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산업, 갈 길 멀다] ③ 턱없이 부족한 기술인력.."정부가 끌고 기업이 밀어야"

김정태 기자 승인 2020.08.23 02:23 | 최종 수정 2020.08.23 04:09 의견 0
(자료=전경련 종합)

[디지털머니=김성원 기자]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수준은 주요 경쟁국가에 비해 크게 미흡하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2018년 기준 ICT 분야별 평균 수준에 대해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유럽 92.9% ▲일본 88.9% ▲중국 86.1% ▲한국 84.5%의 순서로 분석했다. 선도국가인 미국에 견주면 우리나라와의 기술격차는 1.4년인 것으로 추산된다. 하물며 후발국인 중국도 이미 우리나라보다 앞서 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현실적으로 가장 시급한 문제로 턱없이 부족한 ICT 전문가 수급 상황을 첫손에 꼽는다. 이들은 민간 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먼저 다양한 지원 정책으로 '물꼬'를 틔워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정원 16년째 55명 '제자리 걸음 수준'

23일 업계와 정부 산하 각 기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소프트웨어 분야 인력 부족률 4.3%는 전 산업 평균인 2.2%를 상회한다. 특히 전 산업에서 데이터직무 인력 부족률은 16.1%에 달한다.

민간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AI 인재가 9986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AI 인재는 2019년 8월 기준 2664명으로 미국(2만8536명), 중국(1만8232명), 일본(3117명)에 비해 뒤처져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16년째 55명으로 묶여있지만 미국 스탠포드대는 2008년 141명에서 2019년 745명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각 ICT 관련 산업 인력 채용시 애로 조사에서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력부족이 단골로 1위에 오른다.

한국경제연구원의 ‘AI인재 현황 및 육성 방안 전문가 의견조사’에 참가한 ICT분야 전문가들은 미국의 AI 인재경쟁력이 10(만점)일 경우 한·중·일 3국의 AI 인재 경쟁력 수준은 중국 8.1, 일본 6.0, 한국 5.2인 것으로 평가했다.

또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내놓은 ‘2019년 ICT 인력동향 실태조사 보고서’도 비슷한 결과다. 보고서는 지난 2013년 기준 전체 산업인력에서 ICT산업인력의 비율은 약 5.1%였다고 집계했다. 이후 2014년 5.0%에서 2015년 4.9%, 2016.년 4.8%, 2017년과 2018년 각각 4.7%로 ICT산업인력 비중이 되레 감소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 산업계의 투자 부족과 각종 정부 규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가상현실·증강현실(VR·AR)과 같은 ‘신(新)’ ICT산업 분야에 너무 많이 걸쳐져 있는 규제가 신규 인력의 진입을 막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 ICT 등 핵심 분야는 되레 구인난..정부가 '정책 물꼬' 틔워야

최근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회되고 있지만 정작 4차산업혁명 분야에서는 오히려 구인난을 겪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한국의 4차산업혁명 분야별 협회의 정책담당자를 대상주으로 '주요국 4차산업혁명 인력경쟁력 현황 및 전망'을 조사한 결과다. 한경연은 2020년 현재 한국 4차산업혁명의 인력부족률은 29.4%로 인력수요의 약 3분의 1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5년 뒤인 2025년에는 28.3%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ICT 등 신산업 기술이 해당 기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 예상한다"면서도 "하지만 이에 대응하고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획이나 실천방안에 대한 전략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생기업에 비해 혁신성이 떨어지는 오래된 기업이나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ICT 기술적용 방법에 대한 정보제공, 교육 및 홍보 강화를 정부가 맡아줘야 한다는 '역할론'이 설득력을 가진다. 국내 ICT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공공 ICT 발주시 대기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허용하는 것도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디지털 산업을 장악한 해외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선 중소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소프트웨어, IT 등의 공공발주 분야에서 대기업의 참여제한 규정 완화 또는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재 시행중인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서는 공공 SW 산업에 대해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신산업 분야 공공SW에 한해 심의 후 대기업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예외를 두고 있지만 허용률은 35%로 저조한 편이다.

글로벌 ICT 기업에 대항할 수 있도록 국내 기업 간 컨소시엄 지원이나 협업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적 배려도 절실하다. 일례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지원 등 중소기업 혁신을 지원하는 경우 상생협력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하다.

이밖에 공급이 부족한 ICT 전문가 양성과 산업 기술경쟁력 향상을 위해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완화와 우수한 외국 기술인력에 대한 교육프로그램 도입 역시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AI, 빅데이터 등 수도권 대학의 4차산업혁명 관련 최첨단 분야 학과는 대학 정원 총량규제 적용에서 예외 조항으로 둘 만하다"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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