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랑스 디지털세 갈등 1년간 봉합...디지털세가 뭐길래?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1.21 11:10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프랑스가 글로벌 IT(정보기술) 대기업들에 '디지털세'를 부과한 뒤 미국이 보복관세를 예고하면서 본격화한 양국의 갈등이 일단 1년 간의 '휴전'을 맞게 됐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디지털세와 관련해 좋은 대화를 했다”며 “우리는 모든 관세 인상을 피한다는 합의를 바탕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프랑스 외교소식통은 AFP통신에 두 정상이 전날 이 문제로 대화했다면서 양국이 올 연말까지 협상을 계속하면서 그 기간에는 관세 인상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프랑스와 미국은 연말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디지털세에 관한 국제조세 원칙과 세부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미국은 프랑스의 ‘디지털세’를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자국 인터넷 대기업들에 대한 차별로 결론 짓고 24억 달러(2조8천억원) 상당의 프랑스산 와인, 치즈, 고급 핸드백 등 수입품 63종에 대해 최고 100%의 추가 관세를 물리는 방안 등 보복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프랑스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유럽 각국에서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세율이 가장 낮은 아일랜드 등에 법인을 두는 방식으로 조세를 회피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자국 내 연 총매출의 3%를 과세하는 디지털세 도입 논의를 주도해 지난해 7월 유럽에서도 가장 먼저 이를 제도화했다.

■ 'GAFA세'로 불리는 디지털세

디지털세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기업의 자국 내 디지털 매출에 법인세와는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글로벌 IT 대기업에 대해 이들이 프랑스에서 벌어들인 연 총매출의 3%를 과세하는 제도로, 특히 미국의 'IT 공룡'들이 주요 표적이라는 점에서 GAFA세라고 불린다. GAFA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이 방안은 정보기술(IT) 기업이 본사를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에 세워 놓고 온라인 광고, 광고 이용자 데이터 판매 등을 통해 실제로 수익을 얻는 국가에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아 문제가 되자 IT 기업의 소득 이전 행위를 막고, 영업하고 있는 국가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이에 맞는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 조치에 대해 법인세에 추가로 세금을 매기는 중복 과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지식재산권, 특허권 등 무형자산을 세율이 낮은 국가로 이전한 후 시장 소재지에서 로열티 등 무형자산 사용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조세를 회피한다. 일부 다국적 기업이 채택한 '더블 아일리시 위드 더치 샌드위치' 전략을 대표로 들 수 있다. 법인세가 가장 저렴한 아일랜드에 2개 이상 현지 법인을 설립, 글로벌 이익을 분할하는 방식이다.

OECD는 지난해 10월 기업이 법인을 두지 않은 나라에서도 디지털 영업으로 발생한 이윤에 대해 해당 국가가 과세권을 갖는다는 내용의 일반 원칙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달 디지털세를 전체 기업에 의무적으로 부과하기보다는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세이프하버 체제'(safe-harbor regime)를 제안하고, 프랑스가 이를 즉각 거부하는 등 디지털세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계속돼왔다.

■ 유럽 내 찬반 논란

2018년 3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글로벌 디지털 기업의 유럽 내 매출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디지털세 법안을 발표했다.

 

디지털세 도입을 두고 유럽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은 글로벌 IT기업의 조세회피를 방지할 수 있다며 디지털세에 찬성한다.

반면 세율이 낮아 IT 기업이 본사를 세우는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은 자국 내 유치한 글로벌 IT 기업이 철수하는 것을 우려해 디지털세 도입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동유럽의 일부 국가들도 디지털세를 도입하면 IT 기업의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또 독일, 스웨덴 등의 국가에서는 자국 자동차 산업의 피해를 우려하거나 디지털세 부과에 따른 반발을 우려해 유보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영국은 2018년 10월 29일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기업의 자국 내 매출에 법 인세와 별도로 2020년부터 디지털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디지털세의 대상은 연매출이 5억 파운드(약 7300억 원) 이상인 기업으로, 영국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검색 서비스, 스마트 애플리케이션 마켓 등으로 얻은 매출의 2%를 세금으로 부과할 계획이다.

이는 이익이 아닌 매출에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법인세 와는 다른 성격이다. 디지털세는 2020년 4월부터 시행될 방침으로, 영국 정부는 디지털세로 인해 연간 4억 파운드의 세수 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저작권자> 디지털 세상을 읽는 미디어 ⓒ디지털머니 | 재배포할 때에는 출처를 표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