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니콘 기업, 1년에 1곳 배출..글로벌 무대에선 사흘에 1곳 등장

그마나 전자상거래 등 ICT 편중, 기업가치 높은 AI·하드웨어는 0개

김정태 기자 승인 2020.12.16 10:23 | 최종 수정 2020.12.18 14:25 의견 0
지난 2018년 이후로는 약 3일마다 1개꼴로 글로벌 유니콘 기업이 출현하고 있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올해 한국에서 배출한 '기업 가치 10억달러(1조원) 이상'의 유니콘기업은 단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역대 글로벌 유니콘 12곳 중 성공적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 사례는 여전히 전무한 실정이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유니콘 기업이 사흘마다 1곳 정도 등장한다. 한국 유니콘 기업이 수적으로 성장이 더디고 진출 산업분야도 제한적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막상 유니콘이 된 후에도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통한 투자회수 환경마저 원활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 코로나19 팬데믹에도 92개 글로벌 기업이 ‘유니콘’ 등극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 전세계 주요국 501개 유니콘 기업과 한국 유니콘 기업의 현주소를 비교, 분석할 결과에 따르면 이같이 진단됐다.

분석 결과, 올해 들어 전 세계적으로는 92개사의 유니콘 기업이 출현했다. 대표적인 글로벌 유니콘기업 에어비앤비가 성공적으로 나스닥에 입성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테믹(대유행)이 경제 위기 속에서도 글로벌 유니콘 기업계의 성장세를 가로막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 인사이트의 집계 결과 지난달 25일 기준 글로벌 유니콘 기업은 총 501개사다. 이 중에 미국이 243개사, 중국이 118개사로 전체 유니콘의 72%를 보유한 가운데 한국은 11개사로 6위에 랭크됐다. 현재 대표적인 세계적 유니콘 기업에는 미국의 우버·에어비앤비·스냅챗과 중국의 샤오미·디디 콰이디 등이 있다.

한국의 유니콘 기업은 지난 2014년 쿠팡을 시작으로 옐로모바일, L&P코스메틱, 크래프톤(구 블루홀), 비바리퍼블리카, 우아한형제들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또 야놀자, 위메프, 지피클럽, 무신사에 이어 바이오시밀러 제조업체인 에이프로젠까지 11개로 늘었다.

최근 5년간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한 기업 수는 빠르게 증가했다. 2018년 이후로는 약 3일마다 1개꼴로 유니콘 기업이 출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추세는 코로나로 유례없는 경제적 위기를 겪은 2020년에도 이어져 11월 말 기준 새롭게 유니콘에 등극한 기업은 92개에 달했다. 미국 기업이 58개사로 63%를 차지, 중국과 인도가 각각 6개사를 배출한데 비해 한국은 단 1개 기업에 그쳤다. ​

글로벌 유니콘 기업 보유국 기준 6위인 우리나라는 진출 분야의 경우 전자상거래에 편중된 상황이다. 기업가치 또한 총 11개사 중 크래프톤(게임, 배틀그라운드)과 쿠팡을 제외한 9개사가 산업 평균을 훨씬 밑돌았다.

한국 유니콘 기업은 상대적으로 평균 기업가치가 낮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3개사(쿠팡, 위메프, 무신사)를 배출했다. 이에 비해 평균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인공지능(AI) 산업을 비롯해, 드론, 클라우드센터 등 하드웨어분야와 코로나 이후 성장세인 에듀테크 분야에 진출한 기업은 1개도 없다.

글로벌 스타트업 70% 이상의 중장기 경영 목표가 증시 상장이나 M&A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전경련)

■ "기업 육성 및 엑시트 위해 투자금 회수시장 활성화해야"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가장 주목받는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줌(Zoom)은 성공적 엑시트 유니콘 사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지난 해 4월 공모가 36달러에 IPO를 진행한 후 나스닥에 입성해 1년여 만에 10배 이상 성장(385.36달러)했다. 이는 미국 대표기업 IBM의 시가총액을 앞지르는 기록이다.

줌 등 이처럼 글로벌 유니콘 기업들이 성공적 엑시트를 이어가는 반면, 한국은 현재까지 유니콘 기업 총 12개사 중 증시 상장 또는 M&A 등을 통해 투자회수에 성공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벤처업계에서는 막상 유니콘기업이 된 후에도 IPO나 M&A를 통한 투자회수 또한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창업·투자→성장→투자회수→재투자의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실적으로 IPO를 통한 증시 상장의 경우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 외부 개입에 취약한 점과 늘어나는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제기하고 있다. M&A의 경우 해외에 비해 기업가치 평가사례와 역량 있는 VC가 부족해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 또 M&A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미국 벤처금융 전문 실리콘밸리은행 '2020 글로벌 스타트업 아웃룩'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스타트업의 70% 이상이 IPO 또는 M&A를 중장기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서구권 스타트업들이 M&A를, 중국 기업들은 IPO를 엑시트 전략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

전경련 김봉만 국제협력실장은 “최근 증시호 황과 함께 IPO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국내 유니콘 기업들의 상장을 통한 투자회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경영권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동시에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규제 완화 등을 통해 M&A에 우호적인 기업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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