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우주] 우주 탐사 나선 동물들..강아지부터 바이러스까지

이성주 기자 승인 2020.04.16 16:12 | 최종 수정 2020.04.17 09:08 의견 0
우주로 향한 최초의 개 '라이카' (자료=미국 항공우주국)

[디지털머니=이성주 기자] 지난 1961년 소련(현행 러시아)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 중위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보스토크1호를 타고 무중력 상태의 우주권에 돌입한 그는 1시간 48분이라는 지구 일주 기록을 세운 후 무사히 귀환했다.

이후 1969년에는 최초의 유인 달 착륙선인 아폴로 11호의 미국인 우주비행사들이 달에 발을 딛는 역사적인 일이 일어났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2020년 우리는 여전히 우주 속 새로운 터전과 생명체 발견에 대한 높은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주 실험의 역사 속에서 잊혀진 존재들도 있다. 숱하게 무중력 공간으로 향했고 현대 의학과 기술에 중요한 키(KEY)를 제공해온 동물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당시 과학자들은 인간에 앞서 동물들을 통해 무중력에서 살아남는 법을 실험하는 것에 열을 올렸다.

■ 옛 소련과 미국의 치열한 '우주 경쟁' 개냐 침팬지냐

우주로 향한 최초의 개 '라이카'가 대표적이다. 옛 소련인 유리 가가린이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하기도 훨씬 이전인 1957년 11월 3일. 라이카는 옛 소련 서남부(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우주선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우주로 향했다.

비록 라이카는 우주선 내부 과열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5시간도 안 돼 사망했다. 하지만 이후 옛 소련은 계속해서 개를 우주로 보냈다. 1960년대 개들은 대다수 라이카와 달리 살아 귀환했다.

소련과 치열한 우주경쟁을 펼친 미국은 원숭이, 침팬지를 선택했다. 1959년 원숭이 에이블과 베이커는 각종 기기와 전선을 몸에 감은 채 우주로 향했다. 둘은 480km 상공에서 무중력 상태를 경험한 뒤 귀환했다. 

이어 1961년 미국의 침팬지 햄은 로켓을 타고 우주로 향했다. 햄은 7분간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고 빛의 색깔에 따라 손잡이를 당기는 과학 실험을 수행한 후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 잊혀진 우주 고양이 펠리세트

프랑스는 고양이를 우주로 보내기로 결심했다. 길고양이를 잡아들여 테스트를 시작했다. 원심분리기 적응을 위해 특수 상자에 고양이를 가뒀다. 펠리세트라는 이름의 이 고양이는 지속적으로 소음에 노출되는 등 테스트를 받아야 했다. 

그렇게 선택된 펠리세트는 1963년 10월 18일 지구에서 157㎞가량 떨어진 대기권까지 비행에 성공했다. 무중력 상태의 5분 비행까지 포함해 총 15분 간 비행한 후 낙하산을 타고 귀환했다. 

하지만 지구로 돌아온 펠리세트는 바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졌다. 우주 영웅 대접을 받는 인간들과 달리 머리에 칩을 달고 연구대상이 되어야 했던 것. 펠리세트는 뇌 안의 변화를 알아보겠다는 실험에 의해 3개월 만에 안락사됐다.

■ 여전히 우주로 가는 생명들 '학대' 논란도 계속

유리 가가린의 우주여행과 아폴로 11호 달 착륙 이후 동물은 우주 경쟁에서 뒤로 밀리는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는 동물을 우주로 보내고 있다. 정류는 다양해졌다. 쥐, 고양이, 거북이, 심지어 박테리아 까지 우주로 내보냈다.

이런 작은 동물들은 근골격·심혈관·내분비·생식계 등 생물 의학 연구 대상이 된다. 실제로 지난 2007년 9월에는 몸길이 0.1∼1㎜의 무척추동물 '곰벌레'를 우주로 보내 곰벌레가 극한의 기온과 자외선에도 견딜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난 2011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인 4명과 실험용 쥐 30마리가 탑승한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에서 골다공증 신약 후보물질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2014년 일본은 동결 건조된 쥐의 정자를 우주로 보냈다. 동결된 쥐 정자는 9개월간 지구에서 400㎞ 떨어진 우주정거장에서 있다가 지구로 돌아온 정자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지 알아보는 시험을 당했다.

물론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와 학대 논란, 비판의 목소리 또한 변함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인간의 욕심을 위해 말 못하는 동물을 이용하고 버리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일인가에 대한 지적이다. 

나아가 연구에 참여했다가 로켓 폭발로 죽은 수많은 동물을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주로 향한 동물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또 꿈꾸는 우주 세계, 화성 이주, 달나라 여행 등은 여전히 판타지 소설 속에서 등장했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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