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보험업계 , 2020년 '인슈어테크' 원년으로 삼는다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1.23 08:53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국내 보험 업계는 수년째 극심한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저출산·저금리의 장기화로 실적 부진에 빠졌지만, 헤쳐나갈 만한 마땅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해서다. 보험연구원이 2020년 보험 시장을 ‘제로 성장’으로 예측한 배경이다.

제로성장에 직면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야 하는 보험업계 화두는 단연 디지털이다. 우여곡절 끝에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보험업계 디지털 서비스가 본격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슈어테크'가 올해 보험시장의 신(新) 시장을 개척할 매개체가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슈어테크는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을 결합한 신조어로 보험산업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상품 개발, 계약 체결, 고객 관리 등 보험업무 전반에 정보기술(IT)을 융합하는 것을 뜻한다.

■ 데이터3법 통과로 보험업계 숨통 트이나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보험업계도 이를 활용해 선보일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일컫는 것으로, 빅데이터 3법, 데이터경제 3법이라고도 불린다.

침체기로에 서있는 보험업계 또한 데이터 3법 통과에 따라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와 헬스케어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데이터(My Data)’는 본인 신용 정보의 체계적인 관리를 지원함과 동시에 소비패턴 등을 분석해 개인의 신용 관리 및 자산관리가 보다 효율적으로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분산되어 있는 개인 금융거래 등의 정보를 일괄 수집해 정보주체(개인)가 알기 쉽게 통합해 제공, 이렇게 수집된 개인 금융 정보를 기초로 신용도, 재무 위험, 소비패턴 등 개별 소비자의 재무현황을 분석하고 이를 기초로 신용상태 개선을 위한 맞춤형 재무 컨설팅 및 금융상품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들의 자기결정권과 개인 정보보호, 보다 효율적인 재테크를 위해 도입이 시급했던 제도였는데데이터경제 3법 통과로 마이데이터 산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의 경우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각 개인에게 필요한 헬스케어 서비스나 상품 등을 맞춤형으로 개발해 제공하거나 추천해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보험회사는 물론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서비스를 제공 중인 디레몬과 같은 인슈어테크 리딩기업들의 역할도 기대되고 있다.

■ “블록체인까지”… 보험사 인슈어테크 어디까지 왔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가 도입한 인슈어테크는 크게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AI △블록체인 등으로 나뉜다.

인슈어테크 적용 분야(자료=금융감독원)

우선 보험 가입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인슈어테크 기술은 IoT다. IoT의 경우 텔레매틱스·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사물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전송하고 수집된 외부 데이터를 이용해 보험료 할인 등에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AIA생명은 모바일 앱을 통해 운동량 등을 측정하고 바이탈리티 나이에 따라 설정된 운동량 목표치를 달성하면 통신요금, 커피쿠폰, 온라인 상품권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흥국생명은 모바일 앱을 통해 하루 7000보 이상 걸으면 6개월마다 보험료의 7%, 1만보 이상일 경우 10%를 각각 환급해 준다.

운전습관 연계 보험(UBI)도 선보이고 있다. 삼성화재, DB손보, KB손보 등은 SK텔레콤의 T맵 내비게이션을 켜고 일정거리 이상 주행하고 T맵 안전운전 점수가 우수할 경우 보험료를 5~10% 할인해 준다. 현대해상은 블루링크 장치가 설치된 차량에 대해 보험료를 7% 할인해 주고 안전운전 요건을 충족하면 5%를 추가 할인해 준다.

 

빅데이터 부문은 고객상담 내역, 소비패턴, 신용정보, 보험상품검색 기록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또 고객, 모집인, 계약 속성 등을 분석해 신규 계약의 사고발생 위험을 예측하고 위험수준이 낮은 경우 자동으로 보험계약을 인수하는 업무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 밖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험사기 방지시스템을 구축해 보험사기 관련 고위험군을 자동 분류해 심사하기도 한다. 이상 징후를 보이는 개인(사고·입원건수 등), 모집인(본인·가족사고, 장해사고건수 등), 병원(비급여 비율 등), 정비업체(견인·렌터카 이용비율 등)를 추출하고 상호 연관관계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보험사기 발생 가능성을 파악한다.

인공지능(AI) 서비스는 고객 상담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고객 문의사항의 문맥을 분석하고 1:1 채팅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챗봇을 활용한 고객상담 및 계약관리 서비스가 활성화하고 있다.

삼성생명, 라이나생명 등은 챗봇을 통해 계약조회, 보험계약 대출접수 및 상환, 보험금 청구신청·조회 등 365일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로봇을 활용한 업무자동화(RPA) 시스템 도입도 확대되고 있다. 이미지 및 문자(OCR) 인식, 컴퓨터 및 웹화면 인식, 자연어 이해 기술 등을 이용하여 직원의 업무행동(자료 검색·조회, 입·출력)을 로봇이 모방해 업무를 수행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정보의 정합성과 거래 과정의 보안성이 뛰어나다. 아직 활성화 단계는 아니지만 서서히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교보생명은 실손보험금 지급신청시 보험사와 의료기관(서울소재 3개병원)에서 각각 본인인증을 거치지 않고 한 번에 사용자 인증을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임직원 대상으로 시범 운영 중에 있다. 오렌지라이프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해 모바일 보험증권 등의 진위 검증에 시범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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