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경영난' 아시아나항공 인수..세계 7위 국적항공사로 부상

이기철 기자 승인 2020.11.17 10:41 의견 0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한다.

[디지털머니=이기철 기자] 국내 1위 국적항공사 대한항공이 2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한다.

아시아나항공은 1988년 출범 이후 32년간 운영되며 양대 국적항공사 시대를 열었지만 이번 통합으로 다시 단일 국적항공사 시대를 맞게 됐다.

16일 정부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치기로 결정했다. 통합 방식은 아시아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고 한진칼이 대한항공에 7300억원을 투입한 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고 채권 3000억원을 인수하는 순으로 이뤄지게 된다.

기업의 합병도 합병이지만 이용자들은 자신들의 자산인 항공마일리지의 향방에 대해 관심이 높다. 향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어떤 비율로 결합이 될지에 대해 벌써부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양 사 합병 시 국내 시장 점유율 60% 초과

이렇게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흡수 통합하면 대한항공은 자산규모 40조원의 세계 7위 국적항공사가 된다.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 점유율 60% 이상의 독과점 사업자가 된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선 점유율은 각각 22.9%, 19.3%다. 여기에 진에어(대한항공), 에어부산·에어서울(아시아나항공) 등 양사 저가항공사(LCC) 점유율까지 더하면 총 62.5%까지 높아진다.

공정위는 ▲1개 사업자 점유율이 50% 이상 ▲3개 이하 사업자의 점유율이 75% 이상 ▲기업결합 후 1위 사업자가 될 때 ▲2위와 점유율 차이가 전체 점유율 합계의 25% 이상일 때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상황으로 본다. 따라서 공정위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불허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번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난'에 따른 인수가 변수가 된다. 공정거래법상 '회생 불가 회사'와의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경쟁제한성을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같은 이유로 1999년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를 승인했다. 다만 공정위가 '경쟁 제한성'을 이유로 인수 승인에 따른 조건을 보다 강하게 내걸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로서는 시장 독점에 따른 피해를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국제선 항공 운임은 임의로 설정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항공협정에 의해 상한선이 설정되고 그 안에서 다양한 형태로 운임이 결정된다"며 "외항사가 현재 33% 이상의 시장점유율 갖고 있어 대한항공이 일방적으로 (운임을) 올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한항공도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양사 통합 이후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일부 노선이 급격히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노선의 급격한 폐지보다는 새로운 노선을 개척하거나 추가 운항이 필요한 노선에 잉여 기관이나 인력 투입해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마일리지는 통합, 아시아나항공 '스타얼라이언스' 탈퇴 유력

소비자들이 항공사를 이용하며 모아둔 항공 마일리지의 사용에 대해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를 통합해 운영할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운영방안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김 실장은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사용처가 부족해 소비자 불편이 컸는데 이제 대한항공이나 관련 제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오히려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 마일리지의 시장 가치가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보다 더 높은 만큼 1:1 비율로 통합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그럴 경우 아시아나항공 사용자들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를 각각의 동맹 항공사에서 쓸 수 있던 제도는 사라질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아에로멕시코, 에어프랑스, 델타항공, KLM 네덜란드항공, 콘티넨털항공, 중국남방항공, 에어유로파, 베트남항공, 가루다 인도네시아, 중화항공, 사우디아항공 등이 포함된 스카이팀 소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루프트한자 독일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에어캐나다, 전일본공수(ANA), 싱가포르항공, 타이항공, 스칸디나비아항공, 스위스국제항공, 터키항공, 이집트항공, 에바항공 등이 포함된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다.

따라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되면 스타얼라이언스에서의 탈퇴할 가능성이 높다. 스타얼라이언스가 더 많은 회원사가 있는 만큼 이 부분은 사용자들에게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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