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촉각으로 '음악' 향유..ETRI, 촉각 피치 시스템 개발

최인영 기자 승인 2020.04.20 11:16 의견 0
청각장애인도 특수장갑을 끼면 음의 높낮이까지 들을 수 있다. (자료=픽사베이)

[디지털머니=최인영 기자] 청각 장애인도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촉각으로 음을 훈련해 소리의 높낮이를 익힐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 연구진이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촉각으로 소리를 인식하는 '촉각 피치 시스템' 기술을 공개했다. 특수 장갑을 끼면 손가락 감촉으로 정확한 음을 구분해낼 수 있다.

그동안 청각 장애인의 귀를 대신해 온 인공와우(인공 달팽이관)는 소리의 높낮이를 구별하지 못했다. 청각 장애인들은 음악을 들을 때나 노래를 부를 때 많은 불편을 겪을수 밖에 없었다.

청각장애인도 이제 일반인들처럼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셈이다.

■ 청각장애인, 손가락 감촉으로 음악 향유

청각 장애인이 손가락 감촉으로 음악감상을 할 수 있게 됐다. 청각 대신 촉각으로 훈련을 받으면 자신이 원하는 음도 낼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주위 소리와 목소리의 음높이(Pitch)를 분석해 촉각 패턴으로 바꾸는 ‘촉각 피치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청각 장애인도 자신의 목소리로 정확한 음을 내며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 셈이다.

청각 장애인들은 인공와우 수술을 받으면 일상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 인공와우는 청신경에 전기자극을 주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그러나 인공와우로는 일반인과 원활한 대화는 가능하지만 음의 높낮이까지는 구분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청각 장애인들은 음악을 단순한 소리의 반복으로만 인식할 수밖에 없다.

촉각 피치 시스템은 청각 정보에서 소리의 주파수 신호를 뽑아낸 다음 촉각 패턴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촉각 패턴을 착용자의 피부에 전달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방식을 사용한다.

촉각 피치 시스템을 활용하면 사용자는 주변 소리나 자신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음의 높낮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4옥타브 계이름 ‘도’가 들리면 왼손 검지 첫째 마디에 진동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한 손에 3개 옥타브 범위에 해당하는 반음을 포함해 36개의 음계를 촉각 패턴으로 표현했다. 부위별 진동 위치에 따라 사용자가 음의 높낮이를 파악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사용자가 촉각 피치 시스템에 적응하기까지는 한 달 가량 훈련이 필요하다. 주변 소리뿐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 높낮이도 촉각으로 익혀야하기 때문이다. 훈련을 거치면 사용자는 자신의 목소리도 원하는 음에 맞춰 낼 수 있다.

연구진이 촉각 피치 시스템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임상연구를 실시한 결과 참가자들은 한 달 후 음을 내는 능력이 3배 가량 높아졌다.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청각 장애인 2명은 한 달간 15시간 훈련을 받은 후 촉각으로 음을 이해하고 정확한 음높이를 자신의 목소리로 낼 수 있었다.

ETRI 연구진은 촉각 피치 시스템을 웨어러블 형태의 장비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음악활동 뿐 아니라 화재나 교통 분야에도 적용가치를 지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촉각 피치 시스템은 위험 상황을 알리는 소리를 어느 방향·위치에서 발생했는지 파악해 낸 후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촉각으로 전달한다. 현재 연구진은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필드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신형철 ETRI 휴먼증강연구실장은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닌 우리 사회 소수자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적정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번 기술이 실질적으로 여러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따뜻한 복지 ICT(정보통신기술)로 활용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 고·심도 청각장애인의 귀 ‘인공와우’

인공와우는 보청기를 착용해도 청력 효과를 거의 얻을 수 없는 고·심도 청각장애 아동에게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발표된 인공와우 효과에 관한 연구논문을 보면 나이가 어릴수록 인공와우 시술 효과는 더 좋다. 언어습득 후 청력을 잃은지 1년이 되지 않거나 언어를 습득하기 전 연령인 6세 미만 아동에게 더 효과적이다.

특히 2세 이하 아동에게 인공와우를 시술한 경우 일상 소통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높았다. 인공와우를 시술한 장애인 가운데 90%가 넘는 사람이 일반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됐다.

보청기는 잔존 청력을 바탕으로 소리를 증폭시켜 전달하는 장치다. 인공와우는 수술로 삽입한 전극으로 청신경에 직접 전기자극을 전달해 소리 감각을 유발하는 기술이다.

소리는 인간에게 세상의 정보를 전달해주는 수단이다. 유·소아에게 청각장애가 발생한 것은 언어 습득·발달, 학습 지능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지난 1988년부터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2월부터는 건강보험 적용연령이 0~19세까지 확대됐다. 건강보험 급여기준도 2018년 11월부터 확대 적용된 후 환자는 재료비의 20%만 자기부담금으로 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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