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③ 디지털화페(CDBC) 발행...미국은 부정적, 한국은 전향적 검토로 선회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1.31 13:46 | 최종 수정 2020.01.31 15:18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중국과 미국 간 통상 패권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연말에  겨우 일단락됐다. 하지만 양국의 갈등은 언제든지 다시 점화될 수 있는 상태로 그 전장은 디지털 화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올 상반기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만들어 달러 패권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CBDC 발행 움직임에 최근 일본과 영국·유럽 중앙은행들은 디지털화폐(CBDC) 발행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공동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발행에 전 세계 통화질서가 흔들릴 것을 우려한 선진국들이 중국을 견제하는 공동전선을 구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디지털머니는 중국이 촉발한 '디지털 화폐 전쟁'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이번에는 세번째 순서로 미국과 한국의 중앙은행은 CBDC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본다.[편집자 주] 

■ 미국 재무장관, "5년 내 CBDC 발행 하지 않는다"

국제결제은행(BIS)이 2019년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의 70%가 CBDC 연구를 진행 중이다. 초기에는 화폐 가치가 불안정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CBDC에 관심을 보였다.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를 선보이면서 선진국이 대거 뛰어들었다. 올 한해 각 국가 중앙은행은 CBDC 연구에서 더 나아가 발행 검토, 시범 운영 등을 통해 산업 생태계 주도권을 잡기 위한 패권 다툼에 나설 전망이다.  

디지털 화폐 패권 경쟁에 불을 지핀 것은 페이스북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6월 리브라 백서를 공개했다. 리브라 가치는 금융자산, 실물자산 등과 연동된다. 실질 거래를 성사시키기 때문에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통화가 될 수 있다. 리브라는 국가 간 경계가 없다.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각국 중앙은행 통화 통제력은 약해진다.

리브라가 쏘아올린 공에 세계는 요동쳤다. 아구스틴 카스튼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예상보다 빨리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티븐 재무신 미국 재무장관(사진=블룸버그)

그러나 정작 미국 정부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해 12월 6일 "미국은 5년 내 CBDC 발행을 하지 않는다"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마찬가지 의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결제보다 현금 유통량이 많기 때문에 디지털 화폐 발행이 시급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앞서 파월 의장은 "연준이 디지털 통화를 개발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러한 이동의 비용과 이점을 연구하고 있다" 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디지털 통화를 개발하기 전에 연준은 사이버 공격, 사용자 투명성, 통화 정책, 금융 안정성과 같은 운영상의 위험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국은행, CBDC  문제 전향적 접근키로

금융 인프라를 잘 구축해 디지털 화폐(CBDC)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CBDC) 발행 검토를 공식화했다. 연구 전담 조직을 만들고 전문 인력을 보강하겠다는 등 계획도 구체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신년 다과회를 갖고 “일부 나라가 디지털 화폐를 계획하고 검토하면서 (한은의) 본격적인 디지털 화폐 연구를 앞당겼다. 중국에서 연구하는 디지털 화폐는 모두 파악을 했다. 중국이 어떤 형태로 화폐를 발행할지 계속 살피면서 (우리도) 늦지 않게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디지털 화폐를 가까운 시기에 발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그동안 CBDC 발행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 2018년 1월 발행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보고서’에서 CBDC 발행 필요성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해 2월에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CBDC가 금융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비판까지 가했다. 

한은의 태도 변화 이면에는 중앙은행 간 ‘국제공조’ 필요성이 자리한다. 최근 중국 유럽을 중심으로 디지털 화폐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데, 이런 흐름에 뒤처질 수 없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각국 중앙은행에 CBDC 도입을 권장하고 나선 것은 물론 중국 인민은행이 CBDC 활시위를 당긴 뒤로 프랑스, 스위스,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CBDC 프로젝트를 공언하고 나섰다.

또한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대비해 디지털 화폐를 적극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장동력을 잃은 한국도 향후 10년 안에 일본처럼 마이너스 금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관측을 바탕에 깔고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채권전략파트장은 “디지털 화폐는 현금 보관에 따른 비용을 없애기 때문에 자산가치 감소를 야기하는 마이너스 금리 부작용을 상쇄한다”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 여러 내홍을 겪는 유로존이 디지털 화폐에 관심 갖는 주된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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