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①‘도시를 더 스마트하게’…전문가·시민 머리 맞대는 ‘리빙랩’ 확산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1.23 16:43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지역 내 주차난이나 악취 문제부터 도시재생사업까지 과학기술을 접목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리빙랩(Living-Lab)' 기반 사회문제해결 기술개발이 본격 추진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역현장 맞춤형 사회문제해결, 긴급현안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기술개발 등에 180억 원을 투자하는 2020년도 추진계획을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리빙랩은 MIT 교수가 처음으로 제시한 개념으로 ‘살아있는 실험실’, ‘일상생활 실험실’, ‘우리마을 실험실’ 등으로 해석되며, 사용자가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용자 참여형 혁신공간’을 말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리빙랩은 여전히 낯설다. 리빙랩은 무엇이며, 국내외에서 어떤 성공 사례가 있는지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 현장에서 답 찾는 ‘리빙랩'으로 사회문제 해결

리빙랩은 일상생활에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실험하고 검증해 도시에 도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리빙랩은 시민들이 직접 기술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데 의미가 있다. 해당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도시문제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다. 이들로부터 각종 애로 사항을 청취·수집하고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전문가들이 함께 기술 개발의 방향이나 계획 등을 수립해 나가는 방식이다.

그간 학계에서 펴낸 연구 논문 등을 살펴보면 리빙랩은 활동 과정에서 가장 중추가 되는 집단에 따라 유형을 구분할 수 있다.

크게 기업 주도형, 국가 주도형, 시민 주도형 등으로 나뉜다. 기업 주도형은 기업들이 리빙랩을 통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테스트하는 것을 뜻한다. 단기간에 성과 창출이 빠르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국가 주도형은 지자체가 중심이 된다. 지역 커뮤니티가 조력자로 참여해 관련 지식이나 정보의 확산이 용이하다. 시민 주도형은 말 그대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의 관심사에 초점이 맞춰졌다. 사회문제 해결력이 강하며 지속성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국내에서는 리빙랩과 관련한 개념이 소개된 것은 약 7년 전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국에선 대략 2012년쯤 스마트 시티 구축을 위한 연구 과정에서 리빙랩의 개념이 등장했다. 정확하게 누가 먼저 연구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이 처음 개념을 연구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한국 리빙랩운동의 선구자로 불리는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최근 리빙랩이 관심을 끄는 이유를 과학기술계의 변화에서 찾았다.

성지은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과학기술계의 연구개발 목표는 경제성장과 산업경쟁력 강화였지만, 경제가 성장해도 시민의 일상이 바뀌긴 커녕 양극화와 불평등은 날로 심해졌다"며, "과학기술계의 미션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이 진행되면서 리빙랩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동안 개념으로만 전해지다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스마트 시티 구축이 중요한 국정 과제로 설정되면서 리빙랩이 부각됐고 현재까지 계속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 스마트시티와 함께 한 리빙랩의 역사

리빙랩의 역사는 스마트 시티와 함께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스마트 시티는 환경이나 에너지 절감 등의 필요성에 따라 1990년대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구축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되면서 스마트 시티 붐이 불었고 여러 기업들이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그러다 보니 화려하기만 할 뿐 시민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 기술들도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점차 시민들에게 필요한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미국이나 유럽 등의 국가에서는 점차 도시문제를 해결하거나 도시 관련 기술을 개발할 때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사례가 나타났는데 이런 움직임이 리빙랩의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때 리빙랩이라는 단어 자체가 나온 것은 아니다.

국내 스마트 시티 관련 학계에 따르면 리빙랩은 2004년 윌리엄스 미첼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의 연구를 계기로 세상에 나왔다. 배경도 흥미롭다.

당시 그는 ‘스마트 홈’ 관련 기술을 갖춘 미래의 집을 만들기 위해 한 아파트를 개조하면서 ‘플레이스랩(PlaceLab)’이라고 이름 지었다. 거기에서 직접 생활하며 여러 기술들을 직접 테스트한 것이다.

이런 연구 도중 미첼 교수는 유럽의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인 ‘인텔리전트 시티즈(intelligent cities)’에 자문 역할로 참여하게 됐는데 거기에서 자신의 플레이스랩을 소개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서 미첼 교수가 건넨 플레이스랩의 개념을 확대 발전시켜 리빙랩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

이후 네덜란드·핀란드·덴마크 등 유럽 지역 곳곳에서 많은 리빙랩들이 생겨났고 이들이 모여 2006년 ‘유럽 리빙랩 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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