을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고리에서 찾았다. 수면촉진을 촉진하는 신경세포다발과 신경신호를 억제하는 물질(GABA) 사이에 연결고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돌연변이 초파리는 신호전달 과정을 과도하게 활성화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반면 온도가 오르면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 간의 연결고리가 사라져 잠을 더 잘 이룰 수 있다.

임정훈 UNIST 교수는 “이번 연구가 봄철이나 여름철 기온 상승으로 변화되는 수면패턴을 이해하고 나아가 수면장애를 해소하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디지털 세상을 읽는 미디어 ⓒ디지털머니 | 재배포할 때에는 출처를 표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