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② 네덜란드와 핀란드에서 배우는 '리빙랩'...버려진 도시도 다시 살린다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1.27 07:26 | 최종 수정 2020.01.27 07:28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지역 내 주차난이나 악취 문제부터 도시재생사업까지 과학기술을 접목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리빙랩(Living-Lab)' 기반 사회문제해결 기술개발이 본격 추진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역현장 맞춤형 사회문제해결, 긴급현안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기술개발 등에 180억 원을 투자하는 2020년도 추진계획을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리빙랩은 MIT 교수가 처음으로 제시한 개념으로 ‘살아있는 실험실’, ‘일상생활 실험실’, ‘우리마을 실험실’ 등으로 해석되며, 사용자가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용자 참여형 혁신공간’을 말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리빙랩은 여전히 낯설다. 리빙랩은 무엇이며, 국내외에서 어떤 성공 사례가 있는지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이번에는 두번째 순서로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리빙랩 사례를 들여다본다.[편집자 주] 

대부분의 과학기술 연구개발은 수용자 요구보다는 기술발전 속도를 예측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공급자 중심이다. 그 결과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고령화, 안전, 환경, 정보격차와 같은 사회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존재한다.

리빙랩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술을 다시 강조한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모바일 등을 생활 영역에 접목해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기획이다. 사용자로부터 직접 의견을 받기 때문에, 리빙랩 개발 과정마다 사용자 반응을 즉시 수집해 문제 해결에 반영할 수 있다.

외국도 일찌감치 리빙랩 프로젝트를 활성화해 지역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노르웨이와 덴마크, 스웨덴과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2010년부터 에너지 절약을 주제로 리빙랩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했다. ‘AMS 와이파이’가 대표 사례다. 주민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전력소비량을 확인하고 직접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시민들이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와 손잡고 반응이 좋은 아이디어를 직접 선정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시민들은 AMS 미터기를 직접 사용하며 개선점과 생활 변화를 공유했고, 이 의견은 다시 서비스 개선에 적용됐다. 진행 과정은 모두 문서화해 공개됐다. 시민들은 전기 사용 비용을 절감했고, 참여 기업들도 부가서비스를 판매하거나 부대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실험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들이 밀집해 있어 도시 노후화와 인구 쏠림 현상으로 인해 환경·에너지·안전·교통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유럽연합(EU)은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2006년 경제개혁과 사회통합을 위한 혁신전략인 ‘리스본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그 실행 방안으로 19개 리빙랩을 연결한 ‘유럽 리빙랩 네트워크(ENoLL)’를 출범해 지금은 전 세계 리빙랩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리빙랩은 공공·민간·시민이 상호 협력해 디지털 기술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시스템을 말한다.

특히 네덜란드는 2009년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ASC)라는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개설하였는데 여기서 시민, 기업 그 누구라도 도시에 대한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일부 아이디어는 실제 프로젝트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비콘 기술을 체험하고 실제 생활속에서 시험할 수 있는 리빙 랩인 비콘 마일

암스테르담의 실험은 단순히 시민들에게 민원을 받는 수준이 아니다. 이들은 도시 전체를 거대한 '실험실'로 만들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콘 마일'(Beacon Mile)이다. 비콘 마일은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부터 시작해 마린터레인(marineterrein)까지 약 3.4 킬로미터에 걸친 구역으로 시민들이 스마트 폰을 통해 각종 비콘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실험실이다.

'비콘'의 사전적 의미는 위치를 알려주는 불빛이나 신호를 의미한다. IT 분야에서는 저전력 블루투스(Bluetooth)를 활용해 반경 50~70m 정도의 범위 안에 있는 사용자들에게 위치 정보나 메시지를 전송하고 모바일 결제 등을 가능하게 해주는 근거리 통신 장치 또는 그 기술을 말한다.

비콘 마일을 걷다보면 박물관, 식당, 버스정류장 등에서 설치된 비콘이 스마트폰으로 각종 정보를 전송해준다.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을 휴대하고 비콘 마일을 걸어가면 각종 정보가 단말기로 전송된다. 예를 들면 식당 앞을 지나가면 메뉴와 가격 또는 할인 쿠폰이 전송된다. 관광객들은 일일이 검색을 하지 않고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 식당을 찾아가면 된다.

이곳에는 스마트폰 근거리 통신기술인 '비콘'을 도시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 실험하기 위해 20개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축해 비콘 인프라와 사물인터넷 통신망을 공급하고 데이터와 플랫폼을 모두 공개했다.

관련 업체들은 이곳을 활용해 비콘 신호 송신, 위치안내, 관련 앱 개발 등의 시도를 해볼 수 있고, 방문객들은 새로 개발된 앱을 사용해보고 프로젝트에 대해 평가를 해준다. 이를 통해 광고물을 지나가면 앱에 자동으로 광고가 저장되거나, 공항에서 출국하는 사람의 위치정보와 비행기 탑승 여부를 알려주는 기술 등이 나왔다.

■ 핀란드 헬싱키 근방 작은 도시 칼리사타마

리빙랩의 성공적인 모델로 핀란드 헬싱키 근방의 신도시 '칼라사타마(Kalasatama)를 빼놓을 수 없다. 핀란드어로 '고깃배 항구'라는 뜻의 칼라사타마는 불과 10년까지만 해도 버려진 항구였다.

2019년 현재 약 3천명이 거주하고 있는 조그만 도시 칼라사타마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것은 시민 중심의 개발방식 덕분이다. 헬싱키 시정부는 시민들이 도시설계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각종 온·오프라인 장치를 구축했다. 

실제로 핀란드 헬싱키의 쇠락한 공업지대였던 칼라사타마는 주민과 공무원, 학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혁신가 클럽'을 앞세워 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 전기차·스마트 그리드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시티로 변모했다.

도로를 달리고 있는 핀란드 칼리사타마시의 소흐요아(Sohojoa) 무인전기버스

기업들은 실제 적용될 도시에서 기술을 실험하고, 시민들의 피드백을 받아 서비스를 보완할 수 있다. 사무실·사우나·학교 등 모든 공간을 대여 가능한 공유공간으로 만드는 플렉시 스페이스(Flexi Space), 2020년 무인버스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소흐요아(SOHJOA)·센서블 4(Sensible 4) 등도 리빙랩에서 활발한 실험을 벌였다. 언뜻 시민들의 반발이 거셀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칼라사타마에 거주하고 있는 3000명 중 1200명이 기꺼이 실험에 참여했다.

핀란드의 루타코(Lutakko)시 역시 리빙랩을 통해 지역의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실행하고 대학, 기업, 거주자, 관광객, 공공조직 등이 모두 참여해 실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공동으로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현안, 개선 과제, 발전방향 등에 대해 지역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아이디어도 내고 조사하고 직접 콘텐츠를 생산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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