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어디까지 왔나] ⑩ '거버넌스 블록체인'의 핵심 : 여전히 사람이다! (끝)

김정태 기자 승인 2020.03.31 15:27 | 최종 수정 2020.03.31 18:03 의견 0
‘블록체인’이 평등과 탈중앙, 분권화 등을 지향하지만 이 역시 블록체인을 활성화할 수 있는 국가에만 해당하는 제한된 시나리오다. (자료=한국정경신문)

['4차 산업혁명과 자치분권 시대' 저자=조연호 작가] 과학 기술은 진실을 밝히는 하나의 방법론이다. 그리고 기술적인 응용으로 인류의 삶이 더 윤택해졌음도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그러나 토마스 쿤은 '과학 혁명의 구조'에서 과학의 경향성을 제기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은 한순간에 발생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런 과정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치열한 토론과 검증과정이 필요했다. 조앤 베이커의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양자역학지식 50'에서는 물리학의 역사로 치열한 흔적을 보여준다. 과학계에서도 팩트보다 중요한 게 관성과 기존 세력의 권력이라는 증거다. 즉,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도 사람이 중요하다.

왜 그럴까? 과학 기술을 다루고 사용하는 주체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로 원자력 발전소와 원자폭탄을 생각할 수 있다.

이제 다시 '블록체인 거버넌스'로 돌아오자. 블록체인에 방점을 찍고 논의를 이어가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된다.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슈퍼 인공지능(ASI : 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이 지배하는 시대라면 모를까, 인간이 과학 기술을 다루는 한 과학 기술 사용 여부는 인간이 결정한다.

과학 기술은 인류의 보편적 복리에 혜택을 줬다. 그러나 그 혜택은 공평하지 않았다. ‘블록체인’이 평등과 탈중앙, 분권화 등을 지향하지만 이 역시 블록체인을 활성화할 수 있는 국가에만 해당하는 제한된 시나리오다.

거버넌스에 방점을 찍자는 건 기술을 말하기 전에 사람을 먼저 생각하자는 것이다. 거버넌스는 인간이 참여하는 협의체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에 방점을 찍는 글들은 거버넌스 참여 주체조차도 잘 모르는 듯하다. 물론, 블록체인 운영을 위한 거버넌스는 가능하다. 그러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거버넌스를 블록체인이 구현할 수는 없다.

기술을 우선하면, 인간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신(新)기술로 큰 이익을 얻는 집단만 혜택을 맛볼 뿐이다. 이러한 집단의 로비로 특정 부류가 블록체인으로 충분한 기득권을 차지할 때까지 상용화를 늦출지도 모른다.

기술은 분명 문명의 이기(利器)이자, 혜택을 줄 수 있는 프로메테우스의 불이지만, 그 불의 사용 역시 사람의 결정에 따라 달라진다. 블록체인 역시 프로메테우스의 불과 같은 도구일 뿐이고, 이 불을 사용하는 주체는 여전히 사람이다. 사람을 우선하지 않는 '거버넌스 블록체인'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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