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우주] 소행성 베누의 중요성..나사의 16초 터치다운 '의미'는

이성주 기자 승인 2020.10.22 02:50 의견 0
소행성 베누. (자료=NASA)

[디지털머니=이성주 기자] 우주 탐사가 전세계를 뜨거운 경쟁으로 이끌고 있는 가운데 태양계 비밀에 한층 다가설 걸음이 이뤄졌다.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소행성 베누에 10초간 터치다운한 것. 표면에 접지해 암석 표본을 채집에도 성공했다.

무려 지구에서 약 3억 3000만 km 떨어진 곳에서 전해진 이슈다. 10여초에 9000억원이 들었지만 "아깝지 않은 수확"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작은 행성의 토양과 자갈 채취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행성의 암석을 분석하는 것은 별의 기원을 추적하고 나아가 지구 충돌에 대비하는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 베누 암석 채취 방법..로봇 팔로 수집하고 바로 복귀

AFP통신에 따르면 나사의 우주선 오시리스-렉스는 20일 미국 시간으로 오후 6시12분(한국시간 21일 오전7시12분) 지구에서 3억 3000만 km 떨어진 소행성 베누에서 암석과 흙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로봇 팔을 표면에 내렸다.

구체적으로 오시리스-렉스가 닿은 곳은 소행성 베누의 `나이팅게일 분화구`다.  지난 2년 가까이 접지를 준비 해온 오시리스-렉스는 로봇팔 끝에 달린 샘플 채취기로 토양과 자갈 샘플 등을 수집한 뒤 곧바로 이륙해 본 궤도로 복귀했다.

■ 베누를 선택한 나사..태양계 형성 후 생겨난 '시기' 주목

그렇다면 우주를 뒤덮고 있는 수 많은 행성 중 굳이 '베누'여야 했던 이유가 있을까. 베누는 태양 궤도를 돌고 있는 지름이 약 500m 정도인 팽이 모양의 소행성이다. 과학자들이 주목한 것은 베누가 만들어진 시기가 46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된 후 1000만 년이 채 안 된 시기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베누는 이후 46억 년 동안의 태양계 형성 과정에서 다른 행성의 중력과 소행성과의 충돌 등에서 살아남았다. 그동안 베누를 구성하는 물질은 거의 변형 없이 그대로 간직됐으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 베누를 분석하면 결국 태양계 초기의 모습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나사는 베누를 가리켜 "지구와 태양계의 역사를 말해 줄 로제타석과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지난해 NASA의 오시리스-렉스가 소행성 베누에서 찾은 탄산염 광맥(원안의 밝은 부분). (자료=NASA)

■ 탄산염 존재 가능성 부각..대규모 액체 흘렀을 가능성

베누는 남다른 특별함으로 이목을 끌고 있기도 하다. 베누에는 유기물질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가 발표된 바 있는 것. 지난 9일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베누에서 탄산염이 함유된 광맥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탐사선은 베누 표면의 암석에서 밝게 빛나는 부분을 포착했다. 연구팀은 그 안에 탄산염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놨다.

탄산염 광맥 역시 태양계 초기 모체에서 고온의 물이 순환할 때 형성됐다고 본다. 나사 고다드 연구센터의 한나 카플란 박사는 “탄산염은 액체가 베누의 모체 전체를 덮을 정도의 대규모로 흘렀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베누가 한때 물이 담긴 더 큰 소행성의 일부였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 지구접근천체로 분류..가까워지는 거리와 자전 속도도 한 몫

또한 베누는 6년에 한번씩 지구 곁을 스쳐지나가 지구와 충돌위험이 큰 소행성으로 분류된다. 22세기 말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2700분의 1 정도로 높은 ‘지구접근천체’인 것이다. 

나사는 베누가 가까울 때는 50만 km 거리까지 접근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연구에 적합한 천체로 평가했다. 지구에서 날아간 탐사선이 샘플을 채취하고 돌아오기에 무리 없는 거리라는 것. 뿐만 아니라 베누는 자전 시간이 4.3시간으로 탐사에 용이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베누가 지구접근천체라는 점은 별의 구성 성분을 자세히 알면 나중에 지구 충돌 위험이 발생할 때 회피 방법도 찾아낼 수 있다는 가능성에도 힘을 보탰다.

■ 최소 60g 채취해야..외계 생명체 미스터리 열 키(KEY) 될 수도

이번 성공으로 미국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소행성 표면에 탐사선을 착륙시켜 표본을 채집한 국가가 됐다. 그러나 영상 분석과 무게 측정 등을 통해 충분한 양의 샘플이 확보됐는지를 최종 확인하는 데는 일주일가량 걸릴 예정이다. 오시리스 렉스의 목표 채집량은 최소 60g이기 때문.

이번에 충분한 표본이 확보되지 않았다면 내년 1월 2차 목표지로 선정된 `오스프리`에서 다시 샘플 채취에 나서게 된다. 최소 목표치를 달성한다면 베누의 표면 샘플은 3년 후인 2023년 지구로 귀환한다.

나사는 이를 통해 베누의 구성 성분과 기원, 형성과정 등을 살피고 수분의 존재 여부 등도 조사할 계획이다. 물이나 얼음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면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도 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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